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을 건강보험으로?
예방접종을 건강보험으로?
  • 조승국 전 의협 공보이사(내과전문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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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예방법, 예방접종 비용 '국가·지자체' 부담 명시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산 편성 하지 않은 이유 해명해야 
조승국 전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의협신문
조승국 전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의협신문

내과 전문의로서 필자가 경험한 예방접종은 가장 그 이득이 명확하고도 확실한 영역이다. 백신에 1달러를 지출하는 경우, 미래 의료비와 소득 손실 등을 고려하여 16달러가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만큼 국민건강 향상에 필수적인 것이 예방접종분야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과 감염 전문가들을 필두로 예방접종의 계획과 실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으레 예방접종 예산이 국민이 지불한 보험료가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는 예방접종을 지원 제외 대상인 비급여 항목으로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영유아·노인 등 취약계층 예방접종은 담배세 등으로부터 걷는 건강증진기금의 상당부분을 활용하여 지원하고 있다. 각종 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담배에 물린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죄악세(sin tax) 중에서는 합리적인 편이 아닌가? 

그런데 올해 1월,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1회당 1만 9220원)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결정을 했다. 정부 스스로 지원하지 않도록 못 박아 놓고, 재난 상황이라는 이유로 이를 어긴 것이다.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를 묵인한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료 접종이라고 홍보해 놓고, 내가 낸 보험료로 예방접종을 한다고? 언론과 국민이 한바탕 뒤집어졌지만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조용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진다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각 주체가 골고루 기여해야 함은 마땅하다. 

다만, 건강보험은 본래 목적이 분명하고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수천억원이 예방접종에 쏠리게 되면 다른 분야는 상대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 암과 주요 중증질환에 지원해야 할 신약과 검사 도입이 늦어지면 환자들은 무형의 피해를 입고, 흉부외과 등 기피 과목의 수가 적정화도 요원해진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백신 수급 차질뿐만 아니라, 예방접종에 필수적인 재원을 기존 관계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굉장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진들,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의 주체인 국민께 국회와 정부는 ▲2020년에 2021년 코로나19 접종비용을 편성하지 않은 점 ▲2021년 추경 편성 시 코로나19 접종비용을 편성하지 않은 점 이 두 가지를 해명해야 한다. 

또한 2022년 예산은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추가 접종(Booster injection)을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 조원의 현금성 재난지원금이나 백신 휴가 등을 논의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백신 비용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사용한 약 3000억원의 건강보험기금에 대해 의료진들과 국민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향후 예방접종 계획 수립 시에는 이러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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