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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인센티브' 기준, 근거는 있나?…"전문가도 의문"
'백신 접종 인센티브' 기준, 근거는 있나?…"전문가도 의문"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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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완료 8명 vs 미접종 4명, 더 위험한 쪽은?" 의구심
"축적 데이터 토대로, 보다 합리적인 기준 세워야" 조언

"(방역기준 위반인)백신접종 완료자 8명 모임과 (방역기준에 부합하는) 백신 미접종자 4명 중 위험도가 더 높은 쪽은 어디일까?"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조치를 4주 더 연장한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적 모임' 인센티브 확대조치가 함께 마련됐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적모임 '완화 기준'을 발표, 6일부터 적용했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의 경우, 식당·카페와 가정에서 접종 완료자를 포함한 6인까지 모임을 허용한다. 접종 완료자가 아닌 경우(1차 접종자 포함)는 종전처럼 오후 6시 전까지 4인,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 사적모임 제한을 적용한다.

이때 사적모임 제한은 '미접종자'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오후 6시 이후에 미접종자 2명이 모인다면 접종완료자 4명이 추가로 모일 수 있다. 오후 6시 이전에는 미접종자 4인이 모일 수 있고, 접종완료자 2명이 이 모임에 함께할 수 있다. 즉, 미접종자 3명과 접종 완료자 3명 모임 중에 오후 6시가 되면 미접종자 한 명은 보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시간 제한, 그리고 접종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에 인센티브 자체의 복잡함·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애초에 이런 복잡한 기준의 지침이 '어떤 근거로 등장했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문도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주요 조치 내용 (9월 6일~10월 3일) (출처=보건복지부)ⓒ의협신문
사회적 거리두기 주요 조치 내용 (9월 6일~10월 3일) (출처=보건복지부)ⓒ의협신문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는 개인 SNS를 통해 "백신 미접종자 2명과 백신 접종 완료자 4명 vs 백신 접종 완료자 8명, 어느 쪽이 더 위험도가 높을까"라며 이번 '백신 인센티브' 기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시간별로 허용 인원을 달리한 것에 대해서도 "6시 이전 백신 미접종자 4명과 백신 접종 완료자 2명, 그리고 6시 이후 백신 미접종자 2명과 백신 접종 완료자 4명의 차이가 관련 무엇인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엄중식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백신 인센티브 확대가 모임 기준을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구성 인원과 시간 구분 등이 "왜 필요한가?"라는 궁금함이 있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이전에 마련했던 기준에서 인원을 늘리기 위해 접종 완료자 숫자를 끼워 맞추다 보니, 이러한 어색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왜 하필 저녁 6시를 기준으로 구성원을 달리하는 지침을 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미접종자에 대한 기존 룰을 그대로 두되, 감염 리스크나 전파 리스크가 낮다고 확인된 백신 접종 완료자들끼리의 모임 숫자·시간 제한을 푸는 게 더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기준은 어떤 전문가에게 근거를 대라고해도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미접종자 모임에 대한 기존 제한을 두고, 완료자에 대한 시간·인원 제한을 푸는 방식을 통해, 접종을 더 독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엄 교수는 "특히 접종 완료자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준 완화와 유행의 영향 등 분석 자료도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태 초반부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해 온 이재현 전문의(소아청소년과) 역시 백신 인센티브 인원 구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재현 전문의는 "사실 미접종자 몇 명과 접종자 몇 명이 모여야 안전하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하지만 안전한 순서로 본다면 접종완료자만으로 구성된 모임, 1차 접종 완료자와 접종 완료자 모임, 마지막으로 미접종자가 함께한 모임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굳이 미접종자와 접종 완료자 인원수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시간대에 상관없이 미접종자 2명에 접종 완료자는 인원수 제한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현재 돌파 감염 확률이 0.04%라고 발표하면서도, 접종 완료자의 인원 제한이 별도로, 그것도 시간별로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 근거가 모자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의는 "오후 6시라는 기준은 직장인 근무시간 이후에 활발한 사적모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적 모임이 더욱 활발한 주말에 대해서도 평일과 동일한 시간 기준을 두는 것이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보다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 완료자와 미접종자가 각각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상황에서 얼마나 감염됐는지, 또는 안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제한 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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