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백색 "요리는 내 인생의 디저트"
백인백색 "요리는 내 인생의 디저트"
  • 장유민 의협신문 명예기자(관동가톨릭의대 5학년) jum0111@nate.com
  • 승인 2021.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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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유튜버 산부인과 전문의 황인철
'아빠표 요리' 출간...요리 전용 스튜디오 개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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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시간을 아껴서 합니다." 바쁜 일정에도 끊임없이 많은 활동에 도전하는 비결을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혀를 내두를 만한 대답임에도, '아기 받는 남자' 이자 '요리하는 의사' 황인철 과장(서울의료원 산부인과)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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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기본은 신선한 재료, 다음 핵심은 함께할 사람과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며 요리하면 피로가 풀린다는 황인철 과장. 그에겐 요리가 활력 징후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의협신문

그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음식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해 시작하게 된 요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 '아기 받는 남자의 아주 특별한 요리 레시피' 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산과 전문의답게 '임신을 했다고?' 카테고리부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아침', '집에서 파티분위기' 와 같은 카테고리까지.

산부인과 의사가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들에게 맛깔난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이 알찬 요리 정보와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켰다. 신선한 캐릭터와 열정이 넘치는 그의 모습에 이곳저곳에서 구애가 오기 시작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산모들을 위한 강의, <아빠표 요리> 책 출간, 지인들과의 오붓한 공간을 위한 카페 운영과 틈틈이 짬을 낸 방송활동까지.

2020년 그가 산부인과 과장으로 몸을 담고 있는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코로나 환자까지 진료해야 하지만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이름도 아름다운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리에 3년간 꿈꾸던 요리 스튜디오를 차렸다. 자연의 소리를 벗 삼아, 자연의 음식으로 맛나게 치유하는 요리 유튜브를 시작했고, 임신 육아 책 출판도 앞두고 있다.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주연이라면 요리는 힘들 때 저를 위로해주고, 포기하고 싶을 때 끌어주며, 울고 싶을 때 웃게 해주는, 저의 삶을 조금 더 맛나게 살아가게 해주는 또다른 주연입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산부인과 의사는 메인이고 요리는 디저트 같아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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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삶은 바쁘다. 특히나 산과 전문의라면 새 생명이 언제든 예기치 않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먹고 자는 시간은 보장돼 있으니 그 시간을 줄여 활용한단다. 자고로 수면욕과 식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물었다. "즐거운 일은 다음날 일을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에게 요리란 피곤함이 아닌 살아 있다는 활력 징후를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요리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차이를 강조했다. "우리는 하루에도 세끼 식사를 합니다. 요리란 살아가며 평생 함께하게 되는 일상적인 일이죠. 이런 일상적인 일을 사랑하는 가족, 지인과 함께 먹는 즐거움을 통해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바쁜 일정에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아침 밥상만은 꼭 제 손으로 차려내는 멋진 아빠다운 답변이었다.

멋진 아빠는 무엇을 생각하며 요리를 할까? 기본은 신선한 재료다. 아무런 조미료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신선한 재료를 준비한다. 핵심은 그다음,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매운 것을 좋아하는지,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지, 단짠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먹고 나서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면 요리하기도 전에 피로가 다 풀립니다. 그 행복한 얼굴들이 최고의 피로 회복제죠."

식구들이 맛있어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이어서 아빠표 요리의 장점으로 '호감'을 샀다. "이제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도 음식을 먹으면 말이 많아집니다. 가족 간의 대화가 밥을 먹으면서 이어지는 것이죠. 때로는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엄지 척 하고 방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난 후, 임신 중인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아빠의 사랑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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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의사 황인철 원장. ⓒ의협신문

이렇게 그에게 일상, 취미를 넘어 특별한 의미로 쓰이게 된 요리는 '아기 받는 남자'로서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임신하면 먹는 걱정부터 시작합니다. 평소 먹었던 것이 몸에 잘 안 받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럴 때 산모들에게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음식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라는 말이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선 식사를 소중히 생각한다. 덕분에 그는 요리를 통해 여성의 힘든 점을 더 잘 알 수 있었고, 때때로  같은 성이 돼 산모들과도 수다를 떨게 됐다. 이런 것들이 살아가며 많이 바뀌었다는 그는, 아기 받는 일과 요리하는 일을 제일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이어 산부인과 의사와 요리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산부인과 의사로 사는 삶과 요리가 어우러지는 지금의 삶이 아주 좋다"고 말하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힘들지만 보람차다는 말이 상투적일까 봐 고민하던 그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환자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삶의 희망인 아기라는 열매를 같이 수확한다는 것이 이 직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점이라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주연이라면 요리는 힘들 때 저를 위로해주고, 포기하고 싶을 때 끌어주며, 울고 싶을 때 웃게 해주는, 저의 삶을 조금 더 맛나게 살아가게 해주는 또다른 주연입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산부인과 의사는 메인이고 요리는 디저트 같아요."

평소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라고 누누이 말해왔듯이,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도 꼭 본인이 즐거운 일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인 그는 밥상에 즐거움을 가져다줄 가을 요리하나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식구들을 깨우는 아침의 묘약...고등어 자반찜]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도 안 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이런 가을 고등어 자반찜은 고등어자반 한 손이 필요하다.

동그란 양파 두 개, 새빨간 홍고추 한 개, 푸릇푸릇한 청양고추 한 개, 다진 마늘 큰 술 1T, 조선간장 4T, 물 4T, 고춧가루 3T, 참기름 1T, 물 200CC, 쪽파와 함께 라면 기상 전 꿀보다 달콤한 1분의 꿀잠을 이길 준비가 끝난다.

1. 양파를 슬라이스 해서 냄비 바닥에 깐다.

2.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잘라서 양파랑 섞는다.

3. 손질한 고등어를 올리고 조선간장, 물,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 마늘을 섞은 소스를 끼얹는다.

4. 물 200cc를 넣고 뭉클하게 끓인다.

5. 쪽파를 얇게 썰어 자반 위에 올리고 3분 더 끓인다.

부엌에서 풍겨 나오는 짭조름하고 고소한 고등어자반 찜의 냄새가 하루를 깨우는 맛있는 알람이 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요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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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엔 2021-11-02 13:46:58
바쁜 의사생활에도 요리를 통해 여유를 찾고 이런 좋은 감정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네요. 끝에 소개된 고등어 자반찜으로 가족에게 맛있는 저녁을 해봐야 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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