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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전문간호사 의료계의 우려는 기우일까?
논설위원 칼럼 전문간호사 의료계의 우려는 기우일까?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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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13일까지 진행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협, 응급구조사협회, 찬성입장인 간협 등이 연일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앞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나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로 조용할 틈이 없다. 보건의료·장애인·보육·공공보건 등 이해 관계가 얽힌 사안이 많다 보니 크고 작은 시위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위 양상은 흔치 않다. 지난 8월 31일 대한의사협회의 릴레이 1인시위에 이어 9월 1일에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가 동참하더니, 9월 3일부터는 대한간호협회가 등판해 맞불 시위에 나서면서 하나의 사안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의협과 간협은 13일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인데, 이처럼 뜨거운 시위현장이 연출된 것은 다름아닌 지난 8월 3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13일까지 입법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결의 불씨가 된 규칙 개정안의 내용을 세세히 보지 않더라도 의협, 간협, 응급구조사협회가 1인 시위에 들고 나온 피켓만 봐도 왜 이런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는지 충분히 독해가능하다. 

현행 의료법 제2조에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업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 '지도에 따른 처방'이란 문구가 신설되면서 상위법인 의료법의 법령체계를 뛰어넘고, 특히 마취통증의학과·응급의료 부문에서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의사의 진료권이 침해될 것이란 걱정이 크다.

여기에  '전문간호사의 지도' 주체에 뜬금없이 '한의사'를 포함시켜  한방의료행위만 할 수 있는 한의사가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주사나 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료계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불법 진료보조인력 문제의 대안으로 논의돼 마련한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이 오히려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의 확대와 의료인 면허체계의 대혼돈을 야기할 서곡이 될 판이니 의료계에 '결사항전'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태를 맞은데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조정 능력 탓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의료법 개정이후 하위 법령 마련에 3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에야 간호사근무환경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의협과 병협, 간협 등과 3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직역 간 이해 관계 조정이 가장 큰 관건이었지만, 연일 쏟아지는 성명의 홍수와 1인 시위의 각축을 보면 완전히 실패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전문직이든 직무영역을 가능한 확장하면서 '권력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간호사 역시 자신의 직무영역을 넓히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의 법령체계를 뛰어넘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거나 응급구조사 등 주변 직역의 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마취과의사회가 입장문에서 적시한 것 처럼 "직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현 상황을 기망하고 호도하는 극도의 고도화된 전형적 직역이기주의의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세종청사 앞 간호협회 1인 시위 피켓에는 "의사 할 일, 간호사 할일 명확히 규정한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법 조속히 시행하라"고 쓰여있다.

간호계의 주장 만큼 이번 전문간호사 시행 규칙안은 단순하지 않다. 진료보조인력의 양성화를 넘어 일부 의료행위의 간호사 단독 시술·처치 허용, 나아가 단독개원 등으로 이어지는 '빅 픽쳐'가 의료계의 기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는 간호관련 정책의 수립·조정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간호정책과'가 신설됐으며, 국회에서는 간호법제정을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의협의 의견서, 직역의사회, 시도의사회 등의 연일 계속된 릴레이 시위와 성명은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에 의료계는 왜 반대하는지 그 명분과 사유를 충분히 표출했다.

13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이제 정부의 시간이다. 그동안 성명서에 빈번히 등장했던 '결사항전'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의료계의 '천명'과 '다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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