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술 대안 넘어 치료 옵션, TAVI 10년 달라진 위상

인터뷰 수술 대안 넘어 치료 옵션, TAVI 10년 달라진 위상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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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그루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 소장)
美 판막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65세~80세 환자에 SAVR-TAVI 모두 우선 권고
“다학제진료 통한 합리적 선택 중요...TAVI 급여보장 확대로 환자부담 낮춰야”

ⓒ의협신문
홍그루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 소장)

경피적 대동맥 판막치환술(TAVI,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의 위상이 달라졌다. 수술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으로 고려되던 것이, 당당히 치료 옵션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해 심장판막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수술 위험도가 높지 않은 환자 가운데서도 연령이 '65세 이상 80세 이하'인 경우 수술적 대동맥 판막치환술(SAVR, 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과 TAVI 모두를 우선권고(Class I)했다. 

유럽심장학회(ESC)·유럽심장흉부외과학회(EACTS) 또한 2021가이드라인에서 75세 미만이면서 수술 저위험군 환자에 SAVR을 권고하되, 75세 이상이거나 수술 고위험군에는 TAVI를 권고했다. 수술 위험성에 더해 '연령'을  TAVI 선택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10여 년간 축적된 TAVI 임상데이터가 이런 가이드라인 개정의 배경이 됐다.

이에 맞물려 임상현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요구되고 있다. 수술과 시술 두 가지의 치료 옵션 가운데 '선택'을 함에 있어 영상 즉 심초음파와 다학제진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구조심질환 영상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ECHO 360 Structural Heart Imaging symposium'은 이런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의협신문]이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 소장(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을 만나 'ECHO 360' 운영 성과 및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의 최신 지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소장은 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의 수장으로 판막질환 등에 관한 병원 내 다학제 진료를 이끌고 있다. 'ECHO 360' 운영위원장 격인 프로그램 디렉터로, 2017년부터 학회 발전에도 역할을 해왔다. 

ⓒ의협신문
홍그루 교수

Q. 최근 '2021 ECHO 360 심포지엄'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학회 활동과 그간의 운영 성과 등에 대해 말씀해달라. 

=ECHO 360은 심초음파 관련 최신 지견을 나누는 국제학술대회다. 미국·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개최, 올해로 5번째 심포지엄을 맞이했다. 초기에는 3차원 초음파를 비롯한 심초음파 관련 최신 지견을 나누었고, 최근에는 심장 판막 질환·선천성 심장 질환과 같은 구조심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의 심초음파 활용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심초음파가 구조심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아주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심질환, 특히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경우 수술과 시술이 모두 가능해지면서 치료 옵션을 선택할 때 영상 즉, 심초음파의 역할이 중요하게 조명되고 있다. 구조심질환에 있어 한가지 치료옵션에 국한하지 않고 심초음파를 바탕으로 진단과 치료에 대해 열린 토의를 나눠보자는 취지로 ECHO 360을 기획했다. 특히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판막질환을 가장 중점적으로 다뤘다. 전세계적으로 1200여명의 구조심질환 영상분야 전문의들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Q. 최근 판막질환, 특히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가이드라인에 변화가 있었다.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미와 배경은?

=2017년 가이드라인까지는 수술이 불가능한 사람 환자들에 그 대안으로 TAVI를 권고해왔다. 초고령자나 심장 외 다른 장기까지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전신마취를 하고 심장을 멈춘 뒤 체외순환을 하고 다시 심장을 뛰게 하는 일련의 수술 과정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TAVI 시술이 도입되고 초창기에는 기술이나 데이터 축적의 문제로 수술 고위험군에게만 TAVI 시술을 적용했지만, 최근에는 시술의 성적도 좋아지고 시술 자체도 간편해지고 있다보니 중증환자와 70대까지도 시술을 적용해도 괜찮지 않겠냐는 권고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Q. SAVR와 TAVI , 선택의 고려점은? 

=미국 가이드라인은 65세 미만에 대해서는 수술을 권고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더 살 수 있다면 판막이 아주 완벽하게 교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은 개흉하고 병든 판막을 도려내고 인공판막을 삽입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교체가 가능하다. 이 부분이 기존의 판막을 그대로 두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과는 차별화된다. SAVR와 TAVI를 나란히 권고한 65세 이상 80세 이하에서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포함한 Heart team의 논의를 통해 시술 혹은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질환의 원인과 치료 옵션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 치료 옵션을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Q. 급여 환경도 다르다. SAVR의 환자 부담률은 5%인데 비해 TAVI는 선별급여로 8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TAVI의 경우 아직 보험이 20%밖에 적용이 안된다. 급여가 확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어디까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개인적으로는 형편이 어렵고 여건이 안좋으신 분들도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각 병원 내 사회 사업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 있어 최대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의료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50%는 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보험당국의 입장에서는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Heart team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합리적으로 치료 여부, 치료 옵션을 결정할 수 있다면 남용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를 환자에 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병도 점점 복잡해지고 치료법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욱 더 신중하게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판막을 주로 보는 심초음파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명확하게 시술과 수술의 장단점을 환자분들에게 충분히 설명드리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더라도 시술이라는 치료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TAVI 시술에 대한 보험이 확대되어,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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