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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조제 활성화?…"생동성·복제약 뜻부터 제대로 알려야"
대체조제 활성화?…"생동성·복제약 뜻부터 제대로 알려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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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조제·생동성시험·오리지널약 환자에게 명확한 설명 필요
생동성 인정 4000 품목 국민 건강권 보호에 결코 도움 안돼
복제 의약품 정책 개선·불용 재고의약품 처리 등 선결과제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 제도가 도입되면서, 당시 의·약·정은 대체조제를 약사법에 명문화했다.

현행 약사법은 대체조제가 가능한 경우를 다양하게 상정하고 있으며, 의사가 의약품을 제품명으로 처방하더라도 '대체조제 불가' 표시를 하지 않는 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약사법이 대체조제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약계를 중심으로 대체조제 활성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가장 최근인 2020년 9월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에는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며, 약사가 대체조제후 의사·치과의사에게 사후통보하는 방식 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는 방식을 추가하고, 이 경우 통보받은 심평원이 해당 처방 의사·치과의사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올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등에서 논의됐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대체조제의 범위·방법 등은 국민 건강권 및 의사 진료권·처방권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의사의 전문가적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의약계 해묵은 갈등의 불씨인 대체조제 활성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정책현안분석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의 제문제' 연구과제를 통해 대체조제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방향을 진단했다.

먼저 '동일성분조제'로의 명칭변경 문제다. 

'동일성분조제'라는 용어는 환자에게 대체의약품이 동일한 약이 아닌데도 마치 동일한 약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대체조제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환자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환자들은 자신의 약이 대체조제 됐는지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사가 대체조제 여부를 의사·환자 등에게 동의를 구하는 지에 대한 점검 장치가 없어 의무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복제약 대체(Generic substitution)'를 사용하고 있어 국제적 용례하고도 맞지 않다.

사후통보 방식 변경은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한계 ▲사후통보의 필요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정됐다.

대체조제의 전제가 되는 생물학적 동등성은 오리지털 제품에 대한 복제약의 생체이용률이 80∼125% 범위에 든다는 평가에 불과하다. 게다가 약제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생동성 인정 의약품이 4000여 품목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 건강권 보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별 환자의 특성과 약물 성질을 고려치 않고 이런 생동성 결과만을 근거로 대체조제를 확대하게 되면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후통보는 의사가 대체조제 사실을 신속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궁극적으로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의사가 즉시 인지할 수 없는 대체조제가 증가하면 실질적으로 의사의 진료나 처방에 대한 효과의 불확실성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후통보 절차에 심평원 개입의 부당성도 되짚었다. 

사후통보 과정에 심평원이 개입하게 되면 의사-약사 간 직접 소통은 단절되고, 통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오해·불신도 더욱 커지게 된다. 또 제3기관의 개입으로 통보기한이 연장되면서 대체조제 통보제도의 취지는 희석되고 결국 환자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연구과제는 "심평원에 사후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약사가 의사에게 사후통보하는 방식을 사문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대체조제 활성화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선결과제로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했다. 대체조제 활성화에 앞서 ▲의료소비자(환자) 관점에서 대체조제에 대한 명확한 설명 ▲복제약 정책 개선 ▲불용재고의약품 처리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선 국민이 대체조제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동성시험, 오리지널약, 복제약 등에 대한 상세한 안내도 필요하다. 

또 대체조제 거부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의 책임은 약사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는 등 국민 인식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약값 상승의 주범인 복제약 품목 난립 문제 해결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이다. 

제약회사가 의약품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복제약 판매·마케팅에 집중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과제는 "복제약 허가 수 제한 및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복제약의 품질 우려를 해소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복제약 가격 통제 및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등 약가인하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재고의약품 처리문제도 제기했다.

대체조제 활성화가 불용 재고의약품 처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재고약 처리가 국민 건강권과 의사 처방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연구과제는 "불용 재고약 처리를 위해서는 약사법에 제약회사의 반품처리 의무 규정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약국은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 구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약국이 다양한 의약품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다면, 의사가 자신이 처방하는 의약품을 직접 보관하고 처방하는 '(가칭)국민선택분업제도' 도입이 효과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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