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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보험연계법' 입법 추진…'익명 정보'면 부작용 없을까?
'공사보험연계법' 입법 추진…'익명 정보'면 부작용 없을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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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관계자 "원안 핵심내용 그대로 유지한 채 입법 추진할 것"
의협 "익명 정보도 실손보험사 이익에 활용 가능…유출 위험성 여전"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공사보험 간 제도 연계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 당시 원안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며 정부 입법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의협·병협·치협 등 전 의료계가 반발했던 사안으로, 원안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다시 한번 큰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간의 연계와 협력 근거 마련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과 '보험업법' 원안 핵심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며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 기간 동안 70여 곳에서 의견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해당 의견들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거의 원안을 유지한 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사보험연계와 관련한 '국민건강보험법'과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1월 7일부터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것으로, 2월 16일까지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모았다.

개정안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적정화한다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를 공동으로 설치·운영하고 ▲관련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양 부처에 각기 실태조사 자료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예고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국민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미명 하에 비급여의 통제와 이를 통한 민간보험사의 사익 보장만을 담보하는 법안"이라며 해당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해당 법안이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소지가 있고, 민간보험사가 실손보험료 조정 등 업무 외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문제를 짚었다. 더불어 개정안을 비급여 진료 억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보건복지부 현지조사의 또 다른 수단으로 이용해 의료기관의 진료권과 환자의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국민 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 적정화와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연계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상호 연계를 통한 순기능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해당 법안은 의료비 증가의 원흉을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설정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의협과 함께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동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 개정안 입법을 전제로 8월 6일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공사의료보험 연계법 제정에 대한 자문회의'를 연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의료단체들은 8월 12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료계 의견은 외면한 채 국회에 발의조차 되지 않은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건보공단을 통해 하위법령 개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사보험연계위원회 심의대상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중복지급 방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공사보험연계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실손의료보험료 조정'을 배제한 점을 짚으며 "하위법령 개정 방향은 민간보험사 이익만 대변하고, 비급여 진료비 보고 등 의료기관 통제 수단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의료계 반발 불구, 원안 유지 입법 추진 가능성 높아…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회신 공문, 금융위원회 회신 공문 ⓒ의협신문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회신 공문, 금융위원회 회신 공문 ⓒ의협신문

정부의 공사보험연계법 입법 추진 의지는 입법예고기간 후 시행한 회신 공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입법예고기간 직후 회신 공문을 통해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가 정책협의 목적으로만 수집·활용될 예정임을 강조하며 민감 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정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회신문에서 "법률의 개정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실손의료보험 간 정책의 종합, 조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수집은 부처 간 정책협의 목적으로만 활용되도록 할 예정"이라며 "활용하는 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정보 처리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의로 자료수집과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부 부처, 관계기관,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진행되도록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하위법령 제정과 제도 추진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자료수집과 실태조사가 임의로 이뤄지지 않도록 연계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실손보험사 이익을 위한 의료데이터 악용 소지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 '익명 정보'를 통해 안전망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전한 것이다. 보완책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을 뿐, 기존 틀은 유지한 사실상 '미반영' 회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익명 정보'만을 가지고 악용 소지 등 우려 점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짚고 있다.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익명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면 결국엔 새로운 보험상품 설계에 이용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익명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해 '60대 이상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크게 높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사는 60대 이상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관련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더 높은 보험 가입료를 내도록 하는 근거로 의료 정보를 활용할 것이다. 결국엔 의료 정보를 활용해 보험사에 최대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더해 각각의 요양기관에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개정안에서는 공단이나 심평원에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별 의료기관에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부여하는 것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해당 개정안의 취지는 본래 국민의료비의 절감이었다. 하지만 세부규정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민간보험회사의 이익만 높이는 방법으로 가고 있다. 당초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면, 부작용 우려가 큰 연계는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법률안 국회 통과 전 하위법령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공사보험연계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전 의료계가 지난 입법 예고에 이어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발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원안을 대부분 유지한 입법이 그대로 추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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