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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7:45 (화)
인터뷰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장, 정부 방역 정책 "좀 그렇다?"
인터뷰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장, 정부 방역 정책 "좀 그렇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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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악화 때만 전문가 찾는 행태 고쳐야" 쓴소리
"과학적·학술적 얘기만 할 수 없어" 고충…with 코로나 '시기상조'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현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좀 그렇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이 올 때만 전문가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행태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신종'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어느 때보다 의료전문가들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 방역 대책 수립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4차 대유행 역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 정책'이 실책이었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의협신문]은 정부, 의료인, 국민을 위한 과학적·학술적 제언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을 찾아,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위원회의 역할과 정부 방역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염호기 위원장은 정부는 물론이고, 의협에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일문일답]
Q.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역할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코로나19에 대해 의료인, 국민, 정부를 대상으로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역할이다.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문적 근거, 그리고 유관단체들과 함께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진단의학과, 영상의학과, 예방의학과, 역학전문가,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백신전문가 등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가지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낸다. 효과적인, 오류가 없는. '진짜 전문가적' 의견을 신중하게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

Q.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가 충분하다면 사실 전문가 의견은 필요 없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근거가 약하다 보니 전문가들이 모여 과거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제안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어렵다. 또, 학술적·과학적 이야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Q. 학술적·과학적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위원회인데, '학술적인 이야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재 확진자가 2000명 가까이 도달하고 있다. 당분간 확산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사실 록 다운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경제학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죽기 전에 굶어 죽는다'는 말도 나온다고 하더라. 사회활동 보장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는 마스크 문제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고 조언해야 했다. 하지만 없는데 어쩌겠나. 안 쓰는 것보다는 관리를 잘해가면서 면 마스크나 2·3회 정도 사용 등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원칙을 정하되 사회적 여건이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 허용 범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백신문제 역시 같다고 본다. 없는데 백신의 효과·부작용을 비교해가며 따져봤자 공허한 얘기밖에 안 된다. 더 좋은 백신을 따질 수 없다면 맞지 않는 것과 맞는 것을 비교해 적절한 조언을 해야 한다.

Q. 현재 4차 대유행 원인으로 너무 빨랐던 완화된 거리두기 정책 발표와 무리한 백신 접종 인센티브 추진이 꼽히고 있다. 같은 생각인가?
정부가 어떤 지침이나 정책을 할 때는 나름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실제 발표된 것을 보면 고민의 흔적이 눈에 보인다. 문제는 좀 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전문가'는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와 실제 환자를 보는 임상 전문가를 포함한 의미다. 이런 전문가들이 없는 지침은 편향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탁상공론'이 여기서 나올 수 있다.

선 발표, 후 자문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발표할 때도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린 뒤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거리두기 완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스크 착용' 완화에 대해서는 그간 정부에 친화적인 목소리를 냈던 전문가들조차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대로 발표해버렸다. 이런 방식을 고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분명히 잘못된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성급한 개방이었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다른 국가나 변이 유행 정도나 백신 접종률 등을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상의해 진행했다면 이렇게 확대되진 않았을 거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나 방역 기준이 데이터나 전문가 의견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되고 있다.

Q. 현재 정부의 방역 정책 수립 방식이나 자문을 구하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전체적인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좀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잡힌다 싶으면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는다. 다시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전문가에게 손을 벌린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있다는 느낌이 없다. 만약 질병관리청이 확실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가 백신 관련한 데이터가 상당히 많다. 이 부분을 전문가가 정리하고, 분석한다면 임상에서도, 정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해보자고 아무리 얘기를 해봐도 진척되는 게 없었다.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본다.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염호기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Q.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논란도 있다. 위양성·위음성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이 초창기부터 지적했던 부분이다. 제대로 나온다 해도 숨기는 사례가 분명히 있을 거다. '나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부분 역시 앞서 말한 '전문가 의견 선 경청'이 없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오는 거라고 본다.

Q. 최근 'with 코로나19'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반대의견으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방역 긴장감을 다시 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with 코로나19'를 선언한 영국의 경우 70%의 백신 접종률, 그리고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접촉자에 자동으로 연락이 가는 앱 등 시스템이 바탕이 됐다.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 정도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지금 수도권이 4단계라고 하지만 거리에 나가보면 작년 2단계 상황보다도 많은 사람이 돌아다닌다. 처음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당시보다 주변 확진자 후기나 습득된 정보를 통해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14일 자가격리 방침, 코로나19 치료센터 시스템, 숨은 감염자들에 대한 대책, 사회적인 합의 등 절차들을 하나씩 점검해 나가야 한다.

Q. 주안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를 꼽는다면?
위원회 제1 역할인 정부, 회원. 국민에 학술적 의견을 전하는 부분이다. 현재 NECA, 대한의학회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오늘 만든 지침이 일주일 뒤면 죽은 지침이 된다. 매번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회의를 통해 새로운 의견 제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협 회원들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14일 격리 문제. 검사 횟수, 치료제 효과성 등 단계별로 검증해가면서 전문위원회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연구할 수 있는 재료,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원장으로서 위원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이건 의협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냥 봉사직이다. 위원장이다 보니 어느새 계속 부탁만 하고 있더라.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중요해지면서 온전히 사명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일을 시킬 때 난감한 상황도 많다. 제대로 된 사업이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려면 기존 틀에 갇혀선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하고 싶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예외규정을 마련하는 등 상당 부분 보완되긴 했지만, 아직 방역 정책에서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방역을 할 수 없다. 기존 틀을 깨야 한다.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각 분야에 다각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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