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 위기 - 진통제 아닌 치료제 필요하다

한국의료 위기 - 진통제 아닌 치료제 필요하다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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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가 오늘날 우수한 의료로 평가받는 것은 두 가지 기초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 국민 의료보험 강제 가입제도가 그것이다. 가입 시 역선택을 금지하고, 세금의 성격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외견상 사회보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전 국민 강제가입과 정부 주도의 운영으로 준조세처럼 되어 있어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NHS)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

다른 하나가 강제지정제다. 병원에 가면 가벼운 진료는 몇천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이러한 보험 적용은 예외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강제로 적용했다. 

사적 의료기관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일정 부분의 비급여 진료의 존재, 그리고 한국의 공공의료가 5∼10%가 되지 않으니 국가 운영상 어느 정도 자유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합헌으로 결정해 한시적으로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의협신문
헌법재판소는 2014년 4월 24일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당연히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되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에 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청구(2012헌마865)를 기각했다. 헌재는 의료기관 개설자로서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의료소비자로서의 자기결정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002년 10월 31일 99헌바76 사건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의협신문

한국은 두 가지 제도를 기반으로 마치 급행열차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제도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서둘러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주요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복합적이고 이원적인 구조(공공과 민간)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가벼운 단선적 구조의 부작용은 이미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왜 복합적이고 이원적인 구조가 의료제도에서 중요할까? 복지는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한다. 형태는 사회보험·공공부조·사회서비스의 모습을 띤다. 이 과정에서 연금·고용·산재는 정부에서 국민으로 직접 전달한다. 계산을 통한 예측 문제가 중요하다. 

반면 의료는 중간에 의료공급자(의사 등) 전문적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아직도 불완전한 응용과학인 의학은 전달하는 의사에 따라서 그 결과와 효율성에 차이가 난다. 이러한 부분이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국가 정부는 양적·질적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의 복합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는 상호 보완적이다.

이중적 구조인 유럽은 외견상 한국보다 다수의 문제점이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유럽은 한국보다 더 안정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럽은 공공의료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공공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료인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다. 20년째 공공의료 비율은 5∼10% 정도이고, 의료진 양성을 위한 지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아마도 한국 정부는 단선적 구조 속에 있는 민간 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처럼 운영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아마도 단선적 급행열차 같은 제도의 성공이 준 잘못된 자신감일 가능성이 크다.

단선적 구조 속에서는 급여 진료 항목을 계속 늘려도 보장률은 60∼65%를 넘지 못하는 물먹는 하마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선하더라도 단선적 구조의 의료제도를 해결하기 어렵다. 

강제지정제의 역습은 시작됐다. 

'묘수 세 번이면 필패'라는 바둑 격언이 있다. 임시방편인 묘수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지는 몰라도 판 전체는 망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선적 구조의 문제점은 묘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극복해야 한다. 눈 앞의 통증을 줄이는 진통제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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