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와 '新조삼모사'
'문재인 케어'와 '新조삼모사'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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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본질…세금 안 쓰겠다는 것"

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도토리를 나눠 주는 저공(狙公)의 잔꾀에 속는 원숭이들의 어리석음에 웃는다.

어떻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순서만 바꾼 것에 대해 기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숭이들처럼 지극히 단순한 상대방의 잔꾀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 국민은 이 원숭이들보다 더 어이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제 新조삼모사 이야기를 가정해 보자. 사실은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나눠 주는 도토리가 원숭이들 것이었다. 즉 원숭이들이 평소에 도토리를 모아 저공에게 맡겨 놓았고 저공은 나눠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공은 자신의 도토리를 한 개도 추가하지 않았다. 오로지 원숭이들이 모아 놓은 도토리를 가지고 순서만 바꿔 주면서 "내가 너희들의 배를 부르게 해 주었다"며 자랑한다. 그런데도 원숭이들은 저공에게 많은 혜택을 받았다면서 좋아한다. 사람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소위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국민이 9조 2000억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아낄 수 있었다고? 이 말은 비급여를 급여화함으로써 본인부담으로 해결할 것을 건강보험료 가지고 해결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산이 아니라 가입자의 공동재산이다.

반대급부가 예정돼 있지 않은 세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반드시 건강보험에 써야 한다. 왜냐하면 건강보험료는 세금과 달리 가입자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는 17년 하반기부터 22년까지 총 30조 6000억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중 20조원은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누적적립금은 문 대통령의 재산이 아니라 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를 아껴 둔 공동재산이다.

박근혜 정부는 법에 규정된 대로 착실하게 적립해 약 20조원을 모아 문재인 정부에 넘겨 주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료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평균 3.2% 정도 올리겠다고 하였다. 이 건강보험료 역시 가입자의 공동재산이다. 

문재인 케어에서 가입자의 공동재산이 아닌 부분은 국고지원금이다. 문재인 케어는 국고지원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을 뿐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2021년 국회예산정책처의 국정감사 이슈분석에 따르면 정부지원금 지원 비율은 최근 5년 동안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2∼12.3% 범위로 법정지원 기준인 100분의 14에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세금을 지원하는 규모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결국 문재인 케어의 본질은 세금을 안 쓰겠다는 것이다. 가입자의 공동재산인 건강보험료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매우 안 좋은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부분을 적립해 놓으라는 법도 지키지 않고 전 정부가 적립해 놓은 가입자의 공동재산을 마구 가져다 쓴 것이다. 그래서 적립은 커녕 건강보험은 해마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모여 국민의 부담을 줄여 줬다고 자랑하고 있다. 마치 원숭이들이 모아 놓은 도토리를 가지고 나중에 도토리가 부족해 굶든 말든 미리 퍼주면서 "내가 너희들의 배를 부르게 해 주었다"고 자랑하는 꼴이다. 국민은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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