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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역설 "대응 너무 잘해, 큰 피해 온다"…내년 확진자 2만 5000명
K-방역의 역설 "대응 너무 잘해, 큰 피해 온다"…내년 확진자 2만 5000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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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교수, '일상 회복' 서구권 국가와 항체 양성률 3∼10배 차이
"단계적 일상회복, 피해 지연 아닌 감당 가능한 피해 맞겠단 의미"
코로나 재생산수 시나리오 '2022년 중순, 중환자 3000명 재원' 예상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8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1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 종합학술대회'에서 'COVID-19 장기예측과 단계적 일상회복'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유튜브 화면 캡쳐) ⓒ의협신문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8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1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 종합학술대회'에서 'COVID-19 장기예측과 단계적 일상회복'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유튜브 화면 캡쳐) ⓒ의협신문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이 잘 진행되면서, 오히려 추후 맞게 될 피해가 클 것이라는 '역설적' 분석이 나왔다. 내년 여름에는 2만 5000명의 확진자, 중환자 3000명 재원이 예상된다는 코로나19 재생산 지수 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8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1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 종합학술대회'에서 'COVID-19 장기예측과 단계적 일상회복'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재생산 지수 분석을 통해, 피해 총량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상황은 방역이 잘 진행돼, 오히려 다른 나라의 상황보다 조금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소 역설적인 그의 설명을 풀자면 이렇다.

일찌감치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미 심각한 유행상황이 진행됐다. 당시 확진세가 급증하면서, 동시에 감염에 따른 면역 획득 사례가 매우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확진세를 성실히 방어해 왔기 때문에 감염에 따른 면역 획득 사례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교수는 "추후 서구권 국가들이 치료해야 할 피해가 많이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피해가 더 크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서구권 국가와 비교하면, 항체 양성률에서 약 3∼10배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에 모든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며 점진적으로 피해를 분산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정 교수는 "감당해야 할 피해가 아직 많은 상황에서, 모든 방역 조치를 한 번에 풀게 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모든 방역 조치를 한 번에 풀 경우)자연 상태의 대규모 확진이 이뤄질 것이다. 중증환자 2만 5000명 발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피해 총량 예상 시나리오는 기초감염 재생산수를 지표로 삼는다. 이는 한 명의 확진자가 새로운 조치가 없을 때 몇 명의 감염자를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수치다.

우리나라 델타변이바이러스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보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5.25∼6.125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확산 방지에 필요한 면역수준을 계산할 수 있다.

면역수준은 1-1/기초감염재생산수로 측정한다. 우리나라는 81∼84%의 면역수준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접종완료율을 80%로 놓고 봤을 때, 백신 접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64%"라며 "필요 면역수준 달성을 위한 나머지 17∼20%는 돌파 감염이나 미접종자 감염에 의해 면역을 획득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봤다.

현재 분석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년 여름 2만 5000명 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할 거란 예상도 이었다.

정재훈 교수는 "앞서 예측한 3가지 시나리오들의 11월 상황을 봤을 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12월까지 감소 추세를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증가추세로 가고 있다"며 "이는 두 번째 시나리오와 유사한 형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년 여름 2만 5000명의 확진자와 중환자 3000명 이상 재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중환자 곡선을 좀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준비 중인 중환자 병상 수준에 어느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8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1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 종합학술대회'에서 'COVID-19 장기예측과 단계적 일상회복'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유튜브 화면 캡쳐) ⓒ의협신문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8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1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 종합학술대회'에서 'COVID-19 장기예측과 단계적 일상회복'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유튜브 화면 캡쳐) ⓒ의협신문

단계적 일상회복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피해를 맞겠다는 의미라는 점을 짚으며 단계적 일상회복의 원칙으로 하되 피해감소 전략과 피해 분석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 방역 전략은 피해를 미루고, 확진자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이제는 지속 가능하고, 비용 효과적이며 절차적으로 정당한 방역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곡선의 면적(피해)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전략은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계적 일상회복은 피해를 미룬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당할 수 있는 피해를 받자는 개념"이라며 "모델을 기반한 단계적 일상회복은 그래프의 윗부분을 두드려 평탄하게 피해를 분산해 받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피해를 분산'한다는 개념은 의료종사자 입장에서는 가혹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곡선의 평탄화는 곧, 피해를 분산해 길게 유지한다는 의미이므로 현행 방역 상황이 장기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현재도 '번아웃'을 호소하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분석이다.

정 교수는 "곡선을 평탄화한다는 것은 의료종사자 입장에서는 길게는 3년까지 코로나19 대응 상황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국민에게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되겠지만 의료진의 미래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인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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