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SRI 처방 규제는 정말 자살률에 악영향 끼쳤을까?
인터뷰 SSRI 처방 규제는 정말 자살률에 악영향 끼쳤을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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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규제 완화로 자살률 낮춘단 주장, 동의 못 해"
24세 이하 SSRI 계열, 자살 충동 높인단 연구도..."적절한 치료 제공해야"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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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I 처방 규제는 정말 자살률에 악영향을 끼쳤을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처방 규제가 다시 조명받았다.

우리나라에서 SSRI 항우울제는 60일 이상 약물 처방을 제한하고 있다. 이 이상으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로 환자를 보내야 한다. 신경과를 포함한 가정의학과 등에서는 해당 규제로 인해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지 못한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SSRI 처방 규제로 인해, 자살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한 원인 중 해당 규제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 해당 규제가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전문적 치료 기회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해당 논의의 '주요 당사자'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주장이다.

국감을 통해 재조명된 이후 각 언론에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짚는 목소리가 나온 반면, 규제 완화 반대 입장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논의에 '구체적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의협신문]은 SSRI 처방 규제 완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신경정신의학회에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하며 그간 언론에 의견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논의는 공식 회의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는 사안으로, 언론을 통해 의료계 내부 논쟁이 격화될 경우 인식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자살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고질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최선의 치료 제공을 위해서라도 SSRI 처방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만연해 있는 만큼 정신과 전문의료기관 방문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규제를 통해서라도 전원율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우울증은 신경증부터 정신병적 상태에 걸쳐 있어 쉬워 보이지만 반드시 전문진료로 연결되어야 할 주요 정신질환"이라면서 "약제투여의 단순한 처방만으로 약물 자체의 효과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우울증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약물 못지않게 면담 치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아청소년 우울증 치료제로 알려진 SSRI 계열 플루옥세틴의 경우, 18∼24세 젊은 연령층에서 위약 대비 자살 충동과 행동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어, 주의사항을 통해 처방의 신중함을 고지하고 있음을 알리며 "처방 확대보다는 적절한 치료 제공률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임상 가이드라인에서 일차 선택약으로 SSRI를 권고하지만, 특징지어지는 증상에 따라 SSRI 외에 다른 약제를 첫 번째 약물로 선택함으로써 약물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끝으로 60일 규제 유지와 함께 현재 시행중인 마음건강의원시범사업 강화를 통해 정신질환자 전원 풍토가 정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일문일답]
Q.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SSRI 처방 규제 완화' 이슈가 다시 주목받았다. 학회의 기본적 입장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규제 완화에 반대다.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때문에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60일 처방 제한이 최적의 진료를 위해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라는 점에서, SSRI 처방 60일 규제는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Q. SSRI 처방 규제 완화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60일 제한 규제가 만들어진 최초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최선의 치료 제공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원활하게 전과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해당 규제마저 완화할 경우, 적절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발전적으로 변해가야 할 전달체계가 멈출까 우려된다.

Q. SSRI 처방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살률 감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한 생각은?
동의하기 매우 힘들다. 흔히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수돗물에 불소를 함유시키듯 대량으로 SSRI를 살포하면 자살률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자살은 질병의 영향을 받지만, 순전히 질병의 결과가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을 도우려는 자세로 임해야지 자살하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질병만 보고 약 쓸 생각만 하면 안 된다.

Q. SSRI 처방 규제 완화가 오히려 자살률을 높일 것으로 보신다는 건지?
SSRI 처방 확대 또는 축소와 자살률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논하기 매우 어려운 관계다. 만약 자살을 생각하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고 있고, 이를 반영하는 지표로서 SSRI 처방량이 증가한 경우라면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보고 적절한 치료의 제공을 늘리려고 해야지 지표로 나타난 SSRI 처방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18∼24세의 젊은 연령층에 대한 SSRI의 사용은 위약에 비해 자살 충동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되어 처방의 신중함을 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SSRI의 자유로운 처방으로 우울증과 자살의 해결이 될 거라는 낙관적인 태도로 볼 때, 더욱 부주의한 사용이 걱정된다. 그 결과 많은 환자가 적절히 자살로부터 보호받지 못할까 우려된다.

Q. SSRI 처방 규제 완화가 우울증 환자 등 정신질환자들의 전문적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한다고 보는지?

현재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다. 특히 1차 의료기관 진료에서 항우울제가 제한 없이 사용된다면 정신과 병력이라는 낙인을 피해 전문의료기관 방문을 더욱 기피할 것이다. 많은 환자가 숨게 된다는 뜻이다. 타 과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단순한 약물 처방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은 (치료가) 쉬워 보이지만, 신경증부터 정신병적 상태에 걸쳐 있어 반드시 전문진료로 연결돼야 할 주요 정신질환이다.

Q. 우울증 치료에서 SSRI 등 약물 외에 어떤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모든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약물 처방에는 면담 치료가 있어야 한다. 사실 약제 투약의 단순한 처방으론 약물 자체의 효과도 끌어내기 어렵다. 환자의 자발적인 회복 의지와 약물 효과를 일치시키는 심리적 문제를 가진 질환을 다루는 특수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약제에 대한 정보제공과 함께 약물 효과에 대한 과도한 비합리적인 기대에 대한 설득, 약물 처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의 극복, 약제 효과로 인한 변화가 환자에게 가져오는 이득의 이해, 정신질환의 치료가 가져오는 개개인 환자의 긍정적인 생활 변화, 가족과 사회구성원들의 정신질환 발생으로 인한 관계 변화에 대한 대처 등의 면담이 필요하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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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든 우울증 환자에 SSRI가 효과를 보이나?
각종 임상 가이드라인에서 일차 선택약으로 SSRI를 권고한다. 이에 실제 SSRI 처방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항우울제 처방에서 첫 약제는 예외 없이 일차약의 처방이며 SSRI가 전체 환자 대부분에게 효과를 보인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임상가의 판단이 온전히 결정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초진하는 경우,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특징지어지는 증상에 따라 SSRI 외에 다른 약제를 첫 번 약물로 선택함으로써 약물 효용을 높일 수 있다. 이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

Q. 현재 SSRI 처방 규제가 환자 전원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나?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를 전원 또는 전과하려고 하는 경우, 의사에게 의지가 있어도 라포르로 맺어진 환자-의사 관계에선 타 의사에게 보내려는 것은 거절(reje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처방 규제는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Q. 최근 언론에는 신경과 등 처방 규제 완화 찬성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는데, 학회 차원에서 말을 아꼈던 이유가 있는지?
SSRI 처방 제한에 대한 논의는 대중매체를 통해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련 정부 부처에서 주도한 회의를 통해 전문가들이 충분히 의견을 낼 기회를 만들어내면 그 때 필요한 의견을 내면 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 앞에서 의료계 내부의 논쟁이 격화되면 소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의료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Q. 사실상 SSRI 처방 규제에 따른, 행정조치가 이미 없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학회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규정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정은 권고사항으로 돼 있어 이를 심사와 규제에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즉, 60일 처방 규제가 아닌 권고로 이는 SSRI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 제공을 위한 진료과 간의 협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Q. 정신질환자가 다른 진료과에서 잘 전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나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전달체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우울증에 대해 60일 규제 유지와 함께 현재 시행중인 마음건강의원시범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즉,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전원하는 데 힘써주시는 비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환자 설득과 관련 행정업무처리를 하는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로써 건강한 풍토가 정착했으면 한다.

Q. 현재 정부 부처와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
아직 의견조회 받은 바 없다. 덧붙이자면, 내년 우울증 치료 적정성 평가 결과가 나온 후에 그 데이터를 두고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추후 관련 회의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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