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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집중취재 CCTV 이어 전문간호사까지 여론몰이...전문성은 뒷전
집중취재 CCTV 이어 전문간호사까지 여론몰이...전문성은 뒷전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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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여론조사에 의료계 불만 '고조'..."전문적 판단 무시한 여론조사" 지적
진영 간 머릿수 대결 조장...직역 간 갈등만 증폭 보건의료발전 저해요인 작용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 공지 갈무리. ⓒ의협신문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 공지 갈무리. ⓒ의협신문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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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는 정부 산하단체의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단순 여론몰이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왜곡된 의료입법·정책·제도 시도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쟁점에 대한 의과학적, 의료사회학적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집단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해 펼치는 진영 간 머릿수 대결 조장은 서로 협력해야 할 의료직역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켜, 결국 중장기적 보건의료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특정 시기에 여당과 정부가 선거 승리를 위한 손 쉬운 수단으로 직역단체 간 갈등을 악용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태도에 대한 성토가 커지고 있다.

권익위, 전문간호사 인정 및 업무범위 규정 '전자공청회' 진행중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8월 3일부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제목은 전자공청회이지만, 사실상 찬반의견을 수렴하는 일종의 여론조사 형식이다.

권익위 전자공청회 발제자는 해당 규칙을 입법예고한 보건복지부다.

보건복지부는 공청회 발제요약을 통해 "의료법(법률 제15540호, 2018.3.27. 개정, 2020.3.28. 시행) 제78조 개정에 따라,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전문간호사의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질 관리 업무를 전문성을 가진 관계기관이 수행하고 있으나 업무 위탁의 근거가 부재해 이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발제내용으로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수렴하고자 그 취지와 주요내용을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공고한다"고 했다. 그리고 규칙 전문을 첨부했다.

세부내용으로는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 범위를 규정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질 관리 업무의 위탁 근거를 신설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전문간호사 실무경력인정기관 및 실습협약기관 관련 타법 개정사항, 공식 명칭 변경 사항등을 반영 등으로 설명했다.

의사 처방 외 '지도'에 의한 간호업무·간호사 마취 허용 등 포함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안은 전문간호사 분야별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질 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골자는 '전문간호사 분야별 업무범위'에 '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규정 신설이다.

전문간호사는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로 구분한다. 이 중 입법예고안에서는 '보건·정신·산업·노인'범위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외에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업무' 규정을 신설한 것.

전문가호사회가 문제의 규정에 찬성을 독려하며 회원들에게 발송한 단체문자. ⓒ의협신문
병원간호사회가 권익위 전자공청회 사이트 문제의 규정에 찬성을 독려하며 회원들에게 발송한 단체문자. ⓒ의협신문
전문간호사회가 권익위 전자공청회 사이트 문제의 규정에 찬성투표를 독려하며 회원들에게 발송한 단체문자. 1명이 3~4개의 다른 계정으로 중복투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협신문
전문간호사회가 권익위 전자공청회 사이트 문제의 규정에 찬성투표를 독려하며 회원들에게 발송한 단체문자. 1명이 3~4개의 다른 계정으로 중복투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협 "다수결, 민주주의 대원칙...쟁점 특수성 몰이해 다수결, 위험"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쟁점에 대해 정치권의 의도와 관련 단체의 이기주의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우려를 묵살하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협신문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협신문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지만, 전문분야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제도 수립에 대한 결정을 다수결로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인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치세력이나 집단이 몰아가기식으로 여론을 이용해 법과 제도를 만들면서 수많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어떤 정책·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어떤 의도에서 정책·제도를 선 시행, 후 보완하겠다는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고, 특히 의료 분야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문제의 설문조사 초기에 전문간호사제에 찬성하는 표와 반대하는 표가 3000 대 100 정도였는데, 나중에 응급구조사들이 반대시위를 하면서 상황이 찬성 3000표 대 반대 4000표로 역전됐다. 그러자 병원의사회와 전문간호사회에서 회원에게 찬성 독려 문자를 보내, 투표결과가 또다시 역전됐다"면서 "이런 식으로 제대로 설계된 여론조사가 아니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직역의 사활을 걸고 몰표를 던지고, 그 결과가 입법·정책·제도 시행에 반영되는 구조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의료계 "치졸하고 악랄한 수법...민의 왜곡,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볼 것"

이런 현상과 결과에 대해 A 개원의는 "아무래도 보건복지부와 권익위가 직역 편가르기를 동원해 전문간호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하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온라인 투표로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며,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숫자가 많은 직역단체의 공화국이 되겠다"고 실소했다.

B 지역의사회 임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특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집단의 유효표 수를 고려해 치졸하고 악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면서 "이런 현실을 직면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정치인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이 저지른 파렴치한 범죄들이 때때로 언론에 보도돼 국민의 분노를 사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진심과 상황을 알아 줬으면 한다. 의협도 이런 회원들의 마음을 대외적으로 잘 알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 지역의사회 임원은 "여론을 등에 없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는 정치권의 태도에 신물이 난다. 결과가 예상되는 일방적 여론조사를 자세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시행해서 그 결과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호도하고 여론을 형성,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취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관련 직군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래서야 되겠나"라고 분개했다.

그는 또 "제대로 된 여론을 수렴하려면 국민이 그리고 이해단체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라"면서 "최소한의 여론조사 형식, 신뢰도 보장도 할 수 없는 주먹구구식 집단투표 결과가 마치 객관적 여론인냥 포장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제도를 추진하는 동력으로 악용하는 정치권은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익위, 처음이 아니다...수술실 CCTV법 논란 때도 마찬가지

한편, 권익위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 국회 논의 당시에도 비슷할 일을 벌였다.

권익위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찬반여론을 파악하겠다며 '국민 의견을 묻습니다'라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권익위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자 1만 3959명 중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찬성 1만 3667명(97.9%), 반대 292명(2.1%)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권익위 설문조사의 문제점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찬성과 반대를 묻는 문항에 '최근 대리수술 의혹이 발생한 병원 사례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이라는 문구를 표시해 설문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설문 응답 시, 실명인증이 아닌 웹사이트 로그인 방식을 사용해 사용자 한 사람이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의 아이디를 이용해 여러 번 다중 투표가 가능한 구조였다"는 점도 짚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권익위 설문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데는 비교 근거가 있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중앙일보 'Hot Poll'에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설문조사(인터넷 설문) 결과가 그것.

중앙일보 'Hot Poll' 설문조사 결과, 총 3만 4685명 중 찬반 의견이 49% 대 49%로 팽팽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의약품이나 치료재료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용돼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주지만, 국가의 의료정책과 제도는 모든 국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로 이용되는 설문조사 방식에 안전성·유효성과 같은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객관성·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국가로서는 매우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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