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회관은 단체의 얼굴이요 자존심입니다"

논설위원 칼럼"회관은 단체의 얼굴이요 자존심입니다"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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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단체의 얼굴이고 자존심입니다." 2017년 4월 2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신축 기금  1호 기부자였던 한광수 대한의사협회 고문의 말씀이다. 한 고문의 말씀대로 '의협의 얼굴'이요, '자존심'인 이촌동 신축회관이 내년 6월이면 완공된다니 가슴이 벅차다. 

ⓒ의협신문
내년 6월 완공돼 제2의 이촌동 시대를 이끌 새 의협회관 모습.     ⓒ의협신문

완공 1년여를 앞두고  창립 이래 회관을 둘러싼 기록을 되돌아보니 그야말로 지난하고, 파란만장하다. 

의협은 1908년 11월 15일 창립한 의사연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과 재창립을 거듭했다. 전국의사회의 중앙회로 자리매김한 것은 1947년 조선의학협회부터다. 의협은 창립 이후 변변한 사무실이 없어 서울대병원, 사회부 차관실, 보건부 의정국 등을 전전했다. 1955년 11월에야 종로구 관훈동 옛 의친왕궁을 매입해 첫 번째 자체 회관을 마련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관훈동 회관은 사무공간 외에도 회의실까지 갖춰 대의원총회와 학술집담회까지 개최했지만 1960년 11월 불의의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됐다. 그 후폭풍으로 윤치왕 회장 등 당시 임원진이 총사퇴하는 파란을 겪었고, 이후 마련한 쌍림동 회관은 부채문제로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비로소 안정적인 회무공간이 마련된 것은 1963년 종로구 관철동 회관이었다. 하지만 [의협신문]이 발간되고 강당도 자체 행사를 치르기에는 협소해지면서 새 회관의 필요성이 대두돼 1969년 4월 제21차 정기총회에서 회관 신축을 의결하면서 이촌동 회관이 태동됐다. 같은 해 4월 10일 회관건립전권위원회가 발족해 관철동 회관을 매도하고, 11월 6일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부터 용산구 이촌동 302-75번지 541평을 1900여만 원에 매입했다. 자금 문제로 이촌동 회관의 신축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명주완·한격부·조동수 회장 등 3대에 걸친 집행부의 의지와 실행력, 여기에 어려울 때마다 회원들이 기꺼이 특별성금에 동참해 5년여만인 1974년 4월 완공됐다.

이촌동 회관에서는 21대부터 39대 집행부가 회무에 집중하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의제도를 정착시켰고, 의료보험 도입과정에서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는 한편 국민에게 합리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이래 관치의료로 억압돼 왔던 의사사회가 2000년 의약분업과 의사파업을 통해 의권에 눈을 뜨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이익단체를 넘어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공익단체로서 자리매김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회무가 방대해지고 회세가 더욱 커지면서 새로운 의협의 위상과 참모습을 보여줄 회관 신축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1995년 의협 발전위원회에서 회관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돼 1997년 6월 의협 이전 및 건립계획 확립과 타당성 조사용역 보고서가 나왔으며, 2000년 의료개혁추진위원회 개혁방안 보고서에도 건축 논의가 언급된다. 이후 2002년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준비위원회는 회관 신축을 주요 기념사업으로 채택했지만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의협신문
1970년 골조공사를 마친 옛 이촌동 회관 모습. 당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먼저 입주한 후 모금 운동을 다시 시작해 1974년 4월 26일 완공식을 열었다. 21대 집행부부터 39대 집행부까지 반세기 동안 이촌동 회관에서 의협의 성장기를 이끌었다. ⓒ의협신문

이런 가운데 새 회관 건립에 급시동이 걸린 것은 이촌동 회관에 내려앉은 세월의 무게였다. 노후화로 2016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으며 붕괴 위험 등 안전문제가 급부상하자 2017년 제69차 정기총회에서 신축을 의결하게 됐으며, 이를 위해 2017년 10월 30일  삼구빌딩에 임시둥지를 틀게 됐다. 내년 6월에 완공된다니 이제 1년이면 제2의 이촌동 시대가 열린다. 과거 이촌동 회관 신축 때처럼 39대 추무진 회장부터 현 41대 이필수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과업이 내년이면 완수될 예정이다. 

의협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아무리 어려웠던 시기에도 집행부와 회원들의 의지와 열망이 어우러져 회관신축의 지난한 역사가 이어져 왔다. 의협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335명의 개인 기부자와 210개 단체에서 모두 33억여 원의 기금이 모였다. 당초 목표액 100억 원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회원들의 신뢰를 방증하듯 개인과 단체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기금 모금은 건축 재원의 충당이라는 재정적 의미를 넘어 회원들의 염원과 협회에 대한 애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새 회관은  낙후된 사무·회무 공간의 교체라는 물리적 변화를 넘어 의료계의 활동 역량을 극대화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담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사회에서 '의사' 직종 만큼 전문가로서 자긍심이 강한 전문직도 없을 것이다. 이런 자긍심과 전문가집단을 외형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새 회관'인 만큼 남은 1년 동안 회관 신축에 대한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정성이 더 보태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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