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영향 세계적 '파킨슨 팬데믹' 상황…정부 지원 절실
신약 국내 진입 포기에 기존 오리저널 약도 철수…불안감 증폭
파킨슨병 극복 위한 기초 연구 확대·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서둘러야
"파킨슨병은 진행하는 만성질환으로 질병특이적 재활치료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며, 재활치료에 대한 파킨슨병 전문의 역할과 신경과 전문의의 처방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파킨슨병 유병률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운동·재활 지원 미비, 직업활동 제한, 간병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대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의 40∼50대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인 치매 대비 9배나 높아, 환자 개인의 생산성 저하로 인한 가계부담과 가족이 짊어질 고통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는 최근 '파킨슨병 극복과 국가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 간담회'를 열고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보장성 강화와 기초연구 확대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안태범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장(경희의대 교수)은 "파킨슨병은 서동, 안정 떨림, 강직, 자세불균형과 같은 운동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전구증상인 수면장애, 냄새 맡기 저하, 변비와 우울증 같은 비운동증상이 조기진단 지표로 사용된다. 조기치료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 된다"며 "파킨슨병을 중심 주제로 다양한 과제를 포함하는 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 효과 감소·꼬임, 직업활동 제한, 운동·재활 치료 지원 미비, 간병 부담 증가 등 파킨슨병 환자의 다양한 고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새로운 치료법 도입을 위한 정책적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과 조기진단 문제, 치료 방향성에 대해 집중 진단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파킨슨 팬데믹'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파킨슨병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신혜원 중앙의대 교수(학회 보험이사)는 "급증하는 유병률과 퇴행성뇌질환 극복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고려할 때 파킨슨병에 대한 국내 인지도는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파킨슨병의 인식개선은 최근 변화하는 조기진단법을 통한 선별진료 확대, 치료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파킨슨병 극복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킨슨병 인식 개선과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학회의 노력도 소개했다.
신혜원 교수는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문가들이 펴낸 <파킨슨병 101가지 이야기>, 유튜브 채널 <파킨슨TV>, 환자 소통 플랫폼 <파킨슨네트워크 코리아> 등을 통해 파킨슨병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중석 가톨릭의대 교수(학회 재무이사)는 치료제 진입 장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중석 교수는 "보험문제로 사용이 제한되는 '뉴프로'·'듀오파 장내젤', 미국 FDA 승인 제품이지만 고가제제로 국내 진입이 보류된 레보도파 ER정 등 다양한 도파민 전달시스템 약제의 부재가 아쉽다"며 "파킨슨병 발병과 진행 경로를 방지할 수 있는 항 시누클레인 약물과 같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조기진단과 진행의 바이오 마커의 개발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파킨슨병 뇌은행 활성화를 통해 치료제 개발의 기초가 확립돼야 하며, 전임상·임상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복지 향상과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천상명 동아의대 교수(학회 기획이사)는 "무용 치료가 파킨슨병의 주된 증상인 경직·서동증 등의 감소와 보행장애를 개선시키고, 우울증·삶의 질 개선 등 측면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됐다. 4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연구에서도 파킨슨병 전문재활치료 군에서 일반재활치료 군보다 파킨슨병 합병증·골절·사망률 감소를 보였고 연간 치료비도 530달러 감소됐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에 대한 재활치료 급여화가 시급하며, 전문적인 재활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천상명 교수는 "파킨슨병 재활 치료 급여화가 시급하다. 회복기 단계의 집중적 재활이 아닌 만성질환에서 질병 특이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며 "파킨슨병 전문가가 파킨슨병을 위해 고안한 안전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파킨슨병 치료경험이 있거나 교육을 받은 운동강사나 치료사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장애진단, 산정특례, 수가 체계 등 법적 보장 문제도 짚었다.
고성범 고려의대 교수(학회 부회장)은 "파킨슨병은 신체와 인지적 증상이 복합적으로 악화되는 질환으로 이에 따른 가족들의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장애 급수와 무관하게 교통 수단 이용 혜택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가 인하 제도에 따른 신약 약가 책정이나 오리지널 약가 인하 후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전략이 국내 진입 포기나 철수로 귀결되고 있다"며 "새로운 제형에 대한 기대 충족이 어렵고 기존 약제도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패널토론에서는 파킨슨병에 대한 보장성 확대와 기초연구 활성화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좌장을 맡은 백종삼 인제의대 교수(학회 정책이사)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발성신경위축증, 피질기저핵변성 등은 산정특례를 적용 받지 못한다"라며 "파킨슨 증후군들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명을 넣을 수 밖에 없어서 통계적 왜곡이 될 수 있고 코호트 작업이나 연구에도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부 과장은 "희귀질환은 국내 유병인구 2만명 이하로 규정되며, 기존에 혜택을 받고 있는 다른 질환에 수렴이 되는 병보다는 그렇지 않은 희귀질환을 우선해 신규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등급 관련 문제점도 제기했다.
고성범 고려의대 교수는 "파킨슨병이 진행하게 되면 약물의 효과가 잘 나타나는 시기(On)와 효과가 없어지는 시기(Off)가 구별되는데 Off 시기가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으므로 장애진단 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심하지 않은 장애 환자 중에서도 주차혜택을 받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눠져 일선에서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약제 급여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최금희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부장은 "동일성분이 들어오면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돼 채산성 문제가 제기돼, 이에 보완책으로 조정신청제도나 퇴장방지의약품지정 등을 통해 약가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레보도파 ER정은 국내 허가가 진행되면 질병 중증도를 고려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 재활치료 급여화에 대한 정부측 입장도 개진됐다.
김지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평가실 부장은 "재활은 회복기단계의 집중 재활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파킨슨 환자들 중에서도 넘어지는 등 급성 문제로 회복기 재활이 필요한 경우는 재활대상 환자에 편입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난희 심평원 완화요양수가부장은 "파킨슨병에 특화돼 있는 태극권이나 재활치료 등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해 급여등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성범 고려의대 교수는 "파킨슨병은 진행하는 만성질환으로 질병특이적 재활치료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며, 재활치료에 대한 파킨슨병 전문의 역할과 신경과 전문의의 처방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