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선 여인에게
-1-
어느 경계에서
그 청년의 심장을 품었던 여인*
그 여인의 가슴에서
남자의욕망이 뛰고 있다
꿈틀거리는 그대의 욕망은
청년의 깃발 같은 것이다
펄럭이는 깃발, 심장은
기억하고 있다
노란 유채꽃 만발한 봄날 아침
여리고 여린 꽃술 하나 바람에 풀어놓고
뇌사腦死의 감옥을 홀연히 탈출했다
*말기심부전증을 앓던 50대 여인은 뇌사에 빠진 20대 청년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2-
여인의 가슴에서 뛰고 있는 검붉은 생명체
심장은 결고 잊지 않는다
그때, 지체의 끝에서 꼼지락거리던 감촉의 올 하나하나
전신에 스멀거리던 핏줄의 난류와 한류 사이
한 남자의 객기 토하던 날들을
다시 일어선 여인, 언제나 목말랐던
그녀의 심연에 마르지 않는 샘물 고인다
다시 헤쳐가야 할 많은 날들을 위하여
넉넉히 목을 축이자
도무지 알지 못한다 해도
당신의 영혼을 위하여 넉넉히 물을 마시자.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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