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비극' 줄이려면?…증상별 '세분화'·응급입원 개선 절실
정신질환 '비극' 줄이려면?…증상별 '세분화'·응급입원 개선 절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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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기·만성기 환자 분류 시급…응급입원 시스템 손봐야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 24일 '정신건강 향상 위한 토론회'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정신건강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패널토의 모습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패널토의 모습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증상과 시기에 따른 적정 치료와 응급입원에 대한 시스템 전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급성기·만성기 환자에 대한 분류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소한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고,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24일 주최한 '대한민국 정신건강향상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신응급센터 구축과 공공 이송제도 확립 필요성을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안인득 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등 조현병 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건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중증질환자에 대한 진단·치료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보건복지부에 정신건강정책국을 설치하는 등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예산 배정이나 수가 개선, 세분화된 환자 관리 등 제대로 된 시스템 개선이나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먼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특히 '안인득 사건'을 예로 들며 "안인득의 경우, 치료를 받았던 6년간 단 한 건의 사고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의 7차례에 걸친 신고에도 어떤 행정입원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한 편견의 악순환이 생긴다. 조현병 환자는 편견 때문에 숨고, 치료와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신 응급 상황 발생 대비 공공 이송률은 20%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가족이 이송을 책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백종우 교수는 "덴마크의 경우, 24시간 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가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과 경찰 등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지원하는 한편, 우울증 국민건강검진 후 고위험군을 국가 책임하에 지역과 치료를 연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운영 중인 국립정신건강센터를 국립정신건강본부로 격상하고, 급성기병상과 만성재활병상을 구분해 급성기 치료와 재활서비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백종우 교수는 "급성기병상과 만성재활병상을 구분해 급성기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하루 5만원대의 낮은 서비스로는 급성기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왼쪽부터)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오승준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 권준수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의협신문
(왼쪽부터)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승준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협신문

오승준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 역시 패널 토의를 통해 "현재 병원 시스템에서는 급성기 환자와 만성기 환자가 혼재돼 있다"며 "이들은 각기 개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총무이사는 "급성기 병동과 만성기 병동을 구분하고, 의료인력의 수준도 구분해서 작동해야 한다"며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경우, 정신질환병원을 급성·만성·재활치료센터·낮병동·중간집·너싱홈 등으로 세분화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병상 수 정도로 구분하는 게 고작이다.

또한 타이페이시에만 정신중환자실 12병상을 확보하고 있고, 늘 응급 입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행정입원을 위해 '빈 병상 찾기 전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 총무이사는 "우리나라의 중증정신질환, 자살예방, 중증치료에서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병원의 기능을 세분화 하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선진국형 시스템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세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중증정신질환 중 조현병을 가장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으며 "전생애에 걸친 병의 특성상 통합적인 관리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다른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지만, 중증정신질환의 경우 특히 각 시기별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정 시기나 단기적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없다"며 "또 최종 목표는 직업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재활을 통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시설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전체적인 컨트롤 타워 설치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통합적 계획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의 국민정신건강 특별위원회 또는 국민 행복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본다"며 "국립정신건강센터 역시 국립정신건강원으로 변경해 명실상부한 R&D기관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의협신문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개선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회와 보건의료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정신건강과 관련해 국가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 많이 담았다. 안타까운 부분은 예산을 수립하고, 기본계획에 2조원을 투입해 인프라나 복지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보건복지부 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정책관은 "응급의료센터 발족과 관련해서도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임금 문제를 현실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당초 8곳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수를 줄여 내실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도 있다"며 "아직 예산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나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는 "예산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보건복지부 주무 정책관으로부터 나왔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가 국회 관계자들과 보건의료인들로 구성됐다"라면서 "정신질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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