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신 접종-거리두기 완화 엇박자…결국 '4차 대유행'

기획 백신 접종-거리두기 완화 엇박자…결국 '4차 대유행'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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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방역 완화 '일상 회복' 기대감 속 '감염 확산' 촉발…급할수록 돌아가야
"처벌 강화·일시적 연장 방역대책 실효성 의문…방역 정책 결정 시 전문가 협의 필수"
의협 "원칙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보류...코로나19 방역·백신 정책 개선해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어섰다. 활동성이 높은 젊은 연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성급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발표가 나오자 4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더군다나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날로 확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미흡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 조짐이 있고,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방역대책을 우려했다.
특히 1차 접종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국민은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은 <코로나19 방역 대책 문제 없나?>를 주제로 ▲의료계의 백신 교차접종에 대한 우려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방역당국 대응의 문제점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엇박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경증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경우 응급실이 제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심층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글싣는 순서>
① 의료계, 백신 교차접종에 대한 부작용 우려 커
②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당국 대비는 잘 되고 있나?
③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엇박자...결국 '4차 대유행'
④ 이상반응 호소환자 대량 발생 땐 응급실 기능 어려워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조급한 결정으로 좋은 기회를 번번이 날리고 있다"

방역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의료진들의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6개월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7월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212명을 기록했다.

300∼600명대 사이를 오갔던 확진자수가 700명대를 유지하더니 급기야 1000명을 돌파한 것. 사실상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를 '4차 유행의 초입'에 진입하는 단계로 판단한다"며 "분석에 따르면 현 수준이 8월 초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안정세를 이어가던 확진자 수가 확산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공포하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6월 20일 기존 5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 지자체 자율권을 강화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집합금지나 사적모임 제한을 다소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공식 발표는 20일에 했지만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는 먼저 나왔다. 여기에 앞서 발표한 접종자 인센티브를 7월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은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개편안이 국민 인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조교수(예방의학교실·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장)는 "방역 완화 조치 하나하나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조치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면서 마치 7월부터 과거로 거의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전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접종률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 역시 국민들이 '안심'하고 긴장을 풀었던 이유가 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275명을 기록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의협신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275명을 기록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하지만 국내 접종 상황은 7일 0시 기준 1차 접종 완료가 30.1%, 얀센 1회 접종 후 2주 경과를 포함한 접종 완료는 10.6%로 집단 면역까지는 아직 시일이 더 필요하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방역 완화는 확진자 발생이 안정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황이 됐을 때, 즉 백신접종률이 충분히 올랐을 때 가능하다"며 "준비되지 않은 방역 완화로 유행이 커지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접종률이 아니라 접종 완료율을 기준으로 방역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휴가철을 앞두고 경각심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문제가 있다"며 "방역 정책은 백신 1차 접종이 아닌 접종 완료율을 기준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백 기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월 5일부터 우선 의료기관 종사자를 포함한 76만명을 대상으로 교차접종을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얼마 전까지 교차접종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며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초 6월 말 도입키로한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83만 5000회분이 7월 이후로 변경되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통해 AZ 백신 권고 연령을 만30세 이상에서 만50세 이상으로 축소하고, 교차접종 대상을 더 늘렸다.

교차접종이 면역력을 더 높인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지만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교차접종'에 대한 입장을 바꾼 만큼 과학적인 방역 대응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제기됐다.

방역당국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1주일 연장한 뒤 다시 또 1주일을 더 연장했다. 더불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 방역지침 위반에 대한 처분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엄중식 교수는 앞서 "캠핑장에서 모기장을 걷고, 모기향을 꺼놓고 알아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것과 같다"며 방역당국의 뒤늦은 조치를 비판했다.

마상혁 부회장은 "처벌 강화를 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로 힘든 국민을 보살펴야 하는데 때아닌 처벌 강화는 이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해 국민에게 방역을 쉽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든 것은 정부"라고 비판했다.

마 부회장은 "방역 수칙에 비교적 민감도가 떨어지는 20~30대에 대한 전략, 원인 분석 부재, 코로나19로 인해 지쳐있는 국민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방역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단계 설정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시적인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제는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금씩 제기된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상반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빠른 접종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규모 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재유행하면서 집단면역을 통한 방역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재훈 조교수는 "집단면역 달성을 종식시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통해 한 번에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5라면 요구되는 면역수준은 80%이며, 접종률은 그 이상이 돼야 한다.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는 나라도 전체 국민 중 70% 접종에 도달하면서 접종률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 완료의 명확한 정의, 방역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종식 시점을 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조교수는 "코로나 19 종식은 의학, 보건학을 넘어 사회적 주제가 됐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종식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지금 종식 시점과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종식을 시도하는 시점이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 완료 시점이라면 이 시기를 당기기 위한 최선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일련의 방역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거리두기 완화 정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방역당국의 원칙 없는 거리두기 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보류'를 권고했다.

의협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원칙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보류하고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접종률이 아직 미진한 단계에서의 성급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자가 증가 추세이고 야외활동과 접촉이 많아지는 시기인 만큼 더욱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 실천이 요구된다"며 "개인 및 단체가 모두 스스로 책임 방역을 할 수 있도록 방역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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