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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활치료센터 사망 "터질 게 터졌다"…의료 시스템 '비상'
기획 생활치료센터 사망 "터질 게 터졌다"…의료 시스템 '비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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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명이 환자 100명·150명 봐야…", "하루하루 겨우 넘긴다" 호소
앰뷸런스·의료진·병상 등 의료자원 '간당간당'…정상적 관리 어려운 구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 사진은 분문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생활치료센터 의료진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 사진은 분문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기획]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누군가의 일상을 위해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의 일상을 포기한 사람들'. 이것은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에 관한 기록이다.
의료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위기 속에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병 위기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 인프라로는 4차 대유행으로 급증하고 있는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특단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중중·전문 치료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의협신문]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기획 두 번째로 의료현장 속 의료진을 들여다봤다.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을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말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거점병원에 자원했던 '평택 박애병원' 현장도 다시 찾았다. 

1. 생활치료센터 사망 "터질 게 터졌다"…의료 시스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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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근무환경 개선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반, 대구 지역 확진자 수가 급증할 당시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치료를 받지 못한 확진자가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의료진의 관리 소홀을 언급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의료진들은 지난 7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4차 대유행 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겨우 넘기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상적인 환자 진료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월 첫째 주까지 정체·소폭 증가세로 둔화하는가 싶었지만, 8월 2주차부터 전국적으로 다시 증가하는 양상으로 전환됐다. 위중증 환자는 150명 내외로 유지하다가 8월 20일 기준 385명으로 증가했고, 환자 증가에 따라 중환자실 등의 병상 여력은 한계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시 8월 20일 브리핑에서 "하루 2500명 이상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현 의료체계에서는 대응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환자 증가 추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장비, 시설 등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언제든지 중증 환자로 발전할 수 있는 경증·무증상 확진자를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확진자 증가로 인한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 인력지침 따르지 않는 생활치료센터 "의사 한 명이 150명 감당"

현재 수도권 소재 공공병원 생활치료센터에 파견 중인 A의사는 "근무 중인 생활치료센터에서 인력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모든 곳의 상황을 알진 못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센터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며 "의료진 한 명이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피로도를 넘어,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환자 관리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7월부터 시작된 4차 대유행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짚었다.

A 의사는 "이전에는 평균 50∼60% 정도의 입소자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거의 80∼90% 정도 가동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의료인력은 그대로다. 오히려 확진자가 급증하고, 센터를 추가로 개소하면서 일부 인력을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중증 환자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A 의사는 "한밤 중에 급하게 이송해야 하는 환자 숫자가 확연하게 늘었다. 하지만 구급차 배정부터 병원 병상 배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오전 9시에 전원을 신청했는 데 저녁 8시에 구급차가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케이스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더 위급한 환자였다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중증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협신문
건강 상태가 악화돼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되는 코로나19 환자.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 "아픈 날에도 쉬지 못하죠"…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커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의사는 물론, 간호 인력 역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 근무 중인 B 간호사는 "몸이 피곤하거나 아픈 날에도 넉넉하지 않은 인력 탓에 쉴 수 없다. 최근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병상 배정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소재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C 간호사는 "현재 간호사의 경우, 3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만약 몸이 아프거나 안 좋더라도 누군가가 대신해 줘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참는 편"이라면서 "쉬는 날이지만 다른 분들이 사정상 근무가 어려우면 대신해야 해 늘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전원 프로토콜에 따라, 발열·호흡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체온이 높은 경우 의사 판단하에 전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환자가 급증하면서 앰뷸런스가 부족한 상황이나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상황이 종종 나온다.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들 역시 불안해한다.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C 간호사는 "이런 강행군 속에서도 환자분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이러한 오해들로 인해 컴플레인이 많이 온다. 이런 설명이나 이해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병상 배정을 담당하고 있는 D 공보의 역시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배정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D 공보의는 "큰 병원이나 거점병원 등 대부분 병원 병상이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환자를 경기도권으로 입원 배정하는 일도 늘었다"며 "그야말로 하루하루 겨우 넘기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배정업무가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출·퇴근도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D 공보의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유 병상이 거의 없는데, 병상 배정은 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의료진의 과로도가 더 심해졌다"며 "이러한 업무 과중 문제로 최근 보건의료노조에서 파업을 예고했다.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이로 인한 공백을 나머지 의료진이 떠안아야 할 수 있다. 계속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희미해져 힘들다"…의료인 근무 환경, 환자 안전·생명과 직결

현행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환자 100인당 최소 3명 이상의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 100~150명을 의사 1명이 도맡아 진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앞서 8월 18일 해당 문제에 대한 성명을 내고, 급증하는 환자 수로 인해 일부 생활치료센터에서 인력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부족을 이유로 확진자를 치료하는 시설에 파견을 다녀온 의료진 자가모니터링 기간을 임의로 줄이는 사례도 나왔다.

공보의들은 "입소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누적된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생활치료센터 권고안을 준수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 공보의는 "최소한 권장 인력기준만이라도 지켜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이 부분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인력이 없이 24시간 내내 근무를 하게 되면 사람인지라 전원 판단 등에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수 대공협 회장은 "사실 근무 환경만 놓고 본다면 초창기의 상황이 더 열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노력하면, 열심히 하면 금방 (코로나19 상황이) 극복될거란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방역정책이나 예방접종 방침 등 공보의를 포함한 의료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확진자 수가 늘어나다 보니 더 지치고, 피로를 더욱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임진수 회장은 "온 국민이 다 힘든 상황이다. 의료진만 힘들다거나 단순히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장 환자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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