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승소했는데 1년 후 갑자기 행정 재처분 "황당"

재판서 승소했는데 1년 후 갑자기 행정 재처분 "황당"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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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 후 환수·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서 승소했는데 행정 재처분 날벼락
법원 판결 존중해 관례적으로 환수처분금액 50% 돌려주더니 10%만 돌려줘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 "50% 관례 깬 행정부 재처분 페어 플레이 위반" 지적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료기관이 현지조사(실사) 후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및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는데, 보건복지부가 행정재처분을 하면서 환수처분한 금액을 10%만 되돌려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를 통해 법원 판결 이후 보건복지부의 행정 재처분이 너무 과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고용 관련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영업정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판결과 관련한 사건에 대한 민원.

A병원은 2011년 1월 경기도에서 66병상 규모로 개원하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상근시켰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개인사정으로 개원 2개월 후부터 본원과 다른 병원 이중 근무를 부탁해 급여(월급)는 동일하게 지급하고 월, 수, 금 하루 7시간, 1주일에 21시간 근무를 허가했다.

그러나, MRI 설치 기준 중 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 기준과 PACS 청구 시 32시간 이상 근무조건을 인지하지 못해 현지조사(실사) 후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및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

A병원은 2014년 2월경 식당 직영가산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건보공단 조사중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1주일에 21시간 근무사항이 파악됐고, 당시 위법에 대한 언급없이 확인 서명만 받아가 문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건보공단 조사 후 2016년 6월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실사)를 나왔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전속근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수금 약 2억원, 영업정지 50일 처분을 받았다.

A병원은 이런 행정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환수 처분 및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결과, 서울행정법원은(2018년) 환수는 하되, 영업정지 50일은 과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실시간으로 판독업무를 수행했고, 출근·재택 시 업무차이가 없다는 것을 참고해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영업정지를 시행해야 한다며 항소(서울고등법원, 2020년) 했다. 2심에서는 전체 환수도 과해서 환수한 부분을 반환하고, 영업정지도 과하다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전체 환수처분도 과하고, 영업정지 처분도 과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

오히려 1심 판결보다 환수 처분도 과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보건복지부는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문제는 2심 법원판결 이후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조치다.

2심판결이 있은 후 1년 뒤인 2021년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수금 반환 서류(약 2700만원, 계산서 및 서류 보내고 당일 서명해 회신하라고 함)를 A병원에 안내했다.

A병원은 다시 되돌려 주는 환수금이 적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에 이의신청 등을 했으나, 보건복지부는 2021년 7월 9일 2억원 환수금에서 10%에 해당하는 2700만원 정도를 돌려주고, 영업정지 처분 25일 또는 이에 대한 과징금 4억원을 낼 것인지에 대한 서류를 다시 보냈다.

이와 관련 A병원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전적인 잘못이 아니므로 환수 처분과, 영업정지 50일 처분을 기각한 내용임에도, 행정 재처분을 하면서 아무런 기준 제시없이 환수금 일부만 돌려주고, 영업정지 25일 혹은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런 행태에 대해 법조계는 기존 처분의 액수나 기간의 10% 정도만 줄여 재처분하는 것은 법원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행정처분취소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보건복지부가 법원판결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기존 처분에 따른 환수금액이나 자격정지기간의 50% 선에서 재처분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법원판결을 경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행정처분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판결에 적시된 위법 사유를 보완해 새로운 행정처분을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유 없이 기존 처분과 사실상 동일한 처분을 다시 내리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사실상 저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소송법이 행정청에게 일정한 내용의 행정처분을 명하는 이행판결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행정의 독자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당연히 행정청도 법원판결을 존중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법제이사는 "기판력이라는 법리적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행정청이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무시하고 사실상 같은 내용의 처분을 다시 내리는 것은 한마디로 '페어 플레이 위반'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행정청이 '더티하게' 나온다면 이미 오랜 논의가 있어 온 '이행판결'을 입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 때까지 이 사건과 같은 혼란은 오롯이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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