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정맥학회 윤리강령이 주목되는 이유
논설위원 칼럼 정맥학회 윤리강령이 주목되는 이유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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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의사윤리선언, 윤리강령은 전문성과 함께 윤리성을 추구하는 의사들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의대 졸업식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학생들. ⓒ의협신문

창립 20주년을 맞은 대한정맥학회가 최근 정맥 질환 예방 및 치료시 주도적 역할을 다하는 의료인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결의한 4개 항의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모 학회가 아닌 세부 학회가  구체적인 윤리 강령을 선언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창립 후  20년 동안 회원수가 팽창하면서 엄격한 회원 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이 일부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자 적극적인 자율정화의 필요성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의사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누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게 된다. 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의료를 제공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의료윤리는 의학의 태동기 부터 주요 관심사였다. 기원전 5세기 경에도 이미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존재해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건강을 우선하고, 환자로 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발전, 난치병 치료 등의 연구가 가져올 이익을 이유로 피험자의 인권을 침해한 나치와 일본의 참혹한 인체 실험을 반성하면서 1947년 세계의사회가 선언한  '제네바 선언'이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대한의사협회에서 1961년 제정한 '의사윤리'가 있다. 의사윤리의 근본과 그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의학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상황에 맞게 구체적인 윤리적 의사상도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의협은 1997년 '의사윤리 강령에 이어 2001년 의사윤리지침을 제정·공포했으며, 2006년에 이어 2017년 윤리지침을 개정했다.  

세계의사회나 우리나라의 의사윤리처럼 모든 의사들의 윤리적 나침반인  윤리선언 외에도 내과의사, 외과의사 등 전문과 의사에 특별히 따로 적용되는 윤리선언도 있다.  의학의 분화에 따라 각 전문과 별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 차이가 나면서 전문과 별로 윤리적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인식에서 학회 별로 윤리선언을 따로 제정하는 추세다. 2007년 내과학회가 선도적으로 윤리선언을 제정한데 이어, 이후 외과학회, 가정의학회, 재활의학회 등이 윤리선언을 마련해 회원들이 준수토록 하고 있다. 주요 과별로 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생명의 존엄 및 가치를 존중하며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또  환자의 인격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이를 보장해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맥학회 처럼 세부전문학회가 그것도 정맥질환이라는 특정 질병군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 윤리강령을 제정한 것은 예외적이다. 윤리강령 제 1항에서 강조한 '정맥질환 환자의 치유와 안전을 위해 명확한 진료지침과 임상적으로 규명된 근거에 기반한 치료만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최근 실손보험의 영향으로 하지정맥류 수술과 관련한 의료서비스가 초과수요·초과 공급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2014년 3000만명에서 2019년 3800만명으로,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2017년 4조 8000억원에서  2019년 6조 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  하지정맥류 환자는 2016년 16만 2000명에서 2020년 21만 2000명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의료윤리의 문제는 생명과학의 발달과 쌍을 이룬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의료기술이 인류의 건강과 생명연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반면 의사들은 과거에 고민하지 않았던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여기에 정맥학회의 예에서 보듯 최근에는 의료비의 문턱을 낮춰주는 실손보험과 같은 보험급여 제도가 윤리적 실험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의사윤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맥학회가 천명했듯 "임상적으로 규명된 근거에 기반한 치료, 의료인으로서 윤리를 지키고, 새로운 치료방법은 적절한 검증 후 임상에 도입"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의사가 지향해야할 목표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의사에게 독점적 권한인 의사면허를 부여한 이유는 왜 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의사라는 전문직을 믿고 국민의 건강을 맡기겠다는 신뢰성이 기본이 됐고,  그 신뢰의 양 날개는 의사 전문성과 윤리성이다. 근래 수술실 CCTV 법의 예에서 보듯 전문가의 신뢰에 의문이 생기면 언제든 국가나 사회는 전문가의 자율성 보다는 규제와 억압으로 개입하려 했다. 정맥학회의  윤리강령은 전문성과 윤리성의 팽팽한 균형과 긴장을 기반으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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