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환자실 위기, 이대로는 못 버틴다"
인터뷰 "중환자실 위기, 이대로는 못 버틴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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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수십년 낮은 중환자 수가 유지...인력·자원 고갈, 다인실 병상 구조 "감염병 대응 불가능"
중환자 입퇴실 우선 순위·안전한 이송·상급종병 치료 이후 퇴로 확보 등 대책 절실
중환자 수가 정상화, 1인실 전환 위한 보상 구조 등 전문가와 함께 대안 마련해야

지난 11월 29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선 이후 12월 21일 현재 23일째 5000명선을 웃돌고 있다. 지난 12월 14일에는 7850명을 기록해 곧 1만명대를 들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증 환자 역시 크게 늘었다. 12월 8∼13일 800명대, 14∼17일 900명대를 기록한 중증환자는 12월 18일 1016명을 기록한 이후 1000명대에 달한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늘면서 각 병원 중환자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중환자 의료체계는 이 정도의 중환자 규모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일까? 

병상 수 문제는 아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2.4개로 일본(12.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OECD 평균(4.4개)의 약 2.8배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을까?  

정부는 공공병원을 이용한 중증병상 확보로 중환자 대응에 나서지만 의료 인력과 장비 등 역량이 미치지 못했다. 결국 민간병원 몫이다. 그렇지만 민간병원 역시 부족한 인력과 장비, 감염병 환자에 취약한 다인실 구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중환자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프로토콜도 적용할 수 없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은 "지금처럼 중환자 관리 자원이 부족한 경우에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중환자실을 운용해야 한다"라면서 "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 순위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관련 정부 부처, 의학계, 법조인, 윤리학자, 시민단체가 포함된 민·관·학 합동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주도로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 쉽고 명료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 기준이 윤리적으로 공평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살피고, 팬데믹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고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중환자 의료의 민낯을 드러냈다. 무엇이 부족한지,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회장.

-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중환자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 방역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에 잘 대처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인구당 환자 발생 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중환자실 병상 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정도의 코로나 환자에도 '의료 붕괴'를 운운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제대로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자원이 평소에도 매우 부족했고, 중환자실도 구조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중환자 진료기관 대부분이 민간병원인 상황에서 중환자 수가를 워낙 낮게 책정한 채 수십년간 이어왔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평상시에도 경제 규모가 동일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1/3∼1/2 정도 부족한 간호인력을 투입한 채 어렵게 유지했다. 구조적으로 감염의 전파를 최소화 하고, 환자 인권을 중시하는 1인실 병상은 거의 없다. 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데도 전문의 인력도 없이 운영하는 중환자실이 태반이다.

애초에 감염병 중환자에 대응을 할 수 없는 의료체계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중환자 의료역량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다.

-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예측할 수 없었나? 

일이 발생한 후 되돌아 보면 왜 그랬지 하고 누구든 이야기할 수는 있다. 정부도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갔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경제적인 손실이라던가, 국민 전반이 느낀 물리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저항감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모든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 단계적 일상회복을 지속한 면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먼저 들어간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의 경험, 국내 환자 발생 추이, 의료 체계의 중환자 치료 역량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 콘트롤타워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에 대책으로 중증병상 확보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병상이 있다고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환자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전문가 집단과 소통을 하면서 대책을 세웠다면 더 효율적인 진료 체계를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설정, 안전한 이송, 상급종합병원 중증치료 병상에 대한 퇴로 확보 등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 순위 의제에는 사회적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아무리 의료가 발달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치료 기술 수준으로는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도 돌아가시는 과정을 지연시켜 오히려 고통의 시간만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이라는 제한된 자원은 돌아가시는 과정에 꼭 한번 거쳐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분들이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중환자실 자원이 부족할 때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 순위를 마련했다. 이 기준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감염 관련 정부 부처, 의학계, 법조인, 윤리학자, 시민단체가 포함된 민·관·학 합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주도로 현장에서 적용하기 쉽고 명료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또 중환자 입·퇴실 기준을 윤리적으로 공평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살피고, 팬데믹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우선 순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을 때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은 연명의료법이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는 이 법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든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에 따른 결정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책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선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는 중환자실 의료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

- 중환자실 상황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인식 개선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부는 환자들이 생겨도 중환자 병상 확보만 이야기했지 그렇게 중환자 병상을 확보했을 때, 비코로나 환자들에 대한 진료 영향이나 그 병상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소통이 거의 없었다. 환자가 늘어났을 때 다른 환자의 진료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책임을 갖고 이야기 해야 국민이 제대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점은 일선에 있는 병원·의료인과 환자·호보자 간 해결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들이 중증병상에서 20일이 지나면 일반 중환자실로 이동시키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렇게 하면 일반 중환자실의 병상이 줄어들고, 일반 환자들이 아직도 PCR 양성인 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는 사실도 같이 이야기 했어야 한다. 또 (퇴실을 거부하는 환자의)치료비는 본인 부담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소통방식이 아쉽다.

- 최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서도 에크모 치료 권고안을 내놨다. 

에크모는 인력을 포함해 상당한 자원이 소모되는 치료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준에 동의한다.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항상 생각하는 것은 환자 입장이다. 적극적인 치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고통의 시간을 늘린다면 더 이상 치료하지 않는 것이 더 윤리적이고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그런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 차제에 중환자 치료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우선 어떤 인력을 갖춰야 하고, 어떤 감시나 치료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공간·장비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게 전부다. 수 십년간 적자에 허덕인 공간이기에 대부분 최소한의 투자만 이루어 졌다. 정부도 무관심했다.

최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상급종합병원 규정을 만들 때 중환자실 항목이 한 줄도 없었다. 다행히 상급종합병원 제3기 규정에 전담전문의 1명 이상 확보를 규정했다. 전담전문의가 늘어나긴 했지만, 거의 최소한의 인력만 갖추고 있다. 중환자를 담당하는 젊은 선생님들은 많은 진료 부담으로 소진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진료까지 떠안게 돼 매우 힘든 상황이다. 동료 의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견딜 수 하지만 혼자 중환자들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라면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 하나는 정부 내 전담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가 중환자실과 중환자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감염병 상황이 진정된 후 중환자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중환자실의 기능은 병원 환자들의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이면 모든 중환자들이 세계적 수준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동일한 경제 규모인 나라의 중환자실처럼 환자들이 충분히 쉴 수 있고, 감염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1인실 구조로 바꾸어야 하며, 거기에 걸맞는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 모든 중환자실에 동일한 인력·장비와 치료 능력이 필요치 않다. 중환자실의 기능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먼저 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 학회 차원에서 합리적인 중환자실 운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정부가 중환자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두 차례 국회 토론회를 여는 등 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중환자실 전담의가 포함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지금도 정부와 중환자실 수가 개선을 위한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 2009년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제도를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미국·유럽 중환자의학회의 핵심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도 다졌다.

앞으로 중환자실 등급화를 통해 필요한 인력·장비를 먼저 정하고, 수가를 역산정하는 방식으로 수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중환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내에 중환자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지정하거나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젊은 중환자 전문의들이 진료 부담으로 소진되지 않도록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겠다.

- 차기 대한중환자의학회 수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그 환자의 삶을 결정한다. 중환자실은 이렇게 중요한 곳이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께서 지속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서지영 교수는 최근 열린 코로나19 중환자 관련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입니다. 그런 의사들이 이런 말씀을 드릴 때는 얼마나 아프고 찢어지는 심정인지를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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