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발병 기전 규명…치료법 개발 새 전기 

뇌전증 발병 기전 규명…치료법 개발 새 전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8.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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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공동연구팀, 유전체학·신경생물학·계산뇌과학 등 다학제 접근 성과  
MTOR 유전자 돌연변이 의한 약물 저항성 높은 뇌전증 발병 매커니즘 밝혀
뇌 내부 극소수 세포 돌연변이 따라 신경망 상태가 바뀌는 구체적 기전 제시

뇌전증 발병 기전이 밝혀지면서 새 치료법 개발에 전기가 마련됐다. 

KAIST 이정호(의과학대학원)·백세범(바이오및뇌공학과)·손종우(생명과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MTOR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약물 저항성이 높은 뇌전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8월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극소수의 신경세포에 발생한 돌연변이가 신경망의 과다 활동(hyperactivity) 상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 뇌전증의 발병 원인 및 치료법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3개 학과간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세포 내 유전학적인 관점에서부터 단일 신경세포의 전기생리학, 이로부터 근접 거리에 있는 뇌조직 네트워크, 뇌 전체 수준에서의 신경망 수준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실험 및 시뮬레이션 연구를 융합해 뇌전증의 복잡한 발병 메커니즘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성과를 얻었다. 

국소피질 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FCD)은 대뇌발달 과정에서 일부 신경줄기세포의 mTOR 경로상의 체성유전변이(MTOR·TSC·DEPDC5)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한 뇌전증 원인 중 하나이며 항뇌전증제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최근 유전체학 연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FCD의 원인이 대뇌발달 과정에서 일부 신경줄기세포에서 발생한 mTOR 경로상의 체성유전변이임이 알려졌지만, 어떤 기전을 통해 이들 유전자 변이들이 뇌전증을 포함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의 표현형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FCD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발병 기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임에도, 소수의 신경세포에서 기원하는 돌연변이가 어떻게 전반적인 뇌신경망의 활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림] 유전체학·신경생물학·계산뇌과학 분야에 걸친 공동 연구를 통해 발견한 뇌전증 관련 발작활성도의 완화 효과
[그림] 유전체학·신경생물학·계산뇌과학 분야에 걸친 공동 연구를 통해 발견한 뇌전증 관련 발작활성도의 완화 효과

연구팀은 FCD 환자의 실제 조직과 같은 질환을 가진 동물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개별 신경세포의 체성유전변이가 신경망 수준의 발작도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원리를 규명했다.

먼저 체성유전변이는 뇌 조직의 5% 이하인 적은 수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며, 해당 신경세포들의 전기적 성질이 정상 세포와는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대다수 정상 세포를 포함한 전반적인 신경망 활동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런 돌연변이는 매우 적은 비율의 신경세포에만 국한돼 있어, 이 세포들 자체의 전기적 성질 변화만으로는 전체 신경망의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뇌전증에서 보이는 신경망 수준의 발작 활성도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후속 실험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유도할 수 있는 활성도가 MTOR 체성 유전변이를 가진 신경세포가 아니라 그 세포들 주변의 변이가 없는 신경세포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유전자 변이를 가진 신경세포의 활성도가 뇌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이들 세포가 주변 대다수 비변이 신경세포에 특정 변화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전체 신경망 수준의 발작 활성도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는 뇌 체성유전변이로 인한 비세포 자율성 활성도(non-cell autonomous hyperexcitability)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

이에 착안해 추가적인 동물실험과 수술 후 환자 뇌 조직을 이용한 연구 결과, MTOR 체성유전변이를 가진 세포에서는 ADK(adenosine kinase·아데노신 키나제) 유전자가 과발현됐다. 또 이로부터 주변 대다수 비변이 신경세포의 네트워크 체계가 교란돼 과활성도가 유도되고, 전체 신경망 수준의 과다 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고현용(의과학대학원)·장재선(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와 주상현 학생(생명과학과) 등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신경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뉴롤로지>(Annals of Neurology) 7월 29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Non-cell autonomous epileptogenesis in focal cortical dysplasia'. 

연구팀은 "약물 저항성이 높아 기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뇌전증의 발병 원인에 대해 한층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라며 "한 분야의 실험이나 연구 기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유전체학·신경생물학·계산뇌과학에 걸친 다학제적 접근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효과적인 공동연구의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보건복지부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서경배과학재단, 소바젠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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