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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바람에 쉽게 부서지는

스치는 바람에 쉽게 부서지는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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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장애 인정

스치는 바람 같은 사소한 자극에도 상상하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이하 CRPS)'를 가진 환자들이다. CRPS는 심한 조직손상이나 말초신경 등 신경계 병변 이후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난치성 질환이다.  

CRPS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 때문에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마비가 동반되는 등 장애의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장애로 인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필요성이 통증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리고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CRPS 등도 장애로 인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CRPS 장애 판정 기준은 세계통증학회의 기준에 따라 진단받은 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충분한 치료에도 골스캔 검사/단순 방사선 검사/CT 검사 등 객관적 검사 결과 이영양성 변화 등으로 인한 근 위축 또는 관절 구축 등이 뚜렷한 경우다. 
  
또 관절구축으로 가동범위가 50% 넘는 경우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관절 가동 범위가 50% 미만에서 구축이 있는 경우 최소 수준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신경손상으로 팔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는 경우도 지체기능장애로 판정하도록 기준이 마련됐다. 특히 CRPS 환자의 장애를 판정하는 주체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명문화 되었다.
  
기사를 읽자마자 이용우 CRPS 환우회장과 함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환우회를 이끌었다. 나는 국회 비서관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만났다. 이 회장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 사고 후유증으로 운영하던 사업체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국에서 진료를 받던 중 환자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든 것을 보고 한국에 CRPS 환우회를 만들었으며, 아픈 몸을 이끌고 2006년부터 미국 CRPS 환우회와 함께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국회의원실과 전국 대학병원을 수 없이 오가면서 CRPS 환우들의 고통을 알렸다. 나는 그의 불굴의 의지와 인내를 깊이 존경한다. 
  
부족하나마 나는 그를 돕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의원실에서는 CRPS 환우회와 함께 2018년에 '만성통증질환자의 적정치료 및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CRPS에 대한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만성통증질환자들이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2018년 국정감사 때 일관성 없는 CRPS 의료비 심사에 대해서 지적했다. 또한 2019년 국정감사 때 CRPS 환자들이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서면 질의를 작성한 바 있다. 

물론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절 구축 등 몸이 굳는 일부 증상만 장애가 인정된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우회와 마취통증의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CRPS 환자의 장애인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장애 인정을 계기로 CRPS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환자들에게 더 많은 사회 경제적 편의가 돌아가길 기원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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