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백색 "미래 의사의 무기는 '데이터 해석 능력'"
백인백색 "미래 의사의 무기는 '데이터 해석 능력'"
  •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3년) ajiss123@naver.com
  • 승인 2021.11.29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업 창업,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은솔 대표는 '블록체인' 개념을 의료기관에 처음 도입한 '메디블록'의 공동 창업자이다. 그는 '의사' 외에도 '소프트 엔지니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컴퓨터과학에 관심을 보였던 이 대표는 과학고에 진학해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지만 주변의 수많은 프로그래밍 영재들을 보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결심을 하면서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한양의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메디블록을 설립했다. <의협신문>은 '의학'과 '컴퓨터과학'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이은솔 대표를 만나봤다

ⓒ의협신문
영상의학을 공부하다 의학과 컴퓨터 과학을 조합해 창업에 뛰어든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앞으로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의사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Q.컴퓨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별히 영상의학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한 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프로그래밍 관련 대회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고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해왔기 때문에 의과대학 재학 중에도 프로그래밍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에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본과 4학년 때 서울 아산병원의 영상처리 연구실 (메디컬 이미징 lab)에서 CT를 3d로 재구성한 후 정량적인 분석을 하기도 하고 AI연구도 하며 영상의학이  '의학'과 '컴퓨터'를 함께 쓸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이 생겨 선택했다.

Q.그러다 임상을 벗어나 다른 진로를 결심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던 중 딥러닝이 나오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한 명의 연구자가 의학적인 domain knowledge를 갖고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면 딥러닝 이후에는 데이터, 기계, 자본력의 중요도가 커졌다. 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회사도 많아져서 병원 내부의 일들도 병원 밖으로 많이넘어가는 경향이 생겼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병원 밖의 진로를 찾게 됐다.이런 과정에서 '의료데이터'가 기반이 돼 기술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됐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환자들도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의료데이터 관련 플랫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Q.메디블록의 원리는 무엇인가? 또 메디블록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와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선진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현실화되려면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병원으로부터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데이터가 넘어가고 또 환자가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병원에 있는 데이터를 환자에게 어떻게 넘길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의료정보는 민감한 정보이기에 해킹과 변조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메디블록은 진본증명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환자가 제 3자에게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줄 때 제3자가 진본여부가 확실한 메타데이터를 받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한 블록체인을 만들고 환자용 앱과 의료기관용 프로그램까지 총 세 가지를 제작하게 됐다. 이 세가지를 기반으로 의료데이터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쉽게 말해 환자가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협신문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의협신문

Q.전공의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회사 창업과는 어떤 점이 달랐나? 
전공의 때는 전공의 생활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전공의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은 채로 병원 밖의 생활에만 집중하면 본질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결국 '의사'는 '의학'을 가장 잘 수행해 나가야 하고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전공의 생활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논문을 쓰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학문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그런지 할 만했고 나름 즐거웠던 것 같다. 반면 창업생활은 훨씬 힘들었다.

전공의 때는 내가 노력하고 내가 시간을 할애하는 과정이었다면 창업은 정해진 스케쥴도 없고 나 자신이 온전히 만들어 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 많은 요인들도 있고 인적자원의 관리까지 해야 한다. 더 바빠지고 책임감이 훨씬 커지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았던 것 같다. 

Q.의사라는 직업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장·단점이 있나?
깊은 의료 domain knowledge가 내부에 있다는 것은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고 내부구성원을 설득하고 외부의 파트너들과 일하는측면에서 이는 분명한 장점이다.반면 불리한 점은 '의사 전문직'의 특성에 있다. 의사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하다.

나 역시 혼자 일하는 것이 편했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탈피하고 팀플레이를 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의사' 로서의 지식이나 임상경험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 '창업가'로서 배워야하는 것에 집중하고 강점을 개발하는 것이 의사 창업자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진료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다루는 데에 친숙해져야한한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자체가 의사의 무기가 될 것이다.

Q.'영상의학' 이라는 전공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떤 인사이트를 제공하는지 궁금하다. 
첫째로, 영상의학은 전신을 다루는 과라서 환자의 다양한 면을 경험하고  타 과의 의사들이 환자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의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영상의학을 전공하면서 병원생활을 경험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병원운영 시스템을 알게 됐고 각 직업군들을 이해하고 각 과의 의사들이 환자를 어떻게 진단하고 진료하는지 경험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세번째는 영상의학과 관련된 학회생활이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영상의학은 의료데이터를 많이 다룬다. 이 과정에서 표준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한 인사이트를 많이 제공해주었다. 전공의 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영상의학을 다시 선택할 것 같다.

Q.메디블록에서 선보인 '메디패스'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메디패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한가지 앱으로 여러 병원과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간편보험 청구' 외에도 다른 서비스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재증명 서류를 모바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진단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복약관리, 병원예약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실손보험 청구, 예약, 복약관리, PHR과 같은 환자의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를 늘려 가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데이터를 준 이후에 환자가 제 3자에게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데이터의 진본이슈로 특정회사에 데이터가 잠시 모였다가 옮겨지는 과정을 거치는 곳과 확실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의협신문
이은솔 공동대표는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과를 전공했다.  ⓒ의협신문

Q.최근 닥터팔레트를 출시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을 쓰는 편이지만 개원가나 동네의원은 환자진료를 위해 사용하는 차트 프로그램은 굉장히 오래되고 내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내부 접수와 진료 기록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환자가 병원을 원활하게 예약하고 검사 결과를 받아오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현재 개원가 수준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닥터팔레트는 환자 중심의 데이터를 받기 위해 클라우드나 구글드라이브처럼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며 환자용 앱과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닥터팔레트가 원활하게 운영된다면 메디블록이 만들고자하는 플랫폼이 완성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원에 계신 선생님들께 닥터팔레트를 제공함으로써 의료계의 새로운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Q. 무한경쟁시대인 만큼 창업 역시 비슷한 소재와 아이템을 대상으로 경쟁이 치열한데 '의사'로서 강점을 지닐 수 있는 부분이나? 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사' 로서의 지식이나 임상경험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 '창업가'로서 배워야 하는 것에 집중하고 강점을 개발하는 것이 의사 창업자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의 운영방식을 배우고, 변화에 대한 대비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갈고 닦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Q.의료데이터는 '보안성'이 다른 어떤 데이터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또 기술적으로 어떤 것들이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료기관은 보안에 취약한 편이다. EMR 인증제의 경우 기능성, 보안성, 상호운영성을 가지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충분히 발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보안성의 강화는 의사의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의대생이 나중에 의사가 되기도 하지만 경영자가 되기도 한다. 경영자로서 갖추어야할 보안성 역시 의대생들이 배워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Q.마지막으로 의료데이터를 잘 이용하려면 의사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한다. 
EBM을 하게 되면서 통계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미래에는 데이터에 의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는 항상 존재할 것이고 그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의학의 모습은 Real world data의 수집을 바탕으로 AI의 빠른 방향성 제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정확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것이다.

의사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진료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다루는 데에 친숙해져야한다. 그것이 통계이든 머신 러닝이든 의사가 이런 도구를 잘 다룰 수 있어야 정밀하게 진료를 볼 수 있고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자체가 의사의 무기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