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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연명의료결정법 따라 절차 준수했다면 의료기관 책임 없다
법률칼럼 연명의료결정법 따라 절차 준수했다면 의료기관 책임 없다
  •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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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지 약 3년이 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돼 2018년 2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지금까지 몇 차례 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할 수 있지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위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의 등록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건수도 증가하는 등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돼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건수가 증가하면서 관련 법적 분쟁들도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과정에서의 잘못을 주장하며 환자의 유족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 환자의 유족 측의 청구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당 환자의 유족 측은 환자가 의식상태가 회복되는 등 호전 양상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해당하지 않았고, 환자에게 발생한 급성신부전에 대해 신장내과 의사가 아닌 감염내과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으며, 이로 인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잘못 이행돼 혈액투석과 같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 의료진의 변호를 맡아 사실관계를 살펴보니,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 전 환자의 상태는 감염증상과 의식수준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생체징후와 검사소견이 불안정하게 유지되며 안구 편위와 혈변, 혈뇨 및 악성 종양 전이로 인한 출혈 소견까지 보이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의 규정으로 볼 때 환자에게 급성신부전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장내과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필수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사건 검토결과에 기초해 해당 사건 소송을 수행했고, 환자의 유족이 담당 의사를 연명의료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담당 의사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연명의료결정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처분이 내려진 사실을 부각했다.

동시에 소송과정에서 환자의 상태에 관한 진료기록감정절차도 진행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당시 환자에 대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전이성 악성 종양의 상태에 있었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는 급성신부전, 대사성 산증 및 인공호흡기 의존 상태에 있었으며, 악성 종양에 의한 출혈 등으로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기준에 부합하고, 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도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감정의사의 회신을 받아 이를 환자의 유족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삼았다.

이에 해당 사건 재판부에서도 유족 측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해 유족 측의 청구를 기각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과정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 규정된 절차를 준수했다면 환자의 사망에 대해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과, 환자의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소견을 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생체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하며 악화되고 있었다면 임종과정으로 보아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을 위한 요건이 충족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선 임상의료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판결은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 관해 법원이 행한 최초의 판단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 진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도 중가함에 따라 관련 법적 분쟁의 빈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의도하지 않은 법적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법적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제도 변화 추이와 함께 이번 판결을 참고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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