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성장 위해 MD 출신 VC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로 변경했죠"
환자를 본 경험이 있다는 자체가 큰 자산..."브랜드파워 쌓는 능력 키워야"
IMM 인베스트먼트의 문여정 상무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산부인과 전문의다. 연세의대에서 임상의과학자 양성 과정으로 약리학 박사과정도 취득했다. 이후 병원에서 2년 동안 몸담고 있다가 2016년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며 벤처캐피털(VC)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문여정 상무는 MD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1호로서 6년 동안 꾸준히 투자 활동을 하면서 각종 강연, 학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의사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기자는 8월 무더위가 가실 때쯤, 문여정 상무를 만났다. 무언가 '1호'가 된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앞설 것 같았지만, 그에게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3년]
Q. 먼저 '산부인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술'하는 것을 좋아했고 아이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소아 수술의사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이러한 관심들이 결국엔 산부인과를 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산부인과 전문의에서 VC로 진로를 바꿨는데 VC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VC로 활동하기로 한 결심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에 큰 영향을 받았고 IT기술이 좋아지고 있다 보니 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창업도 잠깐 고민했지만 당시 다양한 VC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VC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습니다.
결심한 어떤 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약회사의 offer를 거절했을 당시 VC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MD 출신의 VC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에 내가 서 있고 싶었어요.
Q. 보통의 의사들과는 다른 진로를 선택했는데 처음 가는 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두려움은 없었어요. 병원에 계속 있는 것보다 VC로 활동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저 자신은 큰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Q. 학부생 때도 VC에 관심이 있었나요. 또 경제나 금융 쪽 공부를 따로 했는지.
학부생 때는 VC의 존재도 몰랐고, 산부인과 전공의를 마치고 교수의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학생 때는 의사로서 임상분야 외의 다른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배들의 강연과 인터뷰를 듣고 '다른 진로' 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은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VC라는 업 자체에 대해서는 학생 때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진로였어요. 학부생 때 거시경제에 관한 관심은 있었지만, 주식투자를 직접 하거나 재무제표를 읽어본다든가 하는 경제 관련 지식을 쌓을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Q. 학부생 때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가졌는지요? 또 과거로 돌아간다면 학부생 때 어떤 경험과 소양을 쌓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학생 때에는 과대, 부과대, 학습부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당시의 경험이 현재 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활동하는데 좋은 양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영어공부를 꾸준히 할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중국어도 배운다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다양한 채널들이 많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자신의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배울 기회가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독서나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본인 스스로 겸손한 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회의 빠른 변화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제 브랜드파워는 1호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있어요. 브랜드파워를 쌓으려면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기본이며, 평판을 잘 쌓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하는 것이 브랜드파워를 쌓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VC로 활동하는데 의사로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을까요? 또 '의사'라는 직업이 현재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의사로서 유리한 점은 '임상경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환자를 본 경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됩니다.
예를 들어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에서 third line에서 약을 썼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어요. 또 한가지의 예로서 MD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세계적으로는 흔한 질병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세계적으로 드문 질병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불리한 점이라면 그동안 VC에 의사 출신이 없었기 때문에 아는 선배가 없다는 것이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는 내가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벤처를 새로 발굴할 때 '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주는 인사이트와 수련과정에서 쌓은 인사이트가 서로 다른지요. 만약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의과대학에서 배웠던 어떤 지식으로 투자를 결정한 적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항상 후배 의사들에게 전문의 과정까지 마치고 오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수련과정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했던 경험이나 사망선고와 같은 경험들이 전공의에게 소중한 경험이지요.
이런 경험의 여부가 바깥의 다른 일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문의까지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공의 때 쌓은 임상경험이 바탕이 돼 어떤 회사에 투자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Q. 의사로서 벤처캐피털리스트라는 직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평소에 어떤 소양을 쌓는 것이 필요할까요?
의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독서나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본인 스스로 겸손한 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회의 빠른 변화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Q. 만약 현재 활동하시는 분야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추천할 '전문과'가 있을까요? 또 VC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수련을 추천하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전공의 과정은 권하고 싶고, (전문과로는) 내과나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산부인과는 초음파도 할 수 있고 선천성 기형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데다 수술경험도 쌓을 수 있어요. 산부인과는 임신과 관련된 온갖 내과 지식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과라고 생각합니다.
Q. 임상의사로, 그리고 비임상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분들도 있는데, 혹시 의사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벤처 분야에서 임상의사로 활동하면서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임상과의 병행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임상과 병행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분은 임상분야에서의 기반이 이미 있는 상태였어요.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임상과의 병행은 어렵다고 봅니다.
Q. '문여정'이라는 브랜드파워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브랜드파워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벤처투자에서는 어떤 힘으로 작용하는지, 아울러 이런 파워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제 브랜드파워는 1호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있어요. 저는 여러 정보를 끌어오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강연이나 학회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습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브랜드파워를 쌓는 방법이지요.
또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나만의 브랜드파워를 쌓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파워를 쌓으려면,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기본이며 평판을 잘 쌓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하는 것이 브랜드파워를 쌓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