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병·의원 소리없는 아우성..."백신 수급량 들쭉날쭉, 던져주고 나 몰라라"
돗대기 시장된 병·의원, 일반환자 진료 포기 오래..."소명감만으로 감내 무리"
정책 개선요구에도 정부는 접종률 홍보만..."의료악법 추진 뒤통수에 아연실색"
'누군가의 일상을 위해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의 일상을 포기한 사람들'. 이것은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에 관한 기록이다.
의료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위기 속에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병 위기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 인프라로는 4차 대유행으로 급증하고 있는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특단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중중·전문 치료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의 '하루에 1백만명 이상 접종 가능', '9월 말까지 국민 3600만명 이상 1차접종 완료'라는 호언장담에 민간위탁의료기관은 무너지고 있다.
환자 감소로 인한 경영난, 정부의 무관심과 책임 전가, 그리고 국민의 불편과 고충까지 감내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의 이중·삼중고는 눈물겹다.
백신접종료 1만 9000원에 몸과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의 무리한 백신정책에 협력하고 있는 위탁의료기관들이 가슴 속으로만 외치는 아우성은 한계에 이르러 폭발 직전이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기억도 안 난다. 참다 못해 방역당국에 개선을 요청해봤지만, 개선은 '1'도 안 됐다."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은 환자 감소, 정부 정책 미흡에 대한 환자·직원 불만을 감수하며 몸과 영혼까지 갈아 넣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국민은 떼돈 버는 줄 안다. 속이 터진다."
"백신접종 예약시스템 오류, 수급량 차질, 접종대상 변경 불만, 백신예약 변경·선택 요구 등으로 정신이 없다. 일반환자 진료 차질? 포기한지 오래다."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은 이미 돗대기 시장이 된지 오래다. 그런 와중에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 의료법 등 입법 추진 소식을 들었다. 앞에서는 '덕분에' 캠페인을 하면서 감사를 표하는 국회와 정부가 코로나19 근절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계에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나,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이런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경기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26일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민간위탁의료기관'의 어려움을 묻자 탄식부터 쏟아냈다.
"백신접종을 시작한지 2개월이 좀 지났다. 그간 겪은 어려움이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 힘들어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환자가 감소해 백신접종이 경영에 일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칫 과도한 업무로 인한 접종사고나 진료 시 오진의 위험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백신접종의 속도를 높이기에만 열을 올리기 보다는 속도를 좀 늦추더라도 안전한 접종을 위해 의료계와 질병관리청, 보건소, 그리고 국민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의료기관도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예방접종을 경험한 바가 없다. 원활한 접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정부와 방역당국의 방역지침과 시스템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경기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도 "사실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정부와 방역당국의 사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백신접종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방역당국과의 소통 부족, 즉 일선 의료기관의 애로사항을 잘 듣고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의료기관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국민 홍보를 통해 도와줘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때때로 접종예약시스템 '먹통'...1인 등록에 5∼10분 걸려"
49세 이하 백신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에서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C원장은 "오후 2시 30부터 4시 반까지 2시간 동안 등록시스템이 느려져, 평소 1∼2분이면 가능했던 환자 예약등록이 5∼10분으로 길어졌다. 한 번 등록시스템에 접속하면 다른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예약 차질은 물론 일반환자 진료 차질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강원도에서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D원장도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의 잦은 먹통 및 접속 지연 사태 반복에 넌덜머리가 난다"며 탄식했다.
그는 "접종 전에 일일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서 자격요건과 본인에게 배정된 백신의 종류(2차접종 백신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으므로)를 실시간 확인 후 접종을 해야하는데, 시스템이 먹통이 돼서 한 번 느려지기 시작하면 환자 한 명 조회하는데 5분 넘게 걸린다. 그 사이 접종도 못하고, 의사와 접종 대기자는 멀뚱멀뚱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대기실은 '돗대기 시장',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은 불평은 쏟아 내는데, 속이 터져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E원장은 "예방접종 등록시스템, 개선 요구하기도 입 아프다"면서 "접종 예약자 배정 받은 후 일일이 접종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고, 변경사항 재확인도 많으며, 다제백신 접종에 따른 혼용 방지를 위해 분류하고 스티커 붙이고, 접종 전 백신 소분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확인하고, 업무 부담이 엄청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들은 백신접종으로 의료기관이 떼돈 버는 줄 아는데, 1인당 접종비용 1만 9000원 받는다. 그러면서 접종 변경, 접종 지연, 백신 선택 요구 등에 대한 온갖 불평을 감내해야 한다. 일반환자 정상진료를 포기한지는 이미 오래됐다"라면서 "정부는 백신만 던져주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태도다. 의료인의 소명감만으로 버티기엔 한계"라고 했다.
"백신수급 차질 불만·백신 선택 고집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
충청남도에서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F원장은 "질병관리청의 접종대상별 접종백신 종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환자들의 '분풀이'는 온전히 나와 직원들 몫이다. 2차 접종 대상자의 경우 교차접종 언론보도에 백신 선택을 요구하는 환자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지침을 마련해 국민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차 접종 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빈번하다. 고령자의 경우 자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말라고 했다며 막무가내로 접종을 거부하면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요구한다. 얀센 백신은 양이 적어 예약이 금방 차버렸다. 얀센 백신 접종을 원하는 환자에게 사정을 얘기했는데, 환자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으니 얀센 백신 접종 가능한 의료기관에 부탁하라고 했다더라"면서 실소했다.
경기도 B원장은 "이제 18세에서 49세 접종 예약이 끝났다 했더니, 또 다시 추석 이후 미접종자를 위해 9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접종 물량을 늘려 놓고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새로 접종 예약을 하라고 한다.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는데 기존 예약자 소화할 시간도 없어서 방법이 없다"면서 "백신휴가를 주는 기업정책으로 인해 월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접종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수요일, 목요일에는 접종이 적은 것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접종 예약시간 무시, 예약 취소, 재접종 문의...환자 예약문화 몰이해 몸살"
강원도 D원장은 접종 예약자의 '노쇼(No Show)'와 재접종 문의 등 의료기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환자들의 태도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우리나라, 특히 시골 지역은 예약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시간별 예약으로 접종인원을 정해놔도 본인들 편한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 의료기관이 감당하기가 여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예약한 시간을 무시하고 찾아와 접종을 요구하면 특정 시간에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불만이 터진다. 그 와중에 백신 분류부터 중복 등 발생 가능한 문제를 다시 체크해야 한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지켜보기 안타깝지만, 빌고 부탁해 참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라북도에서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G원장은 "예약한 접종시간을 무시하고 들이치는 환자들이 대기시간 길다며 고성을 지를 때면 정신이 아찔하다. 이런 것까지 감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원죄라고 생각하고 웃는다. 힘들어서 퇴직하겠다는 직원 달래기도 쉽지 않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화이자백신 선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거부...잔여백신 폐기, 아깝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일부 언론과 유투브 매체 지적으로 확산된 특정 백신 선호현상이 잔여백신 폐기량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서울의 E원장은 "최근 교차접종 효과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선택의 여지 없이 1차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2차 접종 시 화이자 백신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접종기관에 배정된 백신량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인데도 환자들은 언론보도에 따른 선호백신 접종을 원하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쏟아지는 욕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바이알에 12명 분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폐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때 백신 부족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는데, 국력이 약한 제3세계 나라에서의 1차 접종률이 미미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