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백인백색 지구를 치료하는 의사, 안경숙 경산시보건소장
백인백색 지구를 치료하는 의사, 안경숙 경산시보건소장
  • 조태경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taekz0504@gmail.com
  • 승인 2021.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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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한 실천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연장선이죠'
'음식은 먹을 만큼만, 육류 섭취 조금 줄이는 것'도 환경운동

 

 "건강한 100세를 위한 첫걸음은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부터 시작되죠. 하지만 최근 공기, 땅과 바다 모두 오염돼 식수와 식품의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에요. 의사는 지역민과 환자들에게 건강을 위한 장기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홍보할 수 있어요. 차량이 많아 자전거 타기가 위험해지고 미세먼지로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이 신경 쓰이지만, 지금이야말로 환경을 위한 실천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연장선이라 생각해요. "
'의사'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안경숙 소장(경상북도 경산시보건소장)은 오히려 의사이기에 환경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 소장은 국비 장학금을 받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산시 보건소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지역을 섬기다 보니 보건 행정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으며, 결혼 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환경운동에 더 매진하고 있다.
사랑하는 딸에게 더 깨끗한 지구와 인간적인 사회를  물려주고 싶어 대구 녹색연합 대표로 8년 동안 지내다 2003년부터 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를 운영하며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안 소장을 만나 30년간 지속된  환경 운동과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들어봤다.   

ⓒ의협신문
30년간 지속해서 환경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안경숙 경산시보건소장. 안소장은 고기를 조금 덜 먹고, 템블러 사용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이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Q. 2008년 본지 '백인백색'에 소개된 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있나? 
환경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보건소에서도 환경문제를 다루는 사업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2012년부터 5년간 대구 중구 보건소장으로서의 근무를 마치고, 최근 다시 첫 직장이었던 경산시 보건소장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보건소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는 COVID-19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제도권에서 일하면 환경운동을 더 잘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NIE(Newspaper in Education) 환경 공모전을 포함한 크고 작은 환경 행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안경숙 소장은 2008년 의협신문에 연재된 백인백색(5월 15일자)에 '자연을 사랑하는 산소 같은 여자'로 소개된 바 있다. )  

Q. 2004년에는 녹색 화폐를 직접 발행해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왔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저소득 여성들과 함께하는 환경 수세미 짜기 프로그램도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계속 하고 있나? 
COVID-19 때문에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은 줄었다. 대신 집 또는 직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실천에 관련된 정보를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경산 공설시장에서 시민의 환경 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시장 상가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녹색 화폐로 교환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어떤 운동이 시작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하는 적극적인 3명만 있어도 가능해요. 나의 작은 실천이 나와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Q. 최근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전보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일상이 바쁘고, 또 "나 하나로 되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이겨내고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을까? 
개개인의 행동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개인의 안타까운 실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이나 기업의 생산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힘으로 발전될 수 있다. 어떤 운동이 시작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하는 적극적인 3명만 있어도 가능하다. 나의 작은 실천이 나와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3년 전부터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등과 같이 어린 청소년들도 그들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듯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어른으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Q. 신문을 활용하는 NIE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환경보호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나?
어른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어도 아이들보다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미래세대에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껴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문에는 매일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실리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보의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단순한 접근이 아니기에 신문은 매우 좋은 교육 자료라 생각한다. 

Q. 바쁜 현대 사회인들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협신문
안 소장은 환경 문제는 미래 세대의 문제이기에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 방식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들 대상의 NIE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의협신문

일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음식을 먹을 만큼 주문하고 육류 섭취를 조금 줄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환경 보전 효과를 이뤄낼 수 있다. 또 사무실에서는 이면지를 활용하거나 인쇄 시 에코 폰트를 사용할 수 있으며 흑백 복사를 애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 외에도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기, 텀블러 활용하기, 환경단체에 기부하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 두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Q. 환경운동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30년간 사무실을 28번이나 이사하면서 소중한 자료와 책들을 전시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교육센터 설립에 대한 꿈이 있었다. 대구 중구 보건소장으로 근무 당시 구의원으로부터 건물을 소개받았다. 지인들의 후원금 덕분에 그 가슴 벅차던 꿈을 거의 다 이루려던 순간, 건물 매입 계약이 갑자기 무산되면서 그 꿈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로 인해 환경교육센터 설립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료들은 5곳으로 나눠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중 한 곳은 화재로 다 타버려 자료가 소실됐다. 지금도 건물 소유 단체와 민·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30년 넘게 지치지 않고 환경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이유를 의사이기에 일정한 수입이 있고 동료 의사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간주하지만, 이러한 선입견 때문인지 후원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지금도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사무실 이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 상황은,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로 말미암은 홍수나 화재 때문에 삶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지구촌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비교 불가하기에 견뎌내고 있다.

Q. 환경을 위해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사이기에 환경오염이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바로 소중한 딸의 엄마라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의협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병·의원은 지역사회에 있어서 기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병·의원에서 녹색경영을 시작해 환자들에게 환경과 건강의 연관성을 이해시키고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한다면 지구의 상황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한다.

(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에 대해 더 알고 싶고 후원을 원한다면 전화: 053-792-3489/밴드: 닥터안자연사랑연구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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