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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월패드 해킹 '충격'…수술실 내 CCTV는?
아파트 월패드 해킹 '충격'…수술실 내 CCTV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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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타는 사람' 많을 수록, 유출 위험성은 더 커진다
"우려가 현실로" 전공의 모집 외과 계열 기피 심화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최근 아파트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해킹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측되는 아파트 명단이 함께 돌아다니며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킹된 영상은 인터폰 형태로 아파트 내부에 부착된 '월패드(통합 주택 제어판)'의 렌즈를 통해 녹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생활을 촬영한 영상은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사례를 통해 주목되고 있는 또 다른 '렌즈'가 있다. 바로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따라 전국 수술실 내부에 설치될 렌즈다.

해당 렌즈는 향후 2년 뒤부터 수술실 내부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수술 부위를 드러낸 채 수술대에 누워 있을 환자를 촬영하게 된다.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지속해서 경고해 왔다. 

방어적 수술로 인한 환자 건강권 침해, 외과계 지원 기피 현상 악화, 필수 의료 붕괴 등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촬영 영상 및 정보 유출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수술을 준비하고 시행한 뒤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 노출은 필연적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당시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2019년 5월 13일 '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된 나체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이세라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의 발표 자료였다. 토론회에서 수술대 위에서 누군가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사진(해외 출처, 모자이크 처리) 등을 토론장 발표 화면에 띄웠던 것.

이세라 전 이사는 "수술실 CCTV가 설치된다면 이런 사진들이 영원히 기록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도 있고, 해킹을 당해 전 세계로 퍼질 수도 있다. 실제 정보 유출사례는 현실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수술실 CCTV 영상 유출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 '손 타는 사람' 많을 수록 유출 위험성은 더 커져…의료계 '우려'

영상이나 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커진다. 수술실 CCTV의 위험성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해당 기기,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수술실 CCTV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영상을 포함한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치료 목적을 위해 소수 의료진만 확인했던 민감 부위 등 정보를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월패드 영상 유출 사건처럼, 이 중 한 사람이라도 부도덕한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지 환자 정보는 유출될 수 있다.

의료인들은 SNS를 통해 이번 '월패드 해킹 사건'을 공유하며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불러올 파장을 함께 우려했다.

A의사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 세계 다크웹을 통해 수많은 수술 장면이 공유될 것이다. 특히 유명인의 수술 장면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인들은 댓글을 통해 "다크웹에서 우리나라 CCTV가 가장 큰 인기 영상이 될 수 있다", "확실한 선행 수업인 듯 하다", "책임소재는 언제나 의료기관에 돌아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우려가 현실로" 외과계 기피 현상에도 기름 부어…전공의 모집 외과 계열 기피 심화

2022년 빅5병원 레지던트 지원 결과 ⓒ의협신문
2022년 빅5병원 레지던트 지원 결과 ⓒ의협신문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이 그렇지 않아도 기피과로 분류됐던 외과 계열의 '지원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그 경고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빅5병원으로 꼽히는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지난 8일 1년 차 전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다.

올해에도 역시 빅5병원에는 총 823명 전공의 모집인원에 932명이 지원하는 등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외과 계열은 사정이 달랐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외과 15명 모집에 2명이 지원했고(0.13), 흉부외과 5명 모집에 단 1명(0.20)만이 지원했다. 산부인과는 14명 모집에 6명 지원이 지원하며 (0.43) 미달과에 합류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흉부외과에서 4명 모집에 1명만이 지원(0.25)했고, 세브란스병원은 16명 모집에 7명(0.44), 산부인과 10명 모집에 3명이 지원(0.30)했고, 흉부외과(4명 모집)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최저 경쟁률(0.00)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도 산부인과는 9명 모집에 단 9명만이 지원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산부인과는 전체 모집인원 154명 중 94명(0.61), 외과는 190명 중 119명(0.63), 흉부외과는 63명 모집에 단 20명만이 지원하며 0.32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지난해보다도 더 낮은 지원율을 보인 것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통과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예비 의료인들이 느끼는 압박감 자체가 기피현상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는 외과계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것으로, 이번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비뇨의학회 5개 외과계 단체들은 앞서 비판성명을 통해 "힘든 수련과정과 장시간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업무량에 비해 보상은 별로 없고 수술로 인한 분쟁이 점점 많아지면서 젊은 의사들이 외과계를 기피하는 경향이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외과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 것이며, 전국에 외과계 의사가 부족해 수술을 못 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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