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살만큼 살았다고 박차고 나가지만
막상 나를 떠나는 순간
온갖 멸시와 천대를 겪으며 세상에 버려지는
머리카락이 그렇고
손발톱과 대소변이 그렇고
타액과 정액 또한 그렇다
한때 나였다가 나의 일부였다가
가장 추한 모습으로 나를 찔러대는
뼈와 살을 내어주마 하더니
간까지 빼어 주겠다더니
손가락을 잘라 맹세하더니
부딪치면 깨졌다
떨어져 있을 땐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불빛마저도
잠깐 스쳤다 사라져버린 꿈과
오래토록 나를 옭아맸던 신념과
영원히 내 곁에 있으리라 믿고 싶은 사랑
내가 집이라고 굳게 믿고 들락거렸던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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