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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의사의 정치적 역량'
대선과 '의사의 정치적 역량'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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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전공의 때부터 정치적 역량 강화 위한 교육 필요"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도 대선에 발맞춰 정책적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의사 중에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수가 겨우 몇 명에 지나지 않아 이들에 의한 국회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오래전 슬로바키아에 강의 초빙으로 의사 출신 의원이 안내해 준 국영 숙소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상원의원의 10%가 의사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나라의 정치 체제가 어떻든 의사 집단의 정치력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일본의사회 회장직을 25년 그리고 세계의사회 회장을 역임한 다케다의 아들이 의사 출신인 참(상원)의원이다. 그를 대하는 일본 고위공무원의 태도를 보고 일본의사회의 정치적 영향력도 짐작이 갈 수 있었다. 일본도 관료주의 국가이기는 하나 전문직에 대한 존중은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익단체로 오랜 경륜을 쌓고 있는 미국의사회는 산하 정치행동위원회 AMA Political Action Committee(AMPAC)에서 회원에게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의사의 정치력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매우 영향력 있는 의사(Very Influencial Physician:VIP)라고 억지로 번역되는 프로그램은 정치적 영향력이 뛰어난 의사를 양성시키게 위한 교육과정이다. 미국의사회는 학생·전공의·의사 등 모든 회원이 풀뿌리 민주주의 활동 경험을 통해 미국 의사회의 정치적 리더쉽을 함양시키고 있다. 

이들은 선출직 공무원이나 정치가들과 연결망을 구축하고 이를 잘 활용해 의회에서 채택할 만한 의제를 생산해 내도록 훈련되고 있다. 정치가 후보가 의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선거운동에서 의사가 정당의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경우 의사가 전문적인 정치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의사가 미래의 정치가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를 활용하고 동시에 의사 개인이나 의사 집단의 정치력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은 궁극적으로 의사 집단과 정치 주도 세력과 상생하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의사회가 의과대학 교육이나 전공의 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정치적 역량 교육이다.

미국의사회가 게시한 안내문에 의하면 미국의사회가 제공하는 단기 정치 교육과정은 미국 내 최고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고 주장한다. 

의사회원을 성공적인 정치 전략가로 만들고 의료계의 우군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인데 인구 통계, 투표 통계 및 후보자 약력이 완비된 미국 하원의 시뮬레이션 캠페인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교육의 수강생은 선거운동팀으로 나눠 선거전략·투표 대상군 설정·소셜미디어·유료광고 및 대중을 위한 훈련을 거친다고 한다. 현대적 의학교육의 시뮬레이션 방법을 사용해 말하기 교육과 내부 전술을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있다. 

정치무대의 선거운동 전문가를 이용해 미국의사회를 실전과 같이 훈련하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전역의 각종 선거의 캠페인에 자문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한 토론과 실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참가자가 관찰이 아닌 실제 참여자로 역할을 담당하게 해 교육을 마친 후에는 능동적인 정치활동가로 출발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한다.
미국의사회가 의사의 이익집단이나 의사 개인이나 의사 집단이 만들어내는 각종 제안은 환자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의사회는 정부나 의회에 의한 정책이 환자-의사 관계에 해를 미치고 의료의 접근성에 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런 법안 상정에 환자와 힘을 합해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사회에 100만명 이상의 환자 행동가로 구성된 조직인 Patients Action Network도 운영하고 있다. '환자 행동 네트워크'는 날로 늘어가는 환자의 중요한 건강 관리 문제에 대해 미국의사회가 환자집단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한 조직인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의사회를 지지하는 환자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정치적 역량을 위한 교육과정은 없다. 통상적으로 의사협회의 임원이 되고 나서 정치적 역량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고 정치권이나 국회를 상대로 활동을 시작한다. 

반면에 미국의사회는 기관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한다. 의사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보는 곧 의사회가 국회에서 중요한 법안의 상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공무원 그리고 국회의원을 쉽게 설득하고 이해를 촉진해 법안 통과가 목적인데 본업 의사직을 갖고 매달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려운 여건이나 의사단체의 정치적 수사 능력은 복잡한 현대적 의료환경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량이다. 
그리고 강력한 대외 정치적 역량만큼 중요한 것은 의사단체를 이끌어 가는 내부 구성원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가족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전체주의에 익숙한 우리 국민성은 대한의사협회의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돼 보인다. 

일반 회원은 풀뿌리 민주주의 활동에 대부분 무심하고 협회 집행부가 모든 것을 알아서 잘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의 모든 의료 관련 사안을 협회 임원진의 힘으로만 이끌어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의사회원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전문직의 집단 형성과 전문직업성의 취약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이 정권의 의지나 혹은 당·정·청의 합의에 의한 명령과 통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소신 진료나 최선의 진료 관철보다는 국회나 정부의 전문직 통제를 위한 각종 규제를 방어하고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려워만 가는 우울한 의료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의사협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협회가 주도해 미래의사인 의과대학생·전공의·의사회원의 정치적 역량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몇 년 전 KMA POLICY를 설립하고 협회 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기초적인 구조는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내부의 정책(POLICY) 제안도 아직 수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의과대학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의사로 활동할 때까지도 정치적 제안서 작성이나 협회의 정강에 대한 의견서 작성 등 공식문서 작성에 대한 교육에 노출이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교육에서 보편적인 리더십 교육이나 학생부터 단체적 조직적 활동에 대한 훈련도 매우 드물다. 임상 지식과 술기의 습득에 제한된 현재의 의사 양성 교육에 정치적 역량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전문직 기관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적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대선이나 총선을 위한 한시적 조직의 구성보다는 협회 내에 정치적 상설기구에 의한 강력한 정치적 역량배양을 모색할 시점이 되었다. 대한의사협회 내의 한시적 조직에 의한 문제 해결 방법보다 지속성을 갖는 상설 정치위원회나 정치적 행동 기구에 의한 방법으로 변모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에서 성공한 운동권이나 노조 등 대형 이익집단의 활동도 참고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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