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번호별로 정상제품 존재...재처방 아닌 약국 교환 비중 높을 듯
재처방·재조제·교환 시 환자 본인부담 면제...사후 제약사 '전액 정산'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조사 결과 다수 로사르탄 성분 고혈압치료제에서 발암물질인 '아지도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대대적인 의약품 회수 및 교환 작업이 예고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3년 전 발사르탄의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 다만 의약계 전문가들은 이번 로사르탄 사태의 파장이 발사르탄 파동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해당 제품 전체가 회수 및 재처방 대상이 되었던 발사르탄과는 달리, 이번 로사르탄 의약품은 같은 제조사라도 제조번호에 따라 정상제품도 존재하는 상황이라, 의료기관을 통한 재처방 보다는 약국을 통한 의약품 교환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아울러 재처방 시 비용 문제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리된 터라, 처방 비용 일부를 의료기관이 떠안았던 과거의 사례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로사르탄 고혈압치료제서 불순물 확인...98개사 295품목 회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안전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유통 중인 로사르탄 고혈압치료제 98개사, 295품목에 대해 제약사를 통한 회수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장에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 품목에서 발암물질인 아지도 불순물이 1일 섭취 허용량 이상 검출되거나, 초과 검출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판단됐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식약처는 해당 제품들을 처방받은 환자들에 필요 시 의약품을 교환하거나 재처방을 받아 복용하도록 당부했다. 해당 제품을 처방받은 병·의원을 방문, 복용 여부와 재처방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해 달라고 했다.
제조번호별로 정상제품 존재...재처방 아닌 약국 교환 비중 높을 듯
3년 전 발사르판 파동 때와 유사한 양상이지만, 실제 대응은 달라질 것이라는 의약계의 관측이다. 같은 제조사라 하더라도 제품번호에 따라 교환이 가능한 정상품목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실제 발사르탄은 샘플링 방식으로 안전성 조사가 이뤄져, 샘플에서 불순물이 검출된 경우 해당 라인 전체가 회수 및 재처방 대상이 됐지만 이번 로사르탄은 전수 조사 방식으로 안전성 조사가 진행됐다.
그렇다보니 같은 제약사 제품이라도 제조시기나 제조번호에 따라 당장 사용 가능한 제품이 존재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종전에 조제 받은 약국만 방문해도 다른 제조번호 제품으로 교환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5/50mg의 경우 사용기한이 2024년 6월 22일까지로 표시된 제품은 회수 대상이나, 사용기한이 2024년 10월 2일 이후로 표시된 제품은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유한양행의 로자살탄의 경우에도 사용기한이 2024년 8월 31일까지로 표시된 제품은 회수 및 교환 대상이나, 이를 제조번호가 21001 또는 20005, 20006, 2000이거나 사용기한이 2024년 9월 이후로 표시된 제품으로 바꾸면 된다.
재처방·재조제·교환 시 환자 본인부담 면제...사후 제약사 전액 정산
비용 처리 방식도 바뀌었다. 발사르판 파동 때 있었던 혼란을 재현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식약처는 7일 문제된 품목들의 경우 의약품 재처방·재조제·교환이 가능함을 알리면서, 이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환자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고 공지했다.
의약품을 교환 또는 재처방 받는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은 발사르탄 때와 동일한 모양이지만, 이번에는 해당 비용 모두 제약사가 사후 정산하는 것으로 체계를 갖췄다.
'특정 코드'를 부여, 재처방을 낸 의료기관이 해당 코드를 넣은 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통해 비용을 청구하면, 건보공단이 이를 목록화해 각 제약사에 비용을 청구한 뒤 이를 의료기관들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발사르탄 때는 면제된 본인부담금을 재처방을 낸 의료기관이 손해로 떠안았지만, 이번에는 의료기관에서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식약처는 관련 제약사들에 재처방·재조제 교환 등 회수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아둔 상태다.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발사르탄 때는 재처방 시 공단 부담금만 청구해 지급받고 면제된 본인부담금은 의료기관에서 고스란히 손해로 떠안는 말도 안되는 구조였다"면서 "불순물 파동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의료기관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다는 점을 정부에 강하게 주장했다"고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