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불안제 사전알리미 제도' "정신건강의학과 특성 외면"
'항불안제 사전알리미 제도' "정신건강의학과 특성 외면"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1.11.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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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기준 넘었다고 기계적 경고...환자 안전 도움되지 않아" 지적
식약처, 항불안제·진통제 '1단계 사전알리미'..."과별 특성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기준"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항불안제 사전알리미' 제도에 대해 "우울증 및 불안장애의 치료에 대한 고민과 배려 없이 시행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전알리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처방 정보를 분석해 안전사용기준을 벗어나 처방한 의사에게 서면 통보하는 제도를 말한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의료용 마약류인 식욕억제제를 대상으로 사전알리미 제도를 시행한데 이어 지난 2월 프로포폴, 3월 졸피뎀을 대상으로 제도를 확대했다. 10월 29일에는 의료용 마약류 항불안제·진통제에 대해 '1단계 사전알리미'를 제공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항불안제·진통제의 1단계 사전알리미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지난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 안전사용 기준을 벗어나 항불안제를 처방·투약한 의사 1148명과 진통제를 처방·투약한 의사 1461명을 1단계 사전알리미 발송 대상으로 정했다. 

항불안제 안전사용 초과 기준은 ▲3개월 초과 사용 ▲4종 이상의 항불안제 병용 등이며, 진통제 안전사용 초과 기준은 ▲3개월 초과 사용 ▲품목 허가사항에 따른 나이 금기 미준수 ▲허가사항의 투여 간격 미준수 등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식약처는 이번 1단계 사전알리미를 받은 처방 의사를 대상으로 오는 12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항불안제 진통제 처방·투약 내역을 다시 추적, 안전사용 기준을 벗어난 경우 2단계 사전알리미를 발송할 예정이다.

다만, 처방 의사에게 처방·투약 사유를 제출받고, 전문가협의체 자문을 거쳐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받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행정조치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5일 식약처의 항불안제 사전알리미 제도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위해 불필요한 항불안제의 사용이 줄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진료 환경, 환자의 특성, 전문가의 처방에 기계적으로 경고를 날리는 것은 국민건강과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소량의 항불안제의 다종 병용요법이 한 가지 항불안제를 과량으로 처방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진료에서는 특정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소량의 항불안제를 병용투여하다가 약제를 줄이는 치료가 흔히 이뤄진다"라고 밝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 경우 소량의 항불안제 병용투여가 더 위험하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전하게 총투여량의 감소를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진료과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사전알리미를 보낸데 대해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는 특성상 불안장애,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비율이 매우 높고, 타 과에서 장기간 불면증 등으로 치료하다가 전원된 환자도 많다. 이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항불안제 처방은 전혀 효과도 없고 용량을 증량하거나 병용 처방이 불가피한 경우가 어쩔 수 없이 생긴다"라면서 "모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더 적은 용량으로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병용 투여하는 순간 약물 사용을 오남용하는 것으로 낙인을 찍히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환자 개인마다 항불안제의 감수성이 매우 크고, 전문가의 항불안제 사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도 짚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항불안제는 타 약물에 비해 적정 용량이라는 것이 개인별·상태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현재 약물 투여가 과용량인지, 적정 용량인지를 일괄적인 기준으로 기계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표준화된 기준이 타 과보다 적은 것은 질환의 발병과 치료가 단일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아 전문가에게 치료를 위임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단순히 4종 이상의 항불안제 병용사용이 문제라거나, 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등의 (식약처의) 잘못된 기준에 동감할 수 없다"라면서 "오남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간 처방 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권유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에 더욱 신경 써 달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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