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합헌" 결정
헌재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합헌" 결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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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 위헌·합헌 여부 판단
"환자측 피해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 절차…자동개시 필요"

헌법재판소가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등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법률 조항(신해철법 혹은 예강이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자동개시 조항)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에 대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2016년 11월 30일부터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그리고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일방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내용의 '예강이법' 혹은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

기존에는 의료분쟁 조절절차가 신청서를 받은 후부터 14일 이내에 피신청인인 의료인이 거부하는 경우 신청이 각하돼 조정절차가 바로 종료됐다.

하지만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2016년 11월 30일부터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망 또는 중증장애 중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하게 됐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A병원에 입원 중이던 B환자가 사망하자, B환자 가족들은 A병원 측의 과실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12월 24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A병원 정신과 전문의(청구인)에게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청구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지체 없이 조절절차가 개시된다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조정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구인은 조정절차 자동개시 규정은 행동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3월 22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환자 측의 입장에서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가 가장 중하고 또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소송으로 나아갈 경우 의료소송에 이미 내재돼 있는 정보의 비대칭에 더해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인과관계 등 필요한 내용을 증명하기 더욱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환자 측의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소송 외 분쟁 해결수단인 조정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사자 사이에 원만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으므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신청인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의료분쟁 조정절차 개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고,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더라도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는 합의나 조정결정의 수용 여부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므로,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된다고해서 조정절차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까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신청인은 더 이상 조정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등을 제기해 조정절차에서 벗어나 소송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환자의 상태나 문제가 된 의료행위의 특수성, 의료 환경 및 조건 등을 조사해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일단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고, 그 후 이의신청이나 소 제기 등을 통해 조정절차에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 헌재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사건으로, 헌법재판소는 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하는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도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제27조 제9항 신설)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2016년 당시 "환자 및 의료인 측이 모두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조정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강제조사권 및 형사책임 면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이런 과정 없이 강제 개시만을 도입하는 것은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조정절차 자동개시 규정은 조정의사가 없는 당사자에게 소송과정 이전에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이는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인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강제조사에 응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의료기관의 업무 중단·차질이 발생하게 되고,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기각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분쟁조정법 자동개시 조항은 당사자간의 자율분쟁 해결이라는 의료분쟁조정법 기본 이념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민간의료행위에 대한 분쟁조정을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수용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의협은 자동개시 이외에도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에 대한 피해구제에 치우쳐 있고, 손해배상금 대불 및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의 규정 문제 등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에 불완전하고 미흡한 점이 많아, 오히려 전체 의료환경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분쟁조정법상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진료과정에서의 의학적 판단과 관련해 의료분쟁사건처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해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의료사고특례법'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령>

*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조정의 신청)
⑧ 제4항에 따라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 조정절차를 개시한다.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
⑨ 원장은 제8항에도 불구하고 제1항에 따른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을 조정절차 개시일로 본다.
1.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2.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⑪ 위원장은 제10항에 따른 이의신청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의신청일부터 7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하고 지체 없이 이의신청을 한 피신청인에게 그 결과를 통지한다.
2.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 사실을 원장에게 통지하고 원장은 그 조정신청을 각하한다.

*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 등)
①"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②이 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한다.
2.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③ "장애인학대"란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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