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환자 대응 '컨트롤 타워'가 없다

코로나19 중환자 대응 '컨트롤 타워'가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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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으로 병상 늘리기식 해법으론 현 상황 감당 안돼
민간병원 중환자 의료인력 지원 국가가 확충할 공공의료 대상
병상 배정 우선 순위 설정·전원 병원 확보…중환자 정책적 배려 절실

"코로나19 중환자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쉽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2월 7일 '코로나19 중환자 증가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공동포럼을 통해 중환자 진료 실태, 중환자 정책 방향,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 등을 점검하고, 코로나19 중환자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과 함께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 순위 설정, 전원 병원 확보 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트롤 타워를 통해 전문가 의견이 제 때에 반영될 수 있는 기구를 상설화하고, 중환자 발생 추이를 분석·예측하며,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 순위를 설정해 무의미한 치료나 뒤늦은 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먼저 백애린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내과)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실태' 발제를 통해 행정명령으로 병상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현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는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병상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중환자 급증 상황에서 질적·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인력 자체가 없고, 인력이나 수가에 대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는 민간병원들의 재량이나 여건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도 있다. 현재는 지정된 순서대로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백 교수는 "병상 배정 우선 순위 적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일상 생활 기능 저하, 고령, 회복 불가능한 기저질환, 말기, 임종기 환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연명의료중단 결정에 대한 조기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치료 기회와 우선 순위, 무의미한 치료, 뒤늦은 치료, 치료 질 저하, 환자 안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력·수가 등을 포함한 중환자 의료 수준의 엄중한 재평가 필요성도 제기했다.  

백애린 교수는 "중환자치료 역량을 갖춘 전문의와 간호사 양성이 중요하다. 선진국 수준에 맞춰 현실화된 인력 규정과 수가 개선이 절실하다"라며 "결코 의대·간호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될 때 중환자의학 세부 전공을 거의 선택하지 않고 있으며, 중환자실 간호사의 30% 이상은 수 년내에 사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백애린 교수는 "민간병원 중환자실 의료 인력이야말로 국가에서 확충해야할 공공의료 대상"이라고 명토박았다. 

서지영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코로나 중환자 정책의 방향' 발제에서 적지 않은 중환자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왜 이렇게 의료시스템이 흔들리는지를 깊이 있게 진단했다. 

서 교수는 ▲중환자 치료 체계에 대한 무관심 ▲민간병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허약한 공공의료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중환자실의 열악한 자원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 마저 다인실인 구조적 문제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의 코로나19 중환자 대책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서 교수는 "정부는 중환자수가 증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소통이 없었다"며 "전문가들과 현 상황에 대한 데이터 공유나 문제점·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조직이나 장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비 코로나19 환자들이 겪게 될 불가피한 진료공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발생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앞으로 발생할 중환자 수 예측 및 대응방안 설정하는 역할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상 수 확보에만 급급해 중환자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입·퇴실 방침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서 교수는 "병실 상황에 맞게 중환자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 희생되지 않게 상황에 따른 입실 우선순위 적용이 필요하다"며 "회복됐지만 중증환자 병실에 머무르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이후 절차가 명확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증 환자들을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고, 각 병원 의료진 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코로나19 중환자 대응 조직화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중환자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전문가 의견이 적시에 반영될 수 있는 기구를 상설화하고, 중환자 발생 추이를 분석·예측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수도권을 권역별로 나누고 병원 별 기능을 부여해 거점전담병원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일차적으로 치료 우선 순위를 분류하고, ECMO·CRRT 등이 필요한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며,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최중증 환자 치료를 수행하고, 회복됐거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거점병원으로 되의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다. 

장기 과제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서 교수는 "OECD 국가 중환자실 수준의 인력구조를 갖추고 감염병 대응이 수월하도록 기본 설계에 반영하는 등 감염병 중환자 치료역량을 높여야 한다"며 "중환자 치료 결과가 한 사회의 의료 역량을 나타내듯 감염병 진료체계 확충에서 중환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감염병 전담병원의 현실을 짚었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전담병원은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투입되고 있으며, 고유량산소치료 환자 진료를 하면서 기계환기가 필요한 환자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일부 감염병 전담병원을 제외하면 중등증 코로나19환자의 진료를 확대할 수 있어도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의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노정했다. 

김 교수는 "의료진의 심리적·육체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감염전문가나 중환자전문가는 보강할 방법이 없다. 수련에만 2년반이 걸린다. 이런 이야기를 알려야 한다. 정부는 솔직히 소통해야 한다. 위기 단계에서는 투명한 소통이 절실하다"며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기관이 너무 많고, 코로나19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대부분은 퇴원이 어려워 병상 회전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환자 전원 문제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는 중증진행위험환자·중등증 환자·일부 중증환자·회복 중이나 격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추가 치료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격리 해제가 가능해졌으나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원활한 전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중환자 급증 상황에서 먼저 해결할 과제와 함께 현실적 고충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 등을 통해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정도로 중환자 발생을 억제해야 하지만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요양병원·요양원 시설 개선과 병원 다인실을 2인실 이하로 변경해야겠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인 만큼 국민적 합의도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원 병원 확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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