[신간] 마음을 바꾸는 방법
[신간] 마음을 바꾸는 방법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5.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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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지음/소우주출판사 펴냄/2만 2000원

"LSD는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을 준다."

한 저명한 심리학자의 "최근 LSD여행(투약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했는데, 지적으로 자극 받았고 연구에도 도움이 됐다"는 말이 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심리학자는 편견이나 기존 경험에서 자유로운 어린이의 마음을 체험했다는 주장이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욕망하는 식물>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폴란의 <마음을 바꾸는 방법>이 우리글로 출간됐다.

책 제목만 보면 정신 수양이나 참선과 관련된 책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LSD·실로시빈(광대버섯의 일종인 실로시브 추출 성분) 등 1급 규제 약물인 사이키델릭(psychedelic)에 다가선다. 

환각제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비난의 대상이었던 사이키델릭이 최근 우울증이나 중독을 치유하고, 암 환자의 실존적 고통에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정상인에게까지 활용이 모색되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NEJM>에 실린 '우울증에 사용되는 실로시빈과 에스시탈로프람에 관한 임상시험' 논문은 LSD와 함께 대표적인 사이키델릭으로 간주되는 실로시빈의 기존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를 입증했다.

저자는 LSD에 대한 1급 규제 약물 지정은 정치적 산물이며, 마약류에서 제외시키지는 않더라도 치료제로서의 사용은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950∼1960년대 중반까지 사이키델릭은 거리의 마약이 아니라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인정한 '기적의 약물'이었고, 1000편 이상의 논문과 수십 권의 책, <타임> <라이프> 등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반전 문화의 상징이던 히피들이 유흥적으로 사용하던 LSD가 표적이 됐다. LSD 불법화를 위해 미국중앙정보국(CIA)이 개입해 LSD가 염색체 손상을 일으키고 복용한 임산부는 기형아를 낳을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조작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1970년 LSD와 실로시빈을 1급 마약으로 지정했고 이듬해 유엔 지지에 이어 많은 나라들이 뒤를 따랐다.

1990년대 이후 대마초와 케타민 등 규제 약물들이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사이키델릭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존스홉킨스를 비롯 여러 기관에서 임상시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우울증·불안장애·중독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로시빈 요법을 지원키로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사이키델릭 연구의 르네상스에 관한 이야기다. 공적인 역사인 동시에 사적인 체험담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이키델릭 관련 임상시험은 수십 건에 달한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존스홉킨스·UC 버클리·마운트시나이아이칸의대 등 유수의 기관은 사이키델릭 전담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을 거치고, 통제된 환경에서 전문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선별된 사람들에게 투여된다면, 사이키델릭은 오랜 오명에서 벗어나 정신질환 치료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다. 

저자는 사이키델릭이 제도권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것이 마약류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사이키델릭이 술이나 담배에 비해 중독성이 낮고, 신체·정신에 대한 유해 정도가 과장된 측면은 있더라도 전면적으로 합법화해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용한 치료제로 사용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책에는 놀랍게도 미국에서 여전히 1급 마약인 LSD·실로시빈에 대한 저자의 체험이 담겨 있다. 그는 직접 'LSD여행'과 '실로시빈여행'에 나선다. 4장 '여행기:지하 세계로의 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은 내 마음을, 아니 적어도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몇가지 생각을 바꿨다. 독자가 사이키델릭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건 간에, 이 책은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신비는 마음이며 이 신비는 바로 여기에 있지만, 우리는 마음을 탐구하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식물과 음식에 관한 책으로 명성을 떨친 마이클 폴란은 완전히 새로운 주제에 대해 우리의 호기심과 비판적 시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사이키델릭 과학의 최신 지견을 아름답게 펼쳐낸다"고 평했다. 

<네이처>는 "전작 <욕망하는 식물>에서 향정신성 약물의 세계를 탐험했던 마이클 폴란은 대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번 책에서 이에 대해 좀 더 깊숙이 파고든다. 그는 한 세기도 더 전에 의식의 경계가 훨씬 더 넓으리라 생각했던 윌리엄 제임스의 사상에 따라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하며 '스노우볼'을 흔든다"고 상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책은 강렬하면서도 때로 전율을 일으킨다. 폴란은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면서도 과학의 유물론적 관점이 이해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고정 관념을 기꺼이 버린다.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죽어가는 환자나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한 사이키델릭의 치료적 효능이, 이 약물로 유발되는 신비 체험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010-2508-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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