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무엇부터 해야 할까?

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무엇부터 해야 할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0.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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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구·진료 분야 전반적 불균형 공공성 약화 초래
의대생 실습·전공의 수련비용은 '교육비'… 국가 지원 절실
6년제 통합과정·실습프로그램 개편·임상교육훈련센터 등 시급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융합세미나가 10월 7일 오후 중앙대 대학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이영재기자=garden@kma.org]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공공성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일 과제는 무엇일까? 

경인행정학회가 주관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융합세미나가 10월 7일 오후 중앙대 대학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융합세미나는 한국문화정책학회, 한국비교정부학회, 한국산학협력정책학회, 한국자치행정학회, 한국지방정부학회,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등 6개 학회와 한국행정학회 문화행정연구회, 한국행정학회 보건의료융합특별위원회, 가톨릭관동대학교 보건의료융합연구소,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등 4개 연구소·연구회가 함께 참여, 융복합적인 시각에서 제 영역의 공공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융합세미나는 의료계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 심층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영인 가톨릭관동의대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 주제발제를 통해 국립대병원의 의학교육 및 연구·진료 등에 대한 변화의 방향을 진단했다. 이 연구에는 이무열 중앙의대 교수, 주효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 최윤희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등이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했다. 

김영인 교수는 "국립대병원 교육·연구·진료의 균형적 발전에 기반한 공공성 강화를 토대로 미래 융합의료인재 양성 및 대국민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며 "국립대병원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며, 그 성과를 권역내 다른 기관에게 확산시켜 전반적인 의료 발전을 유도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인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가 10월 7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융합세미나에서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영인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가 10월 7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융합세미나에서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립대병원이 직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역할 재정립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립대병원은 교육·연구·진료의 불균형적 관계로 인해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의료기관으로서 진료기능에 치중하면서 교육·연구 기관으로서 기능 수행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권역거점기관으로서 균형적 지역의료서비스 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국립대병원과 의과대학 간 조직적 연계성이 부족해 교육·연구 기능 수행에 대한 통합적·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교육·지역의료·연구·거버넌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반적인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의대생 실습 및 전공의 수련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적 제고 차원에서 교육비 지원을 통한 학생 실습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국가의 책무라는 판단이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에서도 전공의 수련 비용의 국가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주정부 차원에서 주별 또는 지역별로 의학교육 장려 정책에 따라 특별지원 하며, 영국은 전공의 1인당 7200만원에 이르는 수련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 

독일 역시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공적 재정으로 부담하고, 일본은 의대 졸업 후 필수임상수련과정에 대해 국각 일반회계로 지원한다. 

캐나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부는 전공의 인건비, 진료·수련활동에 소요되는 병원 간접비를 지원하고, 교육부에서는 지도전문의 인건비를 감당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가의 재정적 지원 없이 국립대병원이 전공의 수련비용의 대부분인 인건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인 교수는 "교육훈련비가 포함된 관리운영비의 경우 비교적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액 지원을 목표로 하고, 인건비는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비율을 조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인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교육훈련비가 포함된 관리운영비의 경우 비교적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액 지원을 목표로 하고, 인건비는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비율을 조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관점에서 전공의 수련비용은 교육비에 해당하고, 전공의는 교육생이자 근로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갖지만, 수련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수련비용은 병원 관리운영비가 아닌 교육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교육생으로서의 전공의 지위를 강화하고 의료인력 양성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도 제안했다. 현행 전공의법이 교육생보다 근로자로서의 전공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의료교육체계 재정립에 대한 제언도 이어갔다. 

인공지능의학, 정밀의학 등 미래 융합의료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의학교육과정에서 탈피한 의료교육체계 재정립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예과·의학과 과정을 통합한 6년제 학제 도입 요구와 실습 프로그램 및 관리 재정비, 임상교육훈련센터 설치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 6년제 학제는 임상전 교육(전반 3년)과 임상교육(후반 3년)으로 나눠진다. 전문과목 구분이 필요없는 통합연계형으로 구성하되, 학생 학습수준에 맞춰 교육 범위·깊이 등을 조정한다. 학생중심교육을 위해 전 학년에 걸쳐 선택과정을 두고, 학생의 학습동기·진로 등에 맞게 학습 프로그램을 갖춘다.

또 통합 6년제 모델에 전공의 교육과정까지 포괄하는 전문의료인 양성체계로 바꾸고, 학생과 전공의 교육내용의 핵심화·통합을 바탕으로 지식·술기 습득에 필요한 교육기간 단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습 프로그램·관리 재정비를 위해서는 자기주도 학습 중심 실습프로그램 개편, 실습학생 담당교수·담당부서 지정 등이 필요하며,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설치해 교육수련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위상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국가시험·전문의시험 등에 대한 개선방안도 모색했다.

시험 횟수를 늘리고, 단계·난이도 조정 등을 통해 시험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1회 시행되는 의사국시로 인해 의학과 4학년 2학기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고, 전문의시험도 시험준비를 위해 형식적으로 실습에 임하는 폐단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영인 교수는 "일반진료 중심의 기본 의사와 전공분야에 특화된 전문의에 대한 자율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험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인행정학회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정책학회를 비롯한 정책학·행정학 분야 전문학회가 공동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주제 세미나에는 이례적으로 박해심 아주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축사 인사로 초청, 학제간 융합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참석, 교육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해 경청했다. [사진=이영재 기자]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평가인증의 문제점도 짚었다.

현행 평가인증에는 임상실습 평가항목이 없으며, 명문화된 평가항목에서 빠진 경우 불가피하게 실습교육·술기훈련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상실습 질 평가문항 개발 ▲보건의료 분야 수련과정에 대한 평가항목 추가 ▲의과대학-대학병원 통합 평가인증 신설 등이 제안됐다.

지역의료서비스 네트워크 확충의 중심축으로서 역할도 노정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권역·지역 단위 진료권을 총괄하는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국립대병원을 지정하고, 이에 기반한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 네트워크를 확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 보편적 지역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자원 및 서비스의 지역 격차 해소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국립대병원 중심의 수직적·수평적 네트워크 정립이 조화롭게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연구중심병원 모델 확립, 의과대학-국립대병원 조직연계성 강화 등에 대안도 점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 10곳 가운데 국립대병원은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두 곳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연구중심병원 모델 확립이 필요하다는 고언이다. 

또 국립대병원이 진료기관뿐만 아니라 교육·연구기관으로서 지위를 확대하고, 의대-병원의 통합적·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는 조직적 연계성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인 교수는 "국립대병원 역할 재정립을 통해 교육·연구·진료의 균형적 발전에 기반한 공공성 강화를 토대로 미래 융합의료인재 양성과 대국민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적향상이 기대된다"며 "선도적 차원에서 국립대병원의 변화는 사립대병원 관련의 단계적 변화로 확장되고 궁극적으로 대학병원 전반으로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융합세미나는 이영미 고려의대 교수·이무열 의협 부회장·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이희태 신라대 교수·황성원 군산대 교수·이해영 광운대 교수·전호환 동명대 총장·박창원 교육부 국립대병원지원팀장·음상준 뉴스1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진=이영재기자]

이형환 한국문화정책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의에서는 의예과·의학과로 분리된 의대 교육 과정의 문제점과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이영미 고려의대 교수(의학교육)는 의예과·의학과 교육과정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영미 교수는 "20여년 동안 의대교육과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예과가 분리된 현 교육과정으로는 좋아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과정은 성과 바탕의 6년제 통합과정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의료시대를 맞아 환자중심의 역량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전문직업성·사회적 책무성을 갖추고 전인적인 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의사인력 양성에 필수조건이다. 기초·융합의학자 양성 역시 현재의 구조에서는 할 수 없다.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공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무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예과 교육과정은 실패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에 들어온 후 의예과 기간을 보상받는 기간으로 여긴다. 학부형조차 의대 들어온 후에는 놀아도 된다는 인식이다. 귀중한 2년이라는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허비한다"며 "의학의 꽃은 임상의학이다. 세계적으로 실습교육 시간을 늘리는 추세다. 2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의예과·의학과 과정은 통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성격을 되짚었다. 

우봉식 소장은 "국립대병원은 설치법에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의무 이행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운영하는 행태는 민간병원과 차이가 없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관리는 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은 의료급여 환자, 취약계층 등에 대한 의료는 어떻게 시행할지, 감염병·희귀난치질환 진료에서의 제대로 된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적·사회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패널로는 이희태 신라대 교수, 황성원 군산대 교수, 이해영 광운대 교수, 전호환 동명대 총장, 박창원 교육부 국립대병원지원팀장, 음상준 뉴스1기자 등이 참석, 다양한 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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