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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 한방 진료비 1조원 돌파…이대로 괜찮은가?
자보 한방 진료비 1조원 돌파…이대로 괜찮은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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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진료비 청구명세서건수 역전…의과 41%·한방 59%
상급 병실료 눈덩이 증가세…한의원까지 1인실 늘리기 혈안
한방 비급여 심사기준 없고, 환자 본인부담 없어 과잉진료 우려
■ 자동차보험 요양기관 종별 진료비 심사실적(2014-2020년)                (단위 : 억 원, %)
■ 자동차보험 요양기관 종별 진료비 심사실적(2014-2020년)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한방은 지난 1999년 자보 수가를 적용받은 이후 해마다 큰 폭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더군다나 단순 타박상·염좌 등 경상환자군의 한방 선호현상이 뚜렷해 앞으로도 증가세를 막기는 쉽지 않다. 

한방 진료비 급증은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손해보험사 보험료 인상 등을 촉발해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과잉·중복 처방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악영향도 우려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정책현안 분석집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현황과 문제점>을 통해 한방 진료비 급증, 한의원 상급병상 수 급증, 첩약 처방 증가에도 낮은 복약순응도, 진료수가·세부인정 기준 불명확 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개선책으로는 ▲한방의료기관, 한의원 1인실 설치 확대 제한 ▲첩약 적정 처방기준 설정 ▲한방물리치료 시술 횟수·시간 기준 마련 ▲한방 경증환자 진단서 교부 의무화·치료기간 별 지급 금액규모·한도 설정 ▲비급여 항목 비용 산정 객관성·정확성 확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별도 심사 기구·조직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방 자보 진료비 급증은 의료기관별 청구 비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거의 모든 한방병원(96.8%)·한의원(82.5%)이 자보를 청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의과는 의원(17.6%)·요양병원(44.9%)·병원(71.1%) 등으로 한방에 크게 못미친다. 

자보 청구 명세서건수는 이미 한방이 의과 영역을 추월했다. 

의과는 2014년 869만에서 2020년 803만건으로 감소했으나, 한방은 같은 기간 446만건에서 1155만건으로 늘었다. 특히 한방병원은 79만건에서 386만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결국 자보 청구명세서건수에서 의과 비중은 2014년 66.0%에서 41%로 내려앉았지만, 한방은 33.9%에서 58.9%로 크게 늘었다.

한방 진료비는 1조원을 돌파했다. 

의과는 2014년 1조 1503억원에서 2020년 1조 1676억으로 답보상태를 기록한 반면, 한방은 같은 기간 2698억원에서 1조 1643억원으로 4.3배 증가했다.

한방병원(787억원→5505억원), 한의원(1911억원→6137억원)은 각각 5배, 3배 넘는 급증세를 이뤘다. 

이런 영향으로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합친 전체 한방 진료비 중 자보 비중은 2014년 10.6%에서 2020년 2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의 한방 점유율이 4.2%→3.4%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한방은 건보 진료비 감소분을 자보로 메우기 위해 자보 진료에 주력하면서 진료비 급증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 자동차보험 요양기관 종별 청구명세서건수(2014-2020년)                 (단위 : 건, %)
■ 자동차보험 요양기관 종별 청구명세서건수(2014-2020년) (단위 : 건, %)

자보 입내원일수·건당 진료비 역시 같은 경향을 보였다. 

의과 입내원일수는 1669만일→1300만일로 줄었지만, 한방은 497만일→1353만일로 증가했다.  

건당진료비는 의과의 경우 13만 2346원→14만 5354원으로 소폭(9.8%) 증가했지만, 한방은 6만 445원→10만 788원으로 66.7% 늘었다.

자보 다빈도 상병에서도 의과와 한방 간 진료비 격차가 두 배 넘었다. 

지난해 의과·한방 모두 다빈도 1, 2위 상병은 ▲목부위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 ▲요추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 등으로 나타났다. 두 상병 모두 한방 진료비가 의과보다 각각 2.2배, 2.1배 높았다.

이번 정책현안 분석에는 한방 자보진료비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방 진료비가 크게 늘면서 전체 의료비 증가는 물론 손해보험사 보험료 인상을 촉발해 결국 자보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한방 병상 수 문제도 짚었다. 

한방 병상 수는 2014년 1만 7901곳에서 2020년 3만 1636곳으로 76.7% 증가했다. 특히 상급 병실료 급증 문제는 심각했다.  

2019년 이후 한방병원 상급병상은 모두 1인실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한의원까지 상급 병상을 늘리고 있다. 

현행 법상 10병상 이하의 병의원은 일반병상 의무보유율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결과다. 실제로 일부 10병상 이하 한의원은 모든 병상을 1인실로 운영하며, 이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해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질병 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순위별 현황-외래(2020년 기준)
■ 질병 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순위별 현황-외래(2020년 기준)

한방 진료비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첩약의 낮은 복약순응도 문제도 지적됐다. 

2019년 진행한 '자보 한방진료에 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첩약을 처방받은 환자 가운데 4분의 3은 전부 복용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첩약 진료비의 상당부분이 낭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보 진료수가나 세부 인정기준이 명확히 정해지 않은 것도 한방 진료비 증가에 일조했다. 

자보 한방 영역에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데도 이에 대한 심사기준이 없고, 환자 본인부담 역시 없어 과잉진료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또 첩약·약침·추나요법·한방물리요법 등의 횟수 제한이나 인정기준 역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번 정책 현안 분석을 통해 자보 한방진료비 급증 대책으로 ▲한방의료기관·한의원 1인실 설치 제한 ▲첩약 적정 처방기준 설정 ▲한방물리치료 시술 횟수·시간 기준 마련 ▲한방 경증환자 진단서 교부 의무화·치료기간 별 지급 금액규모·한도 설정 ▲비급여 항목 비용 산정 객관성·정확성 확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별도 심사 기구·조직 설치 등을 제안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자동차보험에서의 불필요한 한방 진료 증가는 보험 가입자인 국민에게 그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될 뿐만 아니라 과잉 혹은 중복 처방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대안으로 자동차보험 가입 시 한방 특약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라며 "무엇보다 향후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당국이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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