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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확대한다며 약 택배 불가?...제도 시행 목적이 뭐더라?
비대면 진료 확대한다며 약 택배 불가?...제도 시행 목적이 뭐더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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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코로나19 빌미 한시적 비대면 진료 확대 추진...약 택배엔 부정적
감염병 확산 방지, 의료취약지 의료·약제 접근성 확보...제도 취지 '무색'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면서 약 택배 배송을 금지하면, 과연 제도 시행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는 애초 당정이 밝힌 감염병 확산 방지와 의료취약지 의료·약제 접근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비대면 진료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당정이 유독 약 택배 배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전 지역사회 골목골목에 자리잡았던 약국은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 확보가 용이한 의료기관 주변으로 이동했다. 사실상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 주변에 약국이 밀집 개국하고 있는 것.

그런데 비대면 진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묶음'인 약 택배 배송에 대해서는 당정이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유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그간 비대면 진료(전화상담을 포함한 원격진료)에 강하게 반대해 왔으나 코로나19 장기화를 계기로 정부의 1차 의료기관 및 만성질환 관리 중심의 비대면 진료 확대 방침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당과 국무조정실 등이 의약품 택배 배송에 대해 검토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무총리 "규제 챌린지, 비대면 진료·의약품 원격조제 확대"
국무총리는 지난 6월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규제 챌린지를 발표, 의료계와 약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의료계는 코로나19 장기화라는 국가 위기를 틈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계와 지난해 체결한 9·4 의정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계 역시 약 택배 배송 등 의약품 원격조제 추진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6월 24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원격조제에 대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의협은 ▲비대면 진료 대상(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만성질환자, 거동불편 노인·장애인 등) ▲비대면 진료 제공기관(일차의료기관 중심) 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관련 제도를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추진해서는 안 되며,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도서·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조정실-약사회 '약 택배 배송 허용' 놓고 핑퐁 게임?
국무총리 발표와 함께 비대면 진료 확대와 의약품 원격제조 허용을 공식화 하던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은 대한약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당의 우려를 전했다. 약 택배 배송 허용 문제를 놓고 약계의 반발에 국무조정실은 최근 "의약품 원격조제 허용은 여당과 협의 없이 발표했다"며 "약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검토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 총리는 "의약품 원격조제 허용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정책 수석전문위원은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완화나 의약품 택배 서비스 허용 등에 대해 반대하는 당의 입장은 기존과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무총리 발언과 국무조정실 발표에 대해서도 "당의 분명한 입장을 총리실에 전달했고, 총리실에서 당의 입장을 수용했다. 의약품 원격조제 및 약 택배 배송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묘한 뒷맛을 남겼다. "비대면 진료 문제는 의사쪽과 협의해 만든 모델로 반발 없이 한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아니라 감염병 예방법으로 규정했다"면서 "약사회 역시 비대면 형식으로 약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과정은 의료계와 같은 방식으로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약계의 반발로 의약품 원격조제와 약 택배 배송에 대해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사회도 환자가 약국에서 직접 약을 구매하지 않는 유통방식을 준비해 당정에 제안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도를 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는 의약품 원격조제 또는 택배 배송 허용 없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로 보인다. 

의협, 산하단체에 '비대면 진료 화상장비 반납' 공문 발송
의협은 비대면 진료 확대 저지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의협은 지난 16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대한의학회장, 대한공공의학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한국여자의사회장 등에 화상진료장비 반납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의 2020년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화상진료장비 지원사업 예산을 편성하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전화 상담 및 처방 등의 질을 제고하겠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5000여 곳(한 곳당 40만원 상당)에 화상진료 장비를 지원키로 했다. 모니터, 웹캠, 스피커, 마이크 등으로 구성된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에는 총 20억원을 책정했다.

의협은 공문에서 "원격의료 도입 근거 마련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 중단을 정부에 요구함과 동시에 특정 민간업체를 통한 무상 모니터를 제공받지 말 것과 기 지원받은 장비를 해당 업체에 반납하라"면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국무총리는 지난 6월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등을 완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 하기도 전에 화상진료장비 지원사업 추진으로 '방주'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키로 한 9·4 의정합의 위반이자,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종식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는 의료계의 희생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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