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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9:44 (수)
'피임시술 급여화'가 저출산 대책이라니…

'피임시술 급여화'가 저출산 대책이라니…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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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고 건강보험 재정 낭비 초래 법안 발의 잇따라
산전·산후우울증 관리 공공 치료상담센터 치료시기 놓칠 수도
"임산부 보호·저출산 극복" 뜻 좋지만…재정 건정성 강화 바람직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담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산전·산후 우울증 관리를 위한 공공 치료상담센터 설치·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피임시술, 분만, 산전·산후 관리 진료와 출산후 2년까지 요양급여대상에 포함토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임산부 정신건강 증진과 임신·출산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강화라는 목적을 띄고 있지만 두 법안 모두 개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고, 특히 비의료인이 주도하는 치료상담센터의 경우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시기를 놓칠 우려 마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경기 용인시병)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산부가 산전·산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각종 검사·치료·상담·교육 등을 진행하고, 이런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치료상담센터를 설치·운영토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비의료인에 의한 치료상담센터 운영은 자칫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전·산후 우울증 관리는 전문적인 의학 영역으로, 단순 상담으로 개선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산전·산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라며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시키고 의학적 치료로 유도하는 게 비용대비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의협은 "실효성 없는 치료상담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것보다 의료기관으로 유도하고 건보 수가를 신설하거나 증액하는 것이 국민건강 보호와 무의미한 재정 낭비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모자보건법에 따라 운영 중인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가 먼저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사업은 산부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서·심리적 지원사업으로 모든 센터장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센터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맡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돼 현재 전국 권역별로 4곳(경기·친천·전남·대구)에서 운영 중이며, 10월 중으로 경북권역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그동안 총 1만 748명(임산부 8197명)에게 5만 4789건(임산부 3만 9778건)의 상담서비스가 이뤄졌다. 

의협은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개소 이후 예산이 동결돼 서비스 확대에 고충을 겪고 있다"며 "여성들의 산전·산후 우울증 극복을 지원하려면 별도의 전국 조직을 만들어 중복사업을 벌이기보다 기존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예산을 확충해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시을)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지원 강화를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 이를 피할 수 있는 시술' 등을 넣고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피임시술 급여가 저출산 극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판단이다. 오·남용이 불보듯 한 정관절제술 급여화보다 오히려 정관복원술에 대한 수가 상승 조정이 저출산 극복과제로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부가급여 대상에서 임신·출산 진료비를 삭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임신·출산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급여로 지정한 것인데, 이를 삭제하고 요양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은 임신·출산을 질병에 포함시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임산부에게 출산 후 2년까지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까지 요양급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임신·출산을 장려한다는 이유로 일률적이고 포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한다면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가재난 수준의 감염병이 호발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은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보재정 비용추계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사항을 세부적인 검토없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명토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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