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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06:00 (목)
공공의료, 그런데 '공공의료'가 무엇인가요?

공공의료, 그런데 '공공의료'가 무엇인가요?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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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는 민간병원도 공공의료 역할해야
예산 줄때는 국공립의료기관에만 몰아 줘

공공의료를 확대하라. 공공의료기관을 건설하라.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라. 공공의대를 설립하라.

요새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언급되는 지역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도시-농촌 간의 격차와 지방의 의료 접근성 문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문제,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의 감염병의 대응 문제 등 우리나라에 산적한 의료 문제들을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공공의료'인 것 같다.

실제로 2021년 6월에 발표된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 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지역에 공공병원을 20개소 이상 확충하고, (가칭) 공공보건의료 개발원을 설립하고, 국립의료원을 이전·신축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요 과제로 돼있다.

더 나아가서, 국립의전원, 국립간호대 설립 요구에, 공공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중앙의료원', '공공의료관리청' 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각 국립대병원에는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내지는 유사한 명칭의 조직들이 운영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공공의료(또는 공공보건의료, 이후 공공의료라고 칭함)라는 단어는 이에 상응하는 영어 단어를 명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통상 공중 보건으로 번역되는 Public health는 전혀 아니고, 주로 공공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를 의미하는 Public funded health care(또는 줄여서 public health care)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경우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의료는 모두 공공의료가 된다.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반대말을 생각해보면, private health care 또는 private practice 정도가 돼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실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보게 돼있어서 우리나라에는 엄밀하게는 공공의료와 반대되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National Health Service와 대비되는 private practice가 있고, 미국에서는 민간의료보험과 대비되는 Medicare/Medicaid와 같은 공보험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도 갈 수가 있고 민간병원인 삼성서울병원도 갈 수가 있으며, 양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국민건강보험이 커버하는 것도 같고, 수가도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이라는 국공립의료기관에서 10년을 근무하다가 현재 민간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필자가 수행하는 업무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라는 말은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처음 공식화됐다. 이 법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를 공공의료로 정의하였었다.

그러나, 2012년 개정법에서는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의료기관이 지역, 계층, 분야와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했다.

당시 개정안의 취지를 보면 공공의료의 개념을 소유에서 기능 중심으로 바꾸어, 국공립과 민간으로 나뉜 의료기관 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공공의료의 수행 주체가 된다.

실제로 미용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의료는 대부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다. 일차의료, 응급의료, 전문의료 등 필수적인 진료는 지불 능력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제공돼야 하는 기본권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에서 커버하는 의료라면, 그 자체가 용어가 무엇이든 간에 소위 '공공의료'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고, 이를 제공하는 기관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봐야 한다. 이것이 위에서 이야기한 public funded health care의 보편적인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공공의료 확충이나 지원에 대한 많은 논의는 현행법의 취지와 배치돼, 민간과 공공을 운영 주체에 따른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 병원이 있지만 국공립 병상은 10%가 안 되니 국공립병원을 따로 지어야 하고, 40여 개의 의과대학이 있지만 국립 공공의대를 따로 만들어야 하고, 수많은 대학병원이 있지만 국립대병원 중심의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만들자는 식의 논의들이다.

정책이라는 것이 단일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의 '공공의료'라는 용어가 세계 기준에 꼭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공의료'를 소유 기준으로 볼 것이라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나 민간병상 강제 동원, 국가의 민간의료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불합리할 것이다.

'공공의료'를 기능 중심으로 볼 것이라면 국공립의료기관을 더 짓고, 국공립의료기관에만 지원금을 더 주는 식의 사업은 불합리하다. 일할 때는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의 역할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고, 예산을 줄 때는 국공립의료기관에 몰아 주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잘 설계하는 것 보다는, 공공부문의 조직과 예산을 늘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의협은 '공익의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로 의료 보장을 하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당연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공립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의료'라는 불분명한 표현 대신 '공익 의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용어는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공립의료기관이 해야 하고, 해야 할 역할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역할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이 무턱대고 국공립 의료기관이나 관련 공공 조직을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이고 비효율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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