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환수·환급 법안' 법사위서 발목...국회 발 제도 개선 일단 불발
政 '손실환급제도' 자구책 마련..."회복 불가능 손해없다" 사법부에 메시지
제약계의 반발로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제약사의 행정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 작업이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제약사 패소 시 '환수', 정부 패소 시 '환급' 등 그 비용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했던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는 자구책인 '손실 환급제도'를 통해 사법부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제약계의 관심을 모았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이른바 '약가인하 환수·환급 법안'은 다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과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약가인하 소송에서 제약사가 패소한 경우 소송기간 동안 발생한 손해를 해당 제약사로부터 환수하고, 정부가 승소한 경우에는 해당 손실을 정부가 제약사에게 환급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가인하 소송으로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에 대한 보상 주체를 명확히 함으로써, 제약사의 무분별한 약가인하 집행정지 소송을 막자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지난 11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 이날 법사위를 넘어 연내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으나, 제약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 개정을 기다려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 상황. 일단 행정부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치들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인하 소송결과에 따른 손실환급제도' 도입 안을 보고했다. 약가 관련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하는 경우 제약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제약사로부터의 '환수'가 아닌 정부의 '환급'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사법부에 "소송에서 지면 정부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실제 법원은 제약사가 제기한 약가인하 등 집행정지 인용 시, 약가인하 조치로 인해 제약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어왔다. 약가인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되더라도 제약사가 입은 손실에 대한 구제수단이 없으니 미리 그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정부가 지면 손해 배상을 한다'고 약속함으로써, 이를 이유로 한 사법부의 집행정지 결정을 줄여나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약가인하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자신감도 깔려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제기된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38건으로, 취하된 2건을 제외한 36건에서 제약사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 이로 인한 재정손실은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 약가인하 소송이 21건에 달했는데, 현재까지 정부가 패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부는 연내 손실환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요양급여 기준 규칙 및 고시 개정을 추진,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제도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