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의료 퇴보 상징하는 사건" 비판
근거수준D 최하위 평가받고도 등재...NECA 부실 검증·묻지마 한방 퍼주기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건강보험 등재에 대해 "한국의학의 역주행이자 한국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건강보험 등재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며, 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행위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경혈을 두드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했다. 이는 201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의협 한특위는 "모든 심리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무조건 의료기술로 볼수는 없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이러한 비과학적 대체요법을 제도권 내 공식 의료행위로 인정한 이번 사태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추락하고 있는 21세기 우리나라 의료의 현주소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경혈두드리기의 근거 수준이 최하위인 D등급"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NECA는 국정감사 지적에 대해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NECA는 2015년 처음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 당시 한의계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의 부실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유효성이 없다며 최하위 권고등급을 매겼다. 하지만 추가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2019년 신의료기술로 인정, 의료계와 의학계의 비판을 받았다.
"한방의 비과학적 행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부실한 검증 절차, 보건복지부의 묻지마 한방 퍼주기 정책 등 3박자가 어우러져 대한민국 의료의 비극적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의협 한특위는 "비과학적 대체요법을 제도권 내 의료행위로 인정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보건복지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비급여 행위 등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의협 한특위는 보건의료연구원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휘둘린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 신의료기술인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건강보험 행위로 신설·확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한의 신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의협은 "이번 고시를 계기로 한의계는 국민건강 증진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강화를 위해 회무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