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높거나 급격히 상승한 다국적 제약사 '주목'
제약사 측 "단순 비교로 원가 부풀렸다 몰면 안 돼"
국세청과 서울지방국세청이 본사로부터 의약품을 수입할 때 원가를 과다하게 올리는 방식으로 '원가 부풀리기'에 나선 일부 다국적 제약사를 세무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과 비교해 의약품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최근 원가율이 급증한 다국적 제약사 중 일부가 조사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일부 다국적 제약사가 원가를 부풀리는 부당한 방법으로 해외 본사의 이익을 챙겨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물론 몇몇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의약품의 원가를 평가하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원가를 부풀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항변이다.
관건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원가율 혹은 원가상승으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원가 부풀리기'로 볼지다.
최근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이 우려하듯 한국 법인 원가율과 해외 본사 원가율을 단순비교해서 '원가 부풀리기'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연례보고서와 한국법인 감사보고서, 공시 자료 등은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추가적인 자료까지 모아 판단한다"고 말해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한국 법인은 국세청의 일차적인 '관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20년 31개 다국적 제약사 한국 법인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원가율 81.87%)과 로슈(81.29%), 노보노디스크(81.12%), 길리어드사이언스(80.12%) 한국 법인의 의약품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MSD 한국법인 79.12%, 노바티스 한국법인도 77.48%로 뒤를 이었다.
2020년 글로벌 연례보고서 등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본사의 의약품 원가율은 대략 20~40% 정도로 한국 법인 원가율의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급상승한 다국적 제약사 한국 법인 등도 국세청의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올 초 MSD 한국법인 등에 대해 이미 '원가 부풀리기' 혐의 등으로 세무조사를 마친 후 198억원 등의 세무추징액을 최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