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백신접종 후 가족 잃었는데…남은 건 '인과성 없음' 안내문 한 장

국감 백신접종 후 가족 잃었는데…남은 건 '인과성 없음' 안내문 한 장

  • 이승우 기자, 홍완기 기자, 박승민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0.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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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반응 피해자들 호소 이어져 "믿었던 국가 약속, 이럴 줄 몰랐다"
④-1·④-2 판정 기준 '모호' 저격도…政 "보상 범위 확대해 가겠다"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가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이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부인이 백신 접종 후, 심근염이 발생해 심장이식을 해야 했다. 이후에도 호흡기를 달고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지금 남은 건 연관성이 없다는 통보 안내문 한 장뿐이다"

"아버지가 백신 접종 후, 하루 만에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셨다. 연관성이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가?"

"백신 접종 후,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다. 지금도 투병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급여 항암제를 쓰면서 한 달 약값만 100만원이 들어간다. 질병청은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짧은 시간 안에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망한 사례와 관련 인과관계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 인과관계 불인정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질타도 나왔다.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은 7일 진행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 실제 코로나19 백신접종 이후 이상반응으로 피해를 겪은 환자, 가족들을 참고인으로 신청, 인과관계 불인정 사례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참고인들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고 접종했지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신약의 특성을 고려한 폭넓은 인과관계 인정 기준 마련, 제대로 된 국가 책임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의 철저한 보상 약속에도 불구, 이상반응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17일 기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발생한 사망 및 중증 신고는 총 1586건이었고,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사망 2건·중증 5건으로 단 7건인 0.4%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신청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모씨(코로나19백신 이상반응 피해자모임)는 "어머니는 당뇨와 혈압 관련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던 분이었다. 하지만 백신접종 후 10일만에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았고, 식물인간이 됐다"며 "3개월간 병원비만 1300만원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다. 치료비라도 지원받고 싶다"며 오열했다.

서정숙 의원은 "국감장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일부 사례다. 이분들이 가족이나 이웃이라고 생각해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1년도 안 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제공하면서, (이상반응 호소)국민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냉혹하게 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 역시 "피해자, 가족 절규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것이 국민의 목소리"라며 "정부당국은 인과관계가 없다, 불분명하다 핑계만 대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가 발언하고 있다. 참고인은 백신 접종 후,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비급여 항암제를 쓰면서 한 달 약값만 100만원이 들어간다고 호소했다.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가 발언하고 있다. 참고인은 백신 접종 후,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비급여 항암제를 쓰면서 한 달 약값만 100만원이 들어간다고 호소했다.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백신접종과 이상반응 인과성 판단 기준 분류 중 ④-1(근거자료 불충분)과 ④-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에 대한 지적도 연이어 나왔다. 

지난 5월 17일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인과성 근거 불충분으로 보상이 제외됐던 중증환자 ④-1에 대해서도 1000만원 이내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④-2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마저도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강기윤·백종헌 의원 신청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 모씨(코로나19백신 이상반응 피해자모임)는 "질병청은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장기적 데이터도 없다. 더불어 제약회사에서 면책을 요구한 것은 이상반응에 대한 파악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이상반응 인과성을 입증하는 방향이 아닌, 인과성이 없다고 증명하지 못하면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적어도 백신 인과성을 알 수 없는 ④-2 중증환자라도 치료비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 신청인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들은 인과관계 불인정에 대한 근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불인정 통보와 함께 안내된 내용은 A4용지 1장 분량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의원 신청 참고인 전 모씨는 "어제 결과 통보서를 받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이 종이 한 장만 보냈다"며 "이제는 부검하지 않는 경우 행정적 보상도 안 된다고 한다. 아버지 의료기록 10년 넘게 기록한 주치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역학조사 진행됐다. 연락 한 통 없이 인과성 결과가 이뤄지는 게 원통하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료기관이라면 설명의무 위반"이라며 "같은 심근염인데도 불구하고, 인정되거나 안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이 차이를 알 수 없다"며 "국민에게 법원에 소송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이상반응 관련해, 정보가 미흡하다. 지난 8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가 15개국 상대 조사한 발표에 의하면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거부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 우리나라가 68%로 제일 높게 나왔다"며 "국민이 백신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는 자료다. 우리가 좀더 두텁게, 안심하고 믿고 접종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인과관계를 추후에 판단한다 해도, 중증환자는 우선적으로 치료가 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며 "사회적 기업을 통한 기금을 조성해, 이상반응 사망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 역시 이상반응 인과성 입증에 대한 보상 범위 확대, 구체적 설명·안내 등을 포함해 정부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오늘 문제 제기는 인과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설명이 다르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며 "설명이 다르다는 문제, 설명의 방식, 태도, 진정성과도 연관된다. 이는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자. 행정의 의무다. 설명을 일관적이고,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했지만, 질병청에서 최종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어제(6일) 국감에서 제주 20대 모더나 사망한 여성 관련해서 백신 인과성 논문을 정부에 제공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판단은 낮은 수준의 의학적 근거이기 때문에 보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며 "감염병 상황으로 긴급 승인된 신약의 경우, 기존 잣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오늘 국감에서 많은 백신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낮은 수준의 의학적 근거라도 있다면 보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보상 강화를 위한 원칙과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의협신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피해자들의 호소와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였다. 정보 미흡 등에 대한 부족을 인정하면서 이상반응 보상 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참고인들의 말씀을 듣고, 매우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상반응 조사 대응에 정부가 조금 더 국민 피해자 마음에서 설명하고 지원하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상반응에 대해 심의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안내 드리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쉽게 과학적 의학적 판단을 수용하기 굉장히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인과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백신 인과성 논의를 진행중이다.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부분과 인과성에 상관없는 경우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다른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응이 미흡한 부분을 시정하겠다"면서 "근거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그런 근거들을 계속 반영하면서 보상 범위를 조정해 가겠다.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수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 잘 들었다.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부족한 부분 보완하고 의학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질병청 판단이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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