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위드 코로나' 핑계로 '9·4 합의' 속개 요구...이유가?

정치권 '위드 코로나' 핑계로 '9·4 합의' 속개 요구...이유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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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의대 신설" 발언..."의료계와 협의 패싱" 주장 나와
의협, 강력 비판 및 경고...정치권·정부 신뢰 회복 기대 무너지나
코로나 안심 아닌 비상 상황 여전...'안정화 후 논의' 9·4 합의 위반

지난해 8월 전국의사총파업 당시 [의협신문]이 만난 건국대병원 전공의. ⓒ의협신문 김선경
지난해 8월 전국의사 총파업 당시 [의협신문]이 만난 건국대병원 전공의. ⓒ의협신문 김선경

정부가 10월 20일 마무리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1월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가능성을 언급하자,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의사인력 증원'을 위한 의정협의 속개 요구가 쏟아졌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의료계의 반대를 의식한 듯 '의정 협의 패싱' 증원 논의 개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논의 개시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정부의 위드 코로나 시행 선언을 사실상 코로나19 대응 비상방역체계 해제로 해석하는 듯 했다. 특히 1년 10개월간의 코로나19 방역대응 과정에서 여러 언론이 간호인력 등의 부족을 지적해 여론이 환기된 것에 고무돼 정부에 의사 포함 의료인력 증원 논의 강행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정합의 존중을 강조하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의사증원을 위해서는 의료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가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논의 강행 촉구와 보건복지부의 어정쩡한 답변 태도를 지켜본 의료계는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의협 "의·정, 의·당합의 위반...신뢰관계 깨는 행위"

의협은 21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2020년 '4대악 의료정책 철폐 투쟁'의 결과로 이뤄낸 9월 4일 의당 및 의정 합의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합의하기로 약속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보건복지위원회/전남 목포)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보건복지위원회/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의협을 패싱'하고 의사증원 및 의대 신설을 논의하자고 발언 한 것에 의료계 무시, 기만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의대신설을 섣불리 추진했다가 자칫 대한민국 의료계의 후퇴, 나아가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당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사회적인 신뢰관계를 깨지 않고 지켜 나가야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드 코로나'가 코로나19 종식?...의료계 여전히 '비상 상황'

2020년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8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현관 앞에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2020년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첫날인 8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현관 앞에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일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도하려 하고 있지만, 의료계로서는 확진자 폭증과 희생자 수 증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과연 현재 시점 우리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의료계에서도 정치권에서 위드 코로나 시행을 코로나 19 안정화 또는 종식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A 지역의사회 임원은 "위드 코로나로 의료계의 방역·진료·치료 부담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안심이 너무 빠른 것 같다"면서 "위드 코로나 기간에는 높은 예방접종률에도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국가들의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경증환자라고 해도 재택치료, 환자 이송, 중증환자 진단·치료, 치료병상 확보, 치명률 관리 등 의료계의 비상상황은 여전하다"라고 주장했다.

B 지역의사회 임원은 "정치권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안이하다. 특히 정당과 특정지역구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활용하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면서 "의정협의 패싱을 주장하는 의원들 모두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이며, 여당 역시 대선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의대 신설을 강행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19 안정화에 판단은 정부와 전문가, 의료계와 협의해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면서 "정치인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의사 수만 늘리면, 의료 불균형·의료 취약지 해소되나?"

코로나19의 네 차례 대유행과 장기화로 의료시스템 전반 재정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단순한 의사 수 늘리기로 잠재우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C 전 의협 임원은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로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점들이 부각됐다. 대부분은 그간 의료계가 끊임없이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문제들로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대를 신설해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인력의 지역불균형과 의료취약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유아적 사고"라고 일축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공공의대 신설과 의무복무로 해결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실현가능성, 비용효과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을 지나치게 간과한 무모한 주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대는 의대지망생만 있다고 신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설에만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고, 의대마다 200명 이상의 교수진이 필요하며, 수련이 가능한 부속병원을 설립해야 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매년 천문한적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의대 신설을 논하려면 이런 예견되는 문제 해결책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D 전문과의사회 임원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무복무로 의료취약지 의료공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필요한 만큼의 전문의사를 확보할 수 없다. 수험생들이 어떤 경로로 의대를 준비하고, 의대에 지원하며, 피나는 경쟁 속에서 어떤 목표로 의대를 다니고, 이후 전공과목과 직종을 선택하는지를 보면 답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의대 신설로 정원이 늘어나도 신설 의대 입학생들은 현재 정원 바로 아래층의 우수한 인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역인재 할당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의무복무 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지역에 근무한다고 해도 그 지역에 필요한 전문의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흉부외과 수술이 없는 지역에 흉부외과 전문의를 배치하거나, 분만병원이 없는 지역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배치한다면 기대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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