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사시인회 지음/현대시학사 펴냄/1만원
시(詩)는 말(言)로 지은 절(寺)이란다. 寺에는 다른 뜻도 있다. 절을 이를 때는 '사'라고 읽지만, '모신다'는 의미로는 '시'라고 읊는다. 그래서 시(詩)는 언어를 받들어 모시는 문학이 된다.
한국의사시인회가 아홉 번째 사화집 <진료실에 갇힌 말들>을 상재했다.
코로나 올무에 갇혀 만날 수는 없는 시인들은 시담(詩談)으로 아쉬움을 풀었다.
홍지헌 의사시인회장은 사화집 들머리에 애달픈 고백으로 우리의 마음을 훔친다.
"우리 모두의 삶이 황폐해졌습니다.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되지만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밖에 없는 이때 우리들의 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화집에는 모두 스무 시인의 시 60편이 실렸다. 특히 송명숙 시인과 한경훈 시인이 새로 합류했다.
홍지헌(체온에 대하여/당신은 꽃일 텐데/2020년 8월 10일)·한경훈(기관 없는 신체는/나쁜 달의 나라에서/참을 수도 없는)·김기준(악성고열증/순지르기/몸으로 배운 귀한 가르침)·한현수(엉덩이가 젖은 여자/청소부 가라사대/하늘 저편)·최예환(글라스 캣 피쉬/변방에서/어떤 조문)·송명숙(지는 꽃/허니 브래드/투명한 진료실)·김완(지상의 말들/각시투구꽃/푸른 봄)·정의홍(해송/꽃비를 맞으며/솔 씨)·김호준(응급실 8/응급실 9/응급실 10)·김세영(그림자 무언극/입춘에 서는 상고대/폭우의 밤)·김연종(입소/푸른숲 요양원/미지수)·조광현(어느 외진 숲에서/그 노인이 날 알아본다/숨쉬기 운동)·권주원(수술/탈모/치마 저고리)·서화(릴케의 축제를 위하여/변종 變種/꽃들의 행렬)·김승기(너무 일찍 도착한 부고/능소화를 터는 여자/가끔 죽어야 하는 남자)·주영만(풍매 風媒라는 것/그 어둠은 깊고 푸르다/낙화 落花)·김경수(자유로운 책상/따뜻한 식탁/이별도 아름다운 꽃이다)·박언휘(이름을 부르면/그날의 임이여/새해의 결심 佈春作心)·박권수(명숙의 봄/시집을 받고/코로나 블루)·유담(안약/눈물은 뭉친다/응시).
한국의사시인회는 이전까지 <닥터 K> <환자가 경전이다> <카우치에서 길을 묻다> <가라앉지 못한 말들> <그리운 처방전>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 <달이란 말이 찻잔 위에 올라왔다> <코로나19 블루> 등 여덟편의 사화집을 펴냈다(☎ 02-701-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