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진행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는 사무장병원을 둘러싸고 정회 소동을 빚었다. 사무장병원은 해마다 국감 단골 메뉴이지만 올해는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장모 최모 씨의 행정소송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가며 국정감사가 한 시간여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대선을 앞두고 사무장병원이 뜻밖에 정치 공방으로 비화될 뻔 했으나 이날 국감장에선 건강보험 재정악화 요인으로 꼽히는 사무장병원 근절에는 방법론이 다를 뿐 여야가 따로 없었다.
이날 국감장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현재까지 사무장병원 근절에 대한 해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건보공단 임직원에 사법경찰권을 주는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와 사무장병원을 자진신고한 의사에게 처벌을 감면해주는 이른 바 '리니언시 제도' 도입이다.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건보공단이 여당과 손을 잡고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의 골자는 건보공단의 임직원이 사무장병원·약국 불법 개설 범죄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해 불법 개설 사무장병원과 약국을 근절하고 건강보험 환수를 조속히 진행해 재정누수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는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이번 회기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총대를 메고 있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을 자진신고할 경우 징수금을 감면해 내부 고발을 유도함으로써 단속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도 발의했지만 회기가 바뀌면서 정춘숙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일부에서는 징수금 감면은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리니언시 법안'은 지난 회기에서 정부나 건보공단, 의료계도 공감을 표한 바 있지만, 특사경 법안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꺼리고 있다. 건보공단의 현지조사를 이미 경험한 학습효과 덕에 건보공단이 사법경찰권 까지 가질 경우 무분별하고 강압적인 현지확인 및 실사의 확대를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7년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의료법' 위반 범죄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된 바 있어(보건복지부와 서울·경기 등지에서는 사무장 전담 수사팀이 구성돼 있음) 굳이 중복해서 건보공단까지 사법경찰권을 가져야 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 터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아닌 건보공단의 임직원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대 국회 때 건보공단의 특사경이 이슈가 되자 경찰청은 "공무원이 아닌 건보공단 직원에 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며 반대한 바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권한을 나누는 것이니 반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당시 대한변호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주목할 점이다. 변협는 "사무장병원은 현행법 규정으로 대처 가능하고,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인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복기할만하다.
물론 리니언시 제도도 완전한 제도는 아니다. 자진신고를 한 경우 과징금을 면제하는 혜택이 사무장병원에 몸담아 함께 불법행위를 한 의사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최근 전문병원에서 문제가 된 대리수술의 예에서도 확인하듯 내부 사정에 밝은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이런 유형의 불법 행위는 적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사무장병원인 줄 모르고 참여했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했더라도 과도한 연대책임의 덫 때문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의사를 위한 출구를 마련해 줄 필요도 있다. 자본으로 의사들을 유인하는 실제 사무장병원의 설계자들도 언제든 이와 같은 감면책이 있어 내부고발이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처음부터 사무장병원 개설을 꺼리는 효과도 충분히 기대된다.
2020년 말 현재 활동하고 있는 특사경은 2만 2000여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관세청과 고용노동부, 산림청, 특허청 등 중앙행정기관과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인데, 이들 특사경에 대한 그동안의 전반적인 평가는 이렇다. "종류와 숫자가 외국에 비해 많다. 단속에 치중한다. 사법경찰을 빌미로 자신의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다.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미 표명했던 우려와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 공무원도 아닌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까지 수사권 부여라는 '완장'을 채워줄 정당성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
정부, 건보공단, 의료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리니언시' VS 아직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특별사법경찰관', 굳이 결론을 얘기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그 답을 짐작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