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직원이 했더라도 책임은 원장이 져야

부정행위 직원이 했더라도 책임은 원장이 져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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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잘못한 요양보호사, 소속은 요양기관"...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서울행정법원 "요양기관장, 부정행위 관리·감독 권한·의무...환수처분 적법"

ⓒ의협신문
ⓒ의협신문

재가장기요양기관에 소속된 요양보호사가 부정행위를 해 요양기관장이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요양기관장이 소속 요양보호사의 부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 지위에 있고, 1년이 넘도록 이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

특히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행정처분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니라 잘못 지급된 돈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을 지닌 처분이어서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제31조 제1항)에 따라 지정된 B재가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A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 취소' 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발단은 B요양기관 소속 직원인 G요양보호사가 부정행위를 한 것에서 출발한다.

B요양기관을 관할하고 있는 C시장은 건보공단의 지원을 받아 2020년 5월 18일∼21일까지 B요양기관이 2018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한 장기요양급여비용 청구내역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B요양기관 소속 G요양보호사는 원래 수급자들의 자택에 부착돼 있어야 할 전자관리시스템(태그카드)을 자신의 차량 내에 보관하고 다니면서 해당 수급자에게 제공된 실제 요양급여 시간과 달리 요양급여 시작 및 종료시간을 허위로 입력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2020년 7월 17일 A원장에 대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총 2786만 8990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방문 요양 시 ▲서비스 일수·횟수를 늘려서 청구(이 사건 부정행위) ▲서비스 시간을 늘려서 청구(이 사건 부정행위) ▲인력 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청구(원고 다투지 않음) ▲배상책임보험 미가입기간 감산 없이 청구(원고 다투지 않음) ▲인지활동형 방문요양 가산 위반 청구(이 사건 부정행위), 그리고 방문목욕 시 ▲인력 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청구(원고 다투지 않음)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환수처분에 대해 A원장은 G요양보호사의 잘못에 의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므로 환수처분은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원장은 "이 사건 부정행위는 G요양보호사 개인의 일탈행위로, B요양기관 운영자인 자신으로서는 현지조사에서 드러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역시 G요양보호사에게 속아 이 사건 부정행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수령하게 된 것이므로, 고의 또는 중과실 등 귀책사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부당이득 환수처분은 해당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자(일반적으로 장기요양기관의 개설·운영자)의 '고의' 또는 '과실' 등 귀책사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을 청구해 이를 지급받은 경우'(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 제4호)라 함은 장기요양기관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받기 위해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해 장기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이를 청구해 지급받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입법취지(노인 등에게 효율적이고도 적정한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함으로써 노후의 건강 증진과 생활 안정을 도모함을 목적)와 '장기요양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의 문언에 따른 '징수'는 잘못 지급된 돈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을 지닌 처분이라는 판단.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에 근거한 징수처분은 '재량행위'가 아니라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의 개설·운영자가 관련 법령에 의해 지급받을 수 없는 장기요양급여비용임에도 이를 청구해 지급받았다는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면, 그 개설·운영자의 '고의'·'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부당 수령 장기요양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을 지닌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G요양보호사가 잘못을 했어도 A원장의 귀책사유는 있다고 봤다.

B요양기관은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을 제공하면서 사회복지사 1∼2인이 수급자 전원을 방문했다며 건보공단으로부터 사회복지사 배치 가산금을 청구·수령해 왔고, 수급자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인지활동형 방문요양급여를 제공했다며 치매전문요양보호사 가산금까지 청구·수령했는데, A원장은 요양보호사의 급여제공이 적절히 제공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함 임무가 있었고, 그 임무를 적정하게 수행했더라면 이 사건 부정행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은 소속 근로자인 G요양보호사의 업무수행을 관리·감독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약 17개월 동안 지속된 이 사건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것 자체로 G요양보호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령>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부당이득의 징수)

①공단은 장기요양급여를 받은 자 또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그 장기요양급여 또는 장기요양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
1. 제15조 제5항에 따른 등급판정 결과 같은 조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2. 제28조의 월 한도액 범위를 초과하여 장기요양급여를 받은 경우
3. 제29조 또는 제30조에 따라 장기요양급여의 제한 등을 받을 자가 장기요양급여를 받은 경우
4. 제37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경우
5. 그 밖에 이 법상의 원인 없이 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급여를 받거나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

<용어 설명>
* 기속행위
법규의 집행에 대해 행정청의 재량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
*재량행위
행정 기관이 행정 법규를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집행하거나 그 행위의 내용을 정할 때, 자유롭게 판단하고 처리함을 인정하는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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